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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규제완화 논리에 대한 유감
작성자 :
권창환
날짜 :
2008-02-28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규제 완화, 규제 개혁의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도 높아지고 있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경제를 살리는 방안들이 무수히 제안되었으며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목소리로 나온 것이 바로 규제에 관한 것이다. 이 중 가장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수도권 규제의 완화 요구이다. 수도권 규제는 기본적으로 수도권정비계획법에 근거를 두고 있다. 이 법은 그 중요한 의의가 수도권에 과도하게 집중된 인구와 산업의 적정배치를 유도하는 것이기 때문에 국토균형발전의 기본적인 이념을 담고 있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공약에서 "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기업의 성장과 투자를 저해하는 과도한 규제를 정비한다" 고 공언한 바 있다. 따라서 규제 개혁이 새 정부의 과제가 될 것은 틀림없는 일이고, 기업의 투자 진작을 명분으로 하여 수도권 규제도 완화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수도권 규제의 완화는 비수도권지역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에 대한 수도권의 인식은 " 지방경제 문제는 경기를 살리면 해결된다" 는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전후 맥락을 살펴보면, 수도권 규제 완화-기업 투자 증대-경기 호황의 선순환이 이루어지면 지방 경제도 따라서 좋아질 것이라는 내용이다. 이런 논리는 일반적으로 수도권 규제 완화의 근거로 많이 사용된다. 그러나 이 생각은 대단히 위험하다. 무엇보다도, 질 좋은 기업 투자를 수도권이 독식하겠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이 탐욕에 대해서는 새삼 거론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다른 문제가 있다. 경기개발연구원에 따르면 2006년 10월 현재 수도권 규제 때문에 실행되지 못하고 있는 투자 프로젝트가 37개에 56조원에 이르며, 그 고용증대효과가 4만5천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 수치는 기업들의 투자 의향을 근거로 한 것이어서 전혀 현실과는 다르겠지만, 일단 수도권 규제가 완화되어 이 투자들이 다 수도권에서 실행된다고 생각해보자. 이것은 아마도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들에게는 재앙이 될 것이다. 새로운 투자의 고용증대 효과가 다 어디로 가겠는가. 전국적으로 파급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아마 그럴 것이다. 일단 수도권의 인력이 고용 대상이 되겠지만, 비수도권 인력들에게도 기회가 갈 것이다. 그러면, 안 그래도 비수도권 출신의 고졸, 대졸 우수 인력들이 수도권으로 끊임없이 빨려 들어가고 있다. 안 그래도 살기 어려운 비수도권 지역은 우수 인력의 손실로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비수도권 지역에서 좋은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이 없는 수도권 규제 완화는 그래서 재앙이다. 기업의 투자는 전 국토에서 골고루 행해져야 한다. 수도권으로의 인구와 부의 집중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외환위기 이후 더욱 심화되어 왔다. 수도권 규제 제도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집중이 더욱 심화된 것이 그 규제의 무용성을 주장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 이 제도가 그나마 수도권 집중을 조금이라도 막아왔기 때문이다. 규제는 정말 얼토당토않은 것을 제외하고는 그 입안자의 철학과 가치를 담고 있다. 수도권 규제는 국토의 균형적 발전을 위해 지역경제를 육성하라는 헌법 정신을 담고 있다. 다른 강력한 보완책 없는 수도권 규제 완화는 헌법이 부여한 국가의 의무를 내버리는 것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사실 지난 몇 년간 우리나라 기업들의 투자가 부진했던 것은 수도권 규제 때문이 아니고, 기업들이 채산성이 높은 새로운 투자 기회를 못 찾았기 때문이다. 삼성의 이건희 회장이 일전에 5~10년 뒤에도 먹고 살 수 있는 새로운 사업을 찾으라고 그룹 내의 TF팀에 요구했다는 보도는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새 정부는 수도권 규제 완화가 아니라 기업들이 투자할 만한 아이템을 찾는 데 도움을 주는 정책을 펴는 것이 옳은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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