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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은 정말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가
작성자 :
김성주
날짜 :
2008-02-27
어릴 적 시장에 대한 기억은 그 곳에 가면 운동화, 가방 등 필요한 것을 구할 수 있는 곳이라는 거였다. 집 가까이 있던 동부시장은 나에게 뛰어놀기도 하고 기웃거리기도 하는 친숙한 공간이었다. 자본주의가 발전함에 따라 시장은 더 이상 친근하지도 소박하지도 않다. 대형할인점과 백화점이 등장함에 따라 시장은 사라지거나 쇠락하게 되었다. 여기서 이야기 할 시장은 단지 물건을 사고파는 공간의 의미가 아니라 주식시장, 시장경제 등 가격을 매개로 거래가 이루어지는 방식을 의미한다. 먹고 사는 문제, 경제문제는 무엇을 얼마나 생산하며 누구에게 나누어 줄 건가를 다룬다. 다시 말하면 생산과 분배의 문제인 것이다. 이 어려운 과제를 자본주의에서는 시장에 맡겨왔고 사회주의에서는 정부가 결정해왔다. 시장은 경제영역에서 이룬 확고한 지배력을 바탕으로 사회 모든 영역에서 시장의 영향력을 강화해왔다. 경쟁을 통한 효율 강화라는 명분 아래 시장은 모든 영역으로 그 힘을 뻗쳐가고 있다. 급기야 노무현대통령은 “공은 시장으로 넘어갔다”고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보이지 않는 손'과 '보이지 않는 주먹' 요즘 풍미하는 신자유주의는 시장을 이상적인 모형으로 삼고 시장원리를 사회의 주된 구성원리로 지향하는 사상이다. 여기서는 개인의 이기심을 정당화하고 이를 사회발전의 밑거름으로 삼는다. 아담 스미스는 완전자유경쟁이 이루어지는 시장을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수급조절기능이 이루어지는 이상적인 것으로 생각하였다. 그러나 시장은 만만한 것이 아니어서 어느 순간 ‘손’은 ‘주먹’으로 바뀌어 센 주먹에 한 대 얻어 맞으면 다시 일어서기 힘든 것을 지난 외환위기 때 수많은 도산과 실직사태로 경험한 바 있다. 시장의 발전이 인간에게 물질적 풍요와 경제적 번영을 가져다주었지만 그에 비례해서 행복해졌다고 할 수는 없다. 사람의 욕망 또한 절대적인 것이 아니어서 끊임없이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더 나은 상태에 있지 않으면 새로운 불만이 싹트게 마련이다. 모든 것을 시장에 맡겨버리면 한 번 풀려버린 욕망의 고삐는 다시 죌 수 없게 된다. 시장은 돈 있는 사람들의 욕망은 충족시켜주지만 돈 없는 사람들의 욕망, 즉 구매력이 없는 사람들의 절실한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돈이 되는 호화사치품은 만들어내지만 생필품은 생산이 충분치 않을 수 있다. 개인의 이윤추구가 공동체의 이익보다 앞서는 시장에서 우리의 선택은 무엇일까? 사익과 공익은 끊임없이 충돌하고 갈등해왔다. 우리는 지금까지 양자택일을 강요받아왔다. 경쟁과 효율을 앞세운 시장과 연대와 행복을 중시하는 공동체의 화해는 정치적 과제이다. 지역통합-계층통합-사회통합을 위한 경제와 사회의 화해가 그 해법이다. ‘시장’의 월권 이명박 정부는 ‘작은 정부, 큰 시장’을 선언했다. 정부의 개입을 줄이고 시장원리에 따라 작동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선언은 경제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교육, 복지, 문화, 행정 등 모든 분야에 영향을 심각하게 미칠 것이다. 만약 복지분야에서 시장원리가 도입된다면 경쟁의 탈락자들에게 다시 시장에서 살아남으라는 가혹한 요구를 하게 될 것이다. 사람을 길러내는 교육분야에서 시장논리는 학교는 우수학생만 키우고 불량학생은 외면하게 될 것이다. 시장에서는 좋은 제품만 살아남고 불량제품은 퇴출된다. 그러나 공동체의 민주시민을 양성하는 학교는 단 한 사람도 포기할 수 없다. 시장은 인간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제도인데 거꾸로 시장이 인간을 지배한다. 자유와 평등은 대립적인가? 자유로우면서 평등을 추구하고 평등하면서 자유로울 수는 없는가? 시장이 경제영역을 벗어나 모든 사회분야에서 월권을 행사하는 사회에서 민주주의를 위한 싸움은 끝난 것이 아니다. 시장의 월권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힘은 시민사회로부터 나온다. 시민사회의 지지를 받는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에 의해 시장은 본래의 영역에서 풍요와 번영을 위한 본연의 역할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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