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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 '고려장'시킬 것인가
작성자 :
오은미
날짜 :
2008-07-28
며칠 전 7월 22일 전라북도 도의회 정례회의에서 민선4기 도정 핵심 사업인 ‘기업유치 실적 부풀리기’와 ‘농업기반 없이 국가식품은 없다’ 등에 대해 도정질의를 하였다. 기업유치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라면 ‘지구 끝까지 라도 가겠다’, ‘도둑질 빼고는 다 하겠다’라며 기업유치의 한 길로 달려온 성과가 전북도에서 발표한 기업유치 숫자와 일자리 창출의 성과가 실제 와는 상당히 많은 차이가 있었다. 지난 2년 동안 287개 기업유치, 약 6조원 투자, 2만 6천여 명 고용창출효과가 완료된 것처럼 발표하였지만 실제 유치된 업체 수는 6월 현재까지 73개 업체와 3,405명이 고용될 뿐이었다. 마치 많은 기업이 실제 유치되고 고용이 된 것처럼 각종 업무계획과 업무보고, 언론에 발표한 것은 유치 실적을 올리기 위해 숫자 부풀리기가 아닌가를 지적하였다. 물론 이전기업의 완전가동과 계획된 인력이 고용되기까지는 일정기간이 소요됨을 감안하더라도 기업유치 실적이 대부분 MOU 체결로 예측되는 숫자로 발표한 것은 치적 쌓기에만 열을 올린 것은 아닌지 따져 물었다. 도민의 혈세로 온갖 특혜와 지원을 아끼지 않으면서도 도민의 제대로 된 알 권리를 침해한 것이기 때문이다. 전라북도의 재정자립도가 전국최하위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일이다. 낙후 전북의 오명을 벗기 위해서 기업유치전략으로 매진하는 것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균형을 잃고 한쪽으로만 치닫는 정책이 오히려 도정전반의 불균형을 초래하여 결국 도민들의 삶을 더욱 어렵고 힘들게 할 것이다. 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막대한 예산을 출혈하면서 성과를 위한 숫자놀음이 전북도의 재정난을 더욱 부채질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낙후 전북은 기업유치만을 위해 해결될 일이 아니다. 현재 전라북도를 유지하고 있는 다양한 분야에 대한 세심한 관심과 배려, 지원이 전북실정에 맞게 유지 발전하게 하는 방법 중의 하나라고 본다. 기업은 있으되 노동자가 없는 전북! 노동자들의 안정된 일자리와 안정된 소득은 결국 전북의 경제 활성화를 가져온다. 작업환경이 열악하고, 저임금으로 인한 이직율과 인구유출이 심한 현실을 보더라도, 노동자들의 삶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기업하기 좋은 전북’ 뿐 아니라, 노동자들이 ‘일하기 좋은 전북’에도 관심을 가질 때이다. 특히 농업도 하나의 산업이다. 모든 산업을 뒷받침하는 기반 산업이요, 국가 기간산업이다. 세계적으로 식량 위기가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래생명산업이고 국가 안보 차원에서 보호 육성되어야 마땅하다. 세계 식량생산량도 사상최고이지만 소비량 또한 사상최고로 식량수출국들은 수출중단과 함께 수출량을 줄여나가고 있고, 이미 선진국들은 자국 농업을 보호 육성하기 위하여 막대한 예산을 투자, 지원하고 있지 않은가? 휴대폰, 자동차, 반도체 팔아 값싼 농산물 수입하면 된다는 논리는 이제 통용되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의 농업은 어떠한가. 수입개방 압력도 모자라 정부의 농업정책은 그야말로 농업포기, 농업말살 정책이다. 거기에 기름값, 사료값, 비료값이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치솟아 농민들은 고사 직전 인데 중앙정부와 전북도의 농업에 대한 지원은 인색하기 짝이 없다. 전북도는 중앙정부의 실효성 없는 생색내기 대책만 읊조리며 도차원의 지원책은 더 이상 없다고 딱 잘라 얘기한다. 전북도의 농업과 농민에 대한 인식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 다시 확인하는 대목이고 도정질의에 대한 김완주 지사의 답변태도에서 농업과 농민을 대하는 태도가 전북의 현주소와 미래를 보는 듯해 씁쓸하기만 했다. 불치병에 걸린 가족이 있어 내일 죽는다 해도 빚이라도 얻어 수술도 해보고 살리기 위해 할 수 있는 방법을 모두 동원하여 온 가족이 매달리는 것이 도리인데, 죽어가는 농업과 농민을 두고 내팽개치는 전북도와 도지사의 태도가 심히 유감이 아닐 수 없고 전북의 미래가 암담할 수밖에 없다. 지금 당장 수지타산이 안 맞는다고, 눈에 보이는 가시적인 성과가 없다고 천덕꾸러기 취급하는 농업, 농민은 전북의 정책 대상이 아니란 말인가? 농업정책이 경쟁력을 외쳐대면서 경쟁하라 하지만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농업을 경쟁력을 갖추게 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하는데, 모든 것을 농민에게 떠넘기려 한다. 고려장을 강요하며 죽으라는 소리다. 그러면서도 국가지정 식품산업을 전략산업으로 육성한다 하는데 고사되는 농업을 가지고 무얼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먹을 것을 잃는 다는 것은 자존심을 잃고 구걸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라도 농업은 미래 생명산업으로 큰 소리 뻥뻥치는 전북의 효자산업이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민선4기 반환점을 돌아가는 이 시점에서 김완주지사의 획기적인 인식 전환을 간절히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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