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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칼럼
562돌을 맞는 한글날이었다
작성자 :
김희수
날짜 :
2008-10-13
어제는 훈민정음 반포 562돌을 맞는 한글날이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를 기념하기 위하여 4일부터 11일까지를 한글주간으로 선포하고 경복궁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다양한 문화예술행사를 치르고 있다. 한글날을 기념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이러한 노력의 이면을 들춰보면 현재 위험에 처해 있는 한글의 위상을 엿볼 수 있다. 유네스코가 훈민정음을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지정하고 문맹률을 낮춘 개인이나 단체에 주는 세종대왕상을 제정하는 등 한글은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몇 안 되는 언어인 것은 사실이다. 우리 국민들 또한 자긍심을 갖고 있다. 하지만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세계화 정보화로 인해 세계 6,500여개의 언어가 몇 개의 주요 언어로 재편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여 한글을 더욱 효율적인 의사소통 수단으로 가꾸어 나가는 일에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일찍이 알퐁스 도데는 나라말의 중요성을 이렇게 강조했다. “한 민족이 다른 나라의 지배를 받게 될 지라도 자기 말만 잘 지키고 있다면 감옥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일제시대를 겪은 우리네 가슴을 울리고도 남을 만한 설득력이 있는 말 아닌가! 익히 들어 왔듯이 핀란드, 덴마크, 프랑스 국민들은 외국어를 잘 구사한다고 하더라도 자기 나라 말을 고집한다고 한다. 우리가 영어도 모자라 일어와 중국어를 교통표지판을 비롯한 각종 안내판에 병기할 때 그들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자국어만을 표기하고 있다. 그들이 이와 같은 태도를 취하는 것은 세계화의 중요성을 몰라서가 아니다. 외세에 의해 자신들의 정체성이나 다름없는 국어를 잃을 뻔한 경험을 공통적으로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언어는 어느 한 민족의 혼이며 역사이기 때문에 자긍심을 갖고 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많은 식민지국가들이 독립했으며 지금도 구소련과 중국에 속한 많은 국가들이 독립을 위해 투쟁하고 있다. 세계 곳곳의 지역들이 자신들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토착어 내지는 방언을 지키기 위해 조례제정을 비롯한 각종 노력을 다 하고 있다. 우리의 경우는 어떤가? 사회적 영향력이 있는 일부 인사들이 세계적인 흐름을 읽지 못하고 영어를 공용화하자는 천박한 주장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영어가 그렇게 필요하면 현행 입시 위주의 교육을 개선하면 될 일이지 국민의 사고를 지배하고 있는 한글을 훼손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진정으로 영어 능력을 향상시킬 목적이라면 공연히 영어 공용화를 꺼내지 말고 학자들이 주장하듯 우리말을 논리적으로 잘 구사할 수 있도록 국어교육에 더욱 힘써야 할 일이다. 한글에 대한 사랑과 자긍심이 가장 중요한 요소이지만 급변하는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일이다. 우선 우리말에 대한 원론적인 가치만을 강조하는 편협한 국수주의를 경계해야 한다. 대표적으로 외래어를 들 수 있는데 세계화 시대에 불가피한 측면이 있는 것을 인정하고 한글과 관련된 기관이 주체가 되어 우리말 대체어(代替語)를 찾는 노력을 다해야 한다. 언어는 살아 있는 생물 같아서 외래어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우리말로 수용하는 데 있어 뚜렷한 기준을 갖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정보화 세계화 시대에 걸맞게 산업화에도 관심을 두어 정보화 시대의 효자산업이 될 수 있도록 육성해야 한다. 외국인을 위한 한글 교수법과 교재 개발을 서두르고 문자가 없는 제3세계 국민을 위한 프로그램도 개발하여 보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조형적인 아름다움으로 디자인계에서 인정받고 있는 한글 디자인 산업도 정책적 관심을 집중해야 할 분야이다. 최근 아시아권을 넘어 남미와 중동까지 진출하고 있는 한류는 한글을 널리 알리고 산업화하는 좋은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한글은 우리 민족의 사고를 지배하는 언어이기 때문에 국민 각자는 한글이 풍성한 의사소통의 수단이 될 수 있도록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아울러 정부는 행사 위주의 보여 주기식 한글 육성에서 벗어나 정보화 세계화 시대에 맞는 한글산업화 정책을 펼쳐야 할 때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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