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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칼럼
소 잃고도 외양간을 못 고치는
작성자 :
최병희
날짜 :
2008-05-21
‘소 잃고도 외양간을 제대로 못 고치나?’ 이는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미국 쇠고기 수입문제가 아니다. 사태 발생 두달이 다되어가도록 확산 경로는 커녕 그 원인조차 속 시원히 밝혀내지 못하고 있는 고병원성조류인플루엔자(AI)의 허술한 방역대책과 피해자들의 고통을 외면하는 겉도는 지원방안을 두고 하는 말이다. 지난 4월3일 AI가 처음 발생한 우리 전북지역에서만 이미 550만 마리가 넘는 닭과 오리가 매몰됐다. 그 피해액은 1,200억원에 이르고, 전국적으로는 2,000억원을 넘어 역대 최대규모의 피해가 예측된다. 하지만 아직까지 뒷수습이 제대로 되지 못하고, 오히려 확산돼 전국의 닭과 오리를 살처분해야 할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오염된 가금류에 대한 이동통제와 소독 등 당국의 방역늑장대처가 불러온 결과 치고는 그 피해액이 가히 천문학적이다. 초기 신속한 대처가 중요하다는 교훈을 얻기엔 우리가 지불한 비용이 너무 크다는 안타까운 심정이다. AI사태이후 사육농가와 함께 관련 업계 역시 큰 타격을 입고 있다. AI발생으로 살처분을 한 전국의 농가와 판로가 막힌 주변지역의 농가, 닭.오리 등을 취급하는 음식점, 심지어 판매제한 조치가 내려진 재래시장 상인들에게까지 그 피해의 파장이 직.간접적으로 미치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의 후속대책은 초기 안이한 대처만큼이나 미온적이어서 문제를 키우고 있는 형국이다. 우선, 피해농가의 고통을 덜어주고 이런 일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힘을 모아야 하지만 정부의 지원대책은 현실에 맞지 않게 비합리적이다. 현재 정부는 피해농가에 한정해 보상을 해주고 있으며, 그마저도 최초 발생농가에 대해서는 생계안정자금마저 지원하지 않아 자발적인 신고를 기피하게 할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 따라서 최초발생농가에 대한 보상기준 마련과 함께 간접 피해를 입은 음식점과 상인들에 대한 종합적인 보상대책도 수립되어야 한다. 정부가 사전에 철저한 방역대책을 세우지 못해 재해에 가까운 피해를 입은 농가와 간접피해를 당한 상인들에 대해 그 책임을 인정하고 보상하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또, 산란계 및 종계 등 살처분 닭의 수량이 1만수 이상일 경우에는 수량에 관계없이 총 1,400만원까지만 한정지원 토록 제한하고 있는 생계안정자금이나 소득안정자금 규정도 합리적인 방향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이밖에도 좁고 밀폐된 사육시설 환경에 문제가 있다면 시설현대화를 위한 국고지원 비율을 20%에서 40%로 늘리는 등 장기적인 안목에서 치밀하게 살펴야 할 것이다. 언제까지 이렇듯 큰 피해를 불러온 AI를 반복해야 하는가. AI는 2003년 이후 벌써 세차례나 발생했지만 아직까지 정확한 발생원인 조차 규명되지 않아 농가들을 불안케 하고 있다. 이제는 AI가 토착화되어간다는 소문에 가금류의 소비 자체를 꺼리는 상황이 연출되는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몇해전 부터 전문가들은 가축전염병의 대응에 있어 수의사 인력 부족, 살처분시 매립장 확보지연, 의심가축에 대한 신고지연, 관련 예산부족 등의 문제점을 지적했었다. 이번 AI사태로 인해 예방약품 비축, 가축 이력제 실시, 예산확보 및 전문인력 육성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한 사실이 속속 드러나 비난을 받고 있다. 정부는 각종 재난과 전염병 등에 대한 효율적이고 신속한 대응체계를 확립하고 안전체계에 대한 실천적 지침을 세울 것을 당부한다. 이제부터라도 외양간을 잘 고쳐서 같은 우를 범하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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