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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떤 미래를 꿈꾸어야 하는가
작성자 :
김성주
날짜 :
2008-04-22
산이 온통 꽃으로 뒤덮이는 봄 날, 지리산 철쭉도 마다하고, 인적이 드문 전주 근교 대아리로 들꽃을 만나러 갔다. 산을 하얗게 뒤덮는 화려한 산벚꽃, 화사한 노란 개나리꽃, 산을 붉게 물들이는 철쭉꽃 보다 혹 밟힐세라 발걸음을 조심하면서 발견하는 조그만 들꽃들이 더욱 소중하다. 사람들은 꽃을 배경으로 사진찍기를 좋아한다. 벚꽃 나무가 터널처럼 늘어선 곳에서 찍은 사진에서 사람은 별로 돋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작은 들꽃 앞에서는 사람이나 꽃 모두 소중해 보인다. 꽃을 가까이 가서 모습을 담아보라. 그 소중함이 오래 간다. 작은 것을 왜소하고 초라한 것으로 여기는 한, 큰 것은 우리에게 계속 동경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가 더 넓은 집으로 이사했다고 해서 소득이 두 배로 늘었다고 해서 더 빠른 컴퓨터로 교체했다고 해서 더 큰 TV를 거실에 들여놓았다고 해서 그에 비례해 행복이 커지지는 않는다. 더 큰 욕망이 새로 생겨날 따름이다 이제 우리는 양적인 성장과 물질적인 풍요를 추구하는 것으로부터 눈을 돌려야 할 때이다. "더 많이, 더 빨리, 더 풍족하게"강박에서 벗어나 삶의 질에 새롭게 눈 떠야 할 때이다. 나는 내가 살고 있는 전주, 전북을 참 좋아한다. 내가 살았던, 놀았던, 거닐었던 그 거리들, 그 집들, 그 사람들을 좋아한다. 내가 고등학교 다닐 때 전북은 250만이었는데 지금은 180만을 조금 넘든다고 한다. 그럼 빠져나가는 인구를 붙잡고 인구 유입을 늘려서 숫자를 불려나가는 기업과 공장유치가 유일한 해결책으로 등장한다. 그러나 우리는 경주에 가서 높은 현대식 건물을 찾지 못했다고 해서 실망하지 않는다. 이미 남들이 앞선 분야에서 뒤쫓아 가면서 열등감 느낄 필요는 없다. 다른 도시가 갖지 못한 것, 남들이 부러워하는 분야에서 앞선 전북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나는 그것이 전주식 모델이라고 규정한다. 비빔밥에는 각기 서로 다른 다양한 재료들이 들어가지만 한 그릇 안에서 각자의 맛을 고유하게 간직하면서 새로운 비빔밥의 맛을 만들어낸다. 거기에는 밥이 나물을 잡아먹지 않는다. 서로 조화롭게 어울려 고추장, 참기름과 함께 새로운 맛을 만들어낸다. 인구 30-50만 규모 유럽의 도시들이 우리의 모델이 되어야 한다. 도시가 반드시 커야만 하는가? 넓은 도로, 높은 빌딩, 많은 인구 이것이 발전과 풍요를 상징하는 것이어야 하는가. 100만 광역도시, 100만 당원... 숫자의 위력 앞에 알맹이 없는 공허함을 되풀이해야 하는가 남에게서 빼앗아서 가져오는 제로섬게임을 벌일게 아니라 더불어 잘 살 수 있는 모델을 찾아야 한다. 약한 것을 큰 것이 잡아먹는 방식이 아닌 서로 특성을 살려 공존하면서 협력하는 모델이 바람직하다. 나는 이미 공업화에 앞선 지역들이 선수를 치고 있는 분야에서 경쟁하지 말기를 바란다. 차라리 어차피 늦은 거라면 아무도 관심 기울이지 않는 분야, 미개척분야에서 처음부터 20-30년 장기계획을 잡고 착실히 투자하길 바란다. 이것이 블루오션전략이다. 우리는 전주식 발전전략을 가져야 한다. 전주식 콩나물백반, 전주식 비빕밥, 전주식 가정백반 전주라는 브랜드가 갖고 있는 장점을 살린 모델을 세워야 한다.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하고, 굳이 비쌀 필요가 없다. 한 상에 수 만원하는 전주의 한정식과 수 천원하는 백반 중에서 사람들이 감탄하는 것은 수 천원짜리 전주식 백반이다.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가면 되는 것, 뒤쳐졌다고, 소외되었다고 볼멘 소리할 시간에, 남들보다 앞선 우리의 장점을 무기로 새로운 비전을 열어나가야 한다. 나는 전북이 앞선 공업화 지역인 영남의 산업을 단기간에 앞지르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남을 뒤따라가는 것으론 앞서기 어렵다. 남이나 우리나 시작단계라 생소하지만 방향을 제대로 선택하고 집중하면 반드시 성과가 있을 것이다 우리도 차세대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한다. 나는 그것이 전주 사람들이 갖고 있는 전통과 문화의 힘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크고 강한 것만을 추구하는 양적 울타리를 벗어나 삶의 질을 생각하며 소수 집단이 발전의 성과를 독점하지 않도록 공동체를 아름답게 가꾸고자 하는 사람들의 네트워크가 그래서 더욱 소중하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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