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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칼럼
설득력 없는 주공과 토공의 통폐합안
작성자 :
김명수
날짜 :
2008-08-22
지난 14일 개최된 ‘주공·토공 선진화를 위한 공개토론회’는 예상했던 것처럼 두 기관의 통폐합을 위한 수순 밟기에 불과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국토연구원 김근용 연구위원은 주공과 토공을 통합하는 방안과 구조조정 후 별도법인으로 존치하는 방안으로 나누어 의견을 제시했는데 그간 정부의 행보를 고려하면 결국 통합방안이 최종안으로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를 비롯한 통폐합 찬성론자들이 이날 내세운 통폐합의 이유는 효율성 증대와 부채 경감 등 그 동안 정부 쪽에서 나왔던 내용을 되풀이하는 수준이었다. ‘공기업 선진화’라는 뒤떨어진 구호를 내걸고 밀어붙이고 있는 정부의 통폐합 방안이 얼마나 비효율적이며 비논리적인지를 스스로 증명하는 꼴이 된 셈이다. 국민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국토계획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공청회를 거쳐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단 한 번의 토론회만으로 그러한 절차를 매듭지으려 하고 있다. 정 부가 시도하는 통폐합은 이처럼 철학과 논리가 부족하고 절차도 무시한 채 추진되고 있다. 게다가 법적으로 보더라도 문제의 소지가 다분하다. 현대사회의 특징으로 세분화와 전문화를 꼽을 수 있다. 치열한 경쟁의 정글 속에서 사회 각 부문이 전문적으로 분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추세를 애써 무시한 채 미리 정해놓은 통폐합의 목표만을 이루기 위해 움직이는 것은 문제가 있다. 권위 있는 KDI, 국토연구원, 영화회계법 등의 연구기관들이 “통합보다는 각각 설립목적대로 기능을 특화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한 것은 이러한 시대적 특성을 잘 파악한 결과가 아닌가? 통·폐합론자들이 가장 많이 드는 이유는 경영의 효율성 측면이다. 통합을 함으로써 방만한 경영이 제거되고 기능중복과 재정부담이 해소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지난 10년 동안 많은 전문기관들이 내놓은 연구결과는 그들이 주장하는 것과는 정반대로 나타난다. 통폐합에 의한 공룡기업의 탄생으로 오히려 조직의 효율이 떨어지는 반면 재무위험은 가중된다는 것이다. 두 기관 간의 중복업무가 적어 시너지 효과도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 1~2년 사이 전문연구기관들의 분석을 뒤집을 만큼 경제환경이 급변하지 않은 이상 통폐합을 주장하는 인사들의 말에는 논리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금번 통폐합안의 맹점은 공법적(公法的)인 관점에서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것이다. 공기업의 공적 기능은 헌법상의 기본권보장이라는 헌법가치가 국가에 부여하는 국가책무에 속하는 것이다. 따라서 공기업의 통합 여부는 각각의 기관이 수행하는 공적 기능에 대한 법리적 검토가 면밀히 이루어진 연후에야 판단할 문제이다. 쉽게 말하면 정부의 통합방침은 경영효율화라는 편향적 시각에 치우쳐 법적 관점에서 요청되는 공익적 고려가 배제되고 있는 것이다. 토공법 제25조는 국토부장관이 필요한 범위 내에서 공사의 업무를 지도·감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행정감독권은 경영목표달성에 한정되는 것이며 조직의 통폐합에 대해서는 미치지 않는다. 이점에서 정부의 통폐합은 감독권의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써 위법이다. 그밖에 정부의 통합결정은 행정조직법정주의 입장에서 볼 때 국회입법의 원칙에도 반하는 것이다. 헌법 제40조에는 “입법권은 국회에 속한다”고 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법률에 의해 만들어진 조직의 통폐합에 관한 문제는 일차적으로 주권자인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에서 먼저 논의되어야 한다. 정부가 통폐합 관련 법률안을 발의하는 것은 헌법상의 권력분립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으로 위헌이라고 볼 수 있다. 주공과 토공의 통폐합은 뚜렷한 원칙 없이 정치적인 필요에 의해 강행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설득력 있는 논리는 제시하지 못하고 일부 직원들의 비리를 침소봉대하여 언론에 보도함으로써 여론을 호도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의 이러한 태도야말로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국가발전을 저해하는 일이다. 정부가 지금 해야 할 일은 통폐합을 전면 중단하고 공기업의 효율성과 경쟁력을 강화시켜 특화되고 전문적인 기업이 되도록 경영시스템을 개혁하는 일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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