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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사는 문제와 정치
작성자 :
김성주
날짜 :
2008-03-26
최근 끝난 대만 총통선거에서 경제를 내세운 마잉주 국민당후보가 8년만에 민진당으로부터 정권을 넘겨받았다. 한국도 경제를 앞세운 이명박정부가 10년만에 보수정부를 탄생시키지 않았던가. 국민당의 대표구호가 633(경제성장율6% 국민소득3만불 실업율3%이하)이라니 한나라당의 747(경제성장율7% 국민소득4만불 세계7대강국)공약과 유사하다. 성장률과 소득수준은 한 단계 낮지만 낮은 실업율을 제시한 것은 피부로 와닿는 구호를 내세운 것으로 보인다. 옛날보다 잘 살게 된 지금이나 앞으로도 여전히 경제가 중요한 이슈일 것이다. 잘사는 나라, 못사는 나라 가리지 않고 아니 오히려 잘사는 나라에서 경제문제는 정권의 향배를 좌우할 것이다. 프랑스와 미국에게 연달아 승리하고 독립과 통일을 달성한 어느 베트남 지도자는 "경제문제는 총 쏘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영원한 청춘들의 우상 체게바라도 혁명 직후 쿠바에서 산업부장관을 맡았지만 별 신통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고 한다. 도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갖고 씨름하는 나 역시 내 자신의 먹고사는 문제에 대해서는 별 뚜렷한 대책이 없는 게 사실이다. 평생직장 철밥통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고 기껏해야 4년짜리 단기선출직이라 생계대책이 막막(?)할 따름이다. 경제와 정치가 엄격히 분리돼서 작동하고 있는 현실에서 왜 경제에 대한 평가에 따라 정치가 좌우되는 것일까 사람들은 더 많은 생산, 더 많은 성장을 원하는 것 같지만 결국 생산한 부의 분배를 더 열망하는 것이다. 대선승리이후 한나라당내에서 벌어지는 공천을 둘러싼 권력투쟁양상을 ‘밥그릇싸움’이라고 한다. 이것은 경제문제일까 정치문제일까. 집에서 키우는 개도 먹고 있는 밥그릇을 치우면 주인에게도 으르렁거린다. 결국 경제문제는 정치문제와 통하는 것이다. 북한에서는 ‘이밥(쌀밥)에 고깃국 먹는 것’을 경제문제의 해결로 보았지만 아직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남쪽에서는 보릿고개를 넘는 것을 경제문제해결로 보았지만 보릿고개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는 지금 경제문제가 해결되었다고 선언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경제문제는 시대에 따라 변한다. 인간의 욕망은 무한한 것이어서 절대적 빈곤만 벗어나면 해결되는 것으로 알지만 상대적 빈곤이라는 새로운 욕망이 생겨나기 마련이다. 결국 경제문제의 해결이라는 과제는 풀지 못하는 숙제로 항상 남아 있을 것이고 정권의 운명은 이에 따라 앞으로도 계속 바뀔 것이다 맹자도 '항산(恒産)이 없으면 항심(恒心)이 없다'고 하지 않았던가. 일정한 직업을 통한 소득 없이는 생계를 이어가기 힘든 실정에서 괜찮은 일자리를 얻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은 당연하다. 월급 외에는 재산증식수단을 알지 못하는 순진한 사람들에게 앞날은 여전히 험난해 보인다. 문제는 쓸 만한 일자리가 그리 많지 않다는 데 있다. 일자리 조차 양극화되어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서울과 지방의 임금격차가 갈수록 크게 벌어지고 있다. 한국의 고용시장은 왜곡되어 있다. 주변에서 흔히 보는 명함은 보험회사, 학습지회사 등이다. 사회의 공적보험이 정착하기 전에 시장을 장악한 사보험은 제 살 깎기 경쟁의 단면을 보여준다. 결국 공공이 보장해야 할 노후를 사보험에 과잉 의존하게 만들어버리고 국가는 시장원리 뒤에 숨어서 제 역할을 다하지 않는다. 학습지 역시 아이들의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학습지회사의 필요에 의해 일찌감치 아이들을 사교육에 길들이는 역할을 담당한다. 건설회사는 수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건설사의 몰락을 방지하기 위해 벌이는 ‘한반도대운하사업’과 같은 토목사업에 매달리게 된다. 우리나라는 OECD국가 중 영세자영업의 비중이 가장 높은 나라이다. 전북은 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자영업 비중이 우리나라에서도 가장 높은 지역이다. 허울좋은 이름 뿐인 사장이 많고 실속 있는 직원이 적다는 것이다. 외환위기 이후 치중했던 창업유도식 일자리정책은 식당 창업 붐을 일으켜 급기야 한계상황에 내몰린 식당업주들의 ‘솥단지’ 상경시위를 불러일으켰고 영업용택시의 급증은 사납금도 채우지 못하는 상황을 만들었다. 이제는 ‘일자리 30만개 창출’식의 숫자 채우는 일자리보다 어떻게 괜찮은 일자리를 만들어낼 것인가로 관심을 돌려야 한다. 유치와 창업 그리고 창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일자리를 나누는 것이 필요하다. 이미 사회에서 보유한 잉여가치를 일자리로 연결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회적 기업은 돈도 벌고 사회적 기여도 하는 새로운 유형의 일자리창출전략이다. 이미 전북에 3군데의 사회적 기업이 인증을 받아 탄생했고 올해 10여 곳이 준비 중이다. 우리가 갖고 있는 잠재력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일자리창출전략을 사회적 기업을 중심으로 펼쳐나가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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