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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칼럼
박경조 경위의 고귀한 죽음을 애도하며
작성자 :
김연근
날짜 :
2008-10-01
지난 주말 박경조 경위의 원통한 죽음이 우리를 우울하게 했다. 박경조 경위는 김제 황산에서 났고 익산 남성고과 군산대를 졸업한 전북사람이었다. 내 개인적으로는 고등학교 동기였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간간이 소식만 들을 뿐 자주 만나지는 못했지만, 말수가 적고 성실했던 고등학교 시절의 모습은 지금도 눈에 선한 친구다. TV에 공개된 사건 당시의 영상을 보면 박 경위가 이미 돌맹이를 던지고 쇠파이프를 휘두르던 중국어선에 가장 먼저 올라타는 장면이 그대로 나타나있다. 그 친구가 그 상황에서 왜 그래야만 했을까. 고인은 말할 것도 없고 남겨진 가족들의 입장에서 보면 원통하기 그지 없는 억울한 죽음이다. 아마도 고인은 그 상황에서 이 세상 누구보다 극심한 공포를 느꼈을 것이다. 박 경위는 중국어선들의 광포함을 누구보다 오랫동안 보아온 사람이다.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박 경위와 함께 출동한 7명의 해경들 중 박 경위는 최연장자였을뿐만 아니라 가장 직급이 높은 현장 지휘관이었다. 그런 그가 부하들을 보호하기 위해 맨 먼저 맨몸으로 배 위에 뛰어올랐고 가슴 아픈 희생을 당했다. 야멸차게 말하면 그는 그 상황에서 굳이 앞장서지 않아도 되었던 것이다. 그런 그가 가장 먼저 앞장서서 위험을 자초한 것은 그 상황이 얼마나 위험했는가를 역으로 말해준다. 같이 고등학교를 다녔던 우리 친구들은 그 비디오를 보고 또 보면서 평소의 과묵하면서도 책임을 다하던 그의 모습을 떠올렸다. 나는 친구의 그 희생을 보면서 진정으로 국익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공무원이란 어떤 존재들인가를 다시 생각했다. 그는 바다의 최일선에서 영토주권을 지킨 전사였다. 그에게 공무원이라는 직업은 편안하게 평생을 보장받은 직업이 아니라 매일매일 목숨을 건 사투에 나서야 하는 전사의 위치였을 것이다. 바다를 지키고 그 바다를 통해서 한국어민들의 이익을 사수하며, 영토의 존엄함을 알려야 하는 최일선의 영토지킴이가 그였다. 나는 박 경위의 죽음을 보며 목숨을 걸고 울릉도를 지켜 오늘날 독도의 한국 영유권에 지대한 근거를 제공한 숙종조의 안용복이 따로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보면 지금 우리 곁에는 수많은 제 2, 제 3의 안용복이 우리 곁에 있는 것이다. 박 경위의 죽음은 우리가 지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고결한 의지와 고된 노력에 힘입으며 살고 있나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이제 우리는 박 경위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해야 한다. 첫째로는 박 경위의 희생을 통해 우리의 영토주권이 얼마나 어렵게 지켜지고 있는가를 깨달아야 한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는 지금도 최일선에서 싸우고 있는 수많은 박 경위의 친구들을 소중히 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우리 곁에도 목숨을 걸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지킴이들이 있다. 소방공무원들이 그렇고 마약과 폭력과 청소년들의 위험에 맞서 싸우는 경찰공무원들이 그렇다. 그러나 그들에 대한 고마움을 갖고 표현하는 것만으로는 안된다. 그들의 안전을 위한 최대한의 장치가 있어야 한다. 세상은 점점 험해지고 보이지 않는 위험들은 우리 곁에 상존하고 있다. 이제 그 사회적 위험에 맞서 싸우는 이들을 제대로 대접하고 격려하며 고무하는 사회적 제도와 장치가 있어야 한다. 또 당연하게도 그렇게 최일선에서 싸우다 순직한 이들에게 그에 합당한 보상과 사회적 위로가 있어야 한다. 박 경위의 막내아들은 이제 12살이다. 아빠의 죽음을 이 세상 그 무엇으로 달랠 수 있겠는가. 그러나 그가 점점 자라나 이 상처를 잊어갈 때 상처가 남은 자리에 아빠에 대한 자랑스러움과 그 아빠를 끝까지 기억해주는 조국의 따뜻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 경애하는 내 친구 박경조 경위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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