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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오보, 인간 영역 아닌 자연 현상
작성자 :
유유순
날짜 :
2008-07-29
하늘의 기상을 예측했던 이들은 역사적으로 귀인의 대접을 받았다. 모두가 다 아는 삼국지에 등장하는 촉의 제갈량은 조조의 위나라에 맞서 적벽에서 일기의 변화를 예상하고 화계를 사용함으로 승리를 이끌어 냈다. 제갈량이 바람을 불게 만든 것이 아니라 바람이 부는 시점을 예지하고 그에 맞는 전술, 전략을 사용한 것이다. 예부터 가물거나 홍수가 나는 등 기상 재해가 일어날 때 백성들은 임금의 부덕이 하늘을 진노케 해 그 같은 환란이 일어난다고 봤다. 고대시대에는 이런 이유로 왕을 불태워 죽이기도 했고 역사시대에는 왕이 하늘에 제사를 지내며 달래기도 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기상변화에 대해 인간들은 그 판도를 정복하기 위해 애써 왔고, 지금도 역시 이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최근 기상청의 오보는 국민들로부터 많은 질타를 받으며 관계자들을 전전긍긍하게 하고 있다. 기상청은 지난 25일 “주말에는 장마전선의 영향에서 벗어나 흐리고 한두 차례 비가 오겠고, 영동지역을 중심으로 20∼60㎜의 비가 더 내리겠다”고 예보했다. 이 같은 기상청의 주말 예보는 또 여지없이 빗나갔다. 26일 강릉 20.5㎜, 동해 10.5㎜ 등 적은 비가 내린 반면 춘천엔 예상보다 많은 66.5㎜의 비가 내렸으며 경기북부지역엔 100㎜이상의 폭우가 쏟아졌다. 기상청은 또 지난 19∼20일에도 태풍 ‘갈매기’의 영향으로 도 전역에 강한 비바람을 예보했으나 21일 동해안에 비가 내리지 않는 등 빗나간 예보를 했다. 기상 관측 정보가 조밀할수록 예보의 정확도가 높아지는데, 국내에 비해 서해와 중국 등의 관측망이 조밀하지 못한데 그 이유가 있다고 한다. 또 관측된 정보를 바탕으로 날씨를 전망하는 수치예측모델도 미래의 날씨를 정확하게 예측하는데 한계를 가지고 온다고 한다. 슈퍼컴퓨터를 마련하고 이를 토대로 막대한 양의 기상변화 판도를 수치로 데이터화해 미래를 예측해내는 것은 일정한 주기에 따라 ‘그렇게 될 것이다’라고 보는 일종의 믿음이다. 그리고 그 믿음은 기존의 질서를 크게 어긋나지 못한다. 하지만 문제는 기상관측의 과학이 날로 발전한다 할지라도 기존 질서를 벗어나는 돌발적 상황이 발생할 때에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고, 장담하더라도 피해의 수치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기상청은 무엇이든 다 맞춰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자신들이 뽑은 수치가 틀린다 할지라도 발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국민들은 그들에게 직무유기 또는 무능한 기관으로 폄훼와 비난을 가하니 나름대로 답답할 것 같다. 여름이 되면 늘 재난영화가 인기를 끈다. 우주에서 거대한 운석이 지구에 떨어지는가 하면, 지구 온난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기후 변화에 따른 빙하기가 설정될 때도 있다. 거대한 태풍이 도시를 강타하기도 하고 뜨거운 용암이 스물 스물 인간을 향해 돌진한다. 땅이 갈라지고 뒤엎어지는 때도 있다. 하늘에서 어른 머리만한 우박이 떨어지고 뜨거운 산성비가 세상을 다 녹이려 한다. 이런 재난 영화에서도 늘 기상청과 지질학자,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환란이 닥치기 전까지도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다. 문제는 우리에게 있다. 전 인류의 대승적 문제이다. 기후 변화를 예측하지 못하게 복잡다단하게 꼬아놓은 것도 인류의 업보다. 너무도 진부한 표현이지만 재난의 일부는 ‘건강을 잃어가는 지구가 일종의 바이러스들을 물리치기 위한 몸부림’이다. 그 바이러스 같은 존재들은 바로 인간들이다. 기후와 날씨의 변화는 인간의 영역이 아니다. 이를 가지고 너무나 기상청만 탓하지 말자. 물론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부어 각종 시스템을 완비, 정확도에 더욱 만전을 기해야 하는 것은 기상청의 할 일이며, 나아가 의무이다. 더운 여름에 너무 이런저런 일로 항의하고 화내고, 흥분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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