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잘하는 의회, 함께 만드는 전북전북특별자치도의회
다사다난했던 2023년이 저물고 번영을 상징하는 청룡의 해 2024년이 밝았다. 코로나19로 인해 소중한 사람과 만나지 못하고 멀리서 안부를 물어야만 했던 불편함도 묵은해에 다 담아두고, 새해에는 자유롭게 따스한 인연을 가까이에서 느끼고 덕담을 나눌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좋은 이야기만 하기에는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 매우 어수선하다. 교수신문이 선정한 2023년 한국사회를 표현하는 사자성어가 ‘견리망의(見利妄意)’다. ‘이로움을 보자 의로움을 잊는다’는 뜻이다. 2022년에는 ‘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다’는 뜻의 ‘과이불개(過而不改)’가 선정되기도 하였다. 지난 23년 동안 선정된 사자성어 중 가장 직설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도 그럴 것이 대한민국의 중대사를 결정하는 리더들의 행태가 대한민국을 책임지기보다는 소수 권력의 이익 극대화를 위한 정책을 결정하고, 언론을 유린하기 때문임은 누구나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잘못이 있으면 이를 인정하고 정책의 전환을 꾀해야 하는데 ‘염치’까지 없으니 대한민국 사회가 위기의 소용돌이에서 표류하며 혼란에 빠지는 것이다.
오래전부터 ‘나만 아니면 돼’라는 말이 생활 깊숙한 곳에 자리 잡기 시작했다. 웃음을 주는 말이지만, 이런 말들이 우리가 살아가는 방향을 정하는데 영향을 주는 것 같아서 마음 한구석이 무겁다. 이런 환경 속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어갈 청소년들이 무엇을 본받고, 어떤 가치관을 형성하며 성장할지 걱정되는 것은 필자뿐만은 아닐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오피니언 리더들의 행동변화를 촉구하고, 시대변화를 일으키도록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한민국 역사 속에서 민초들이 작은 힘을 모아 위기를 극복한 사례는 너무도 많다. 대표적으로 연말연시에 상징처럼 존재하는 구세군의 ‘자선냄비 모금운동’이나 매년 100도를 넘겼던 ‘사랑의 온도탑’, 1997년 외환위기 시절 오랫동안 소중하게 간직해 온 돌반지를 내어 놓았던 ‘금모으기 운동’이 그것이다. 민초들은 항상 내 눈앞의 이익을 탐하지 않고, 서로 협력하며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를 성장시켰다. 필자는 우리나라의 어려운 시기를 극복해왔던 가장 큰 힘이 되었던 배경은 ‘공공의 선’과 ‘의(義)’를 실현하기 위한 협동정신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위기상황을 변화시키기 위해서 가장 중심이 되어야 하는 것은 국민들이다. 유례없는 물가상승, 고금리, 고유가로 인한 서민경제의 큰 어려움이 국민들로 하여금 생존 이외의 다른 것에 관심을 둘 수 없도록 하고 있지만, 시대는 국민들에게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기회를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통해 다시 주고 있다. 이미 예비후보로 등록하고 선거운동을 펼치는 입지자도 있으며, 여당과 야당에서는 국민들에게 공감받는 경쟁력 있는 후보를 선출하기 위한 검증을 시작했다. 우리는 3개월 간 진행되는 이 기회를 반드시 잘 활용해야 한다.
기술의 발전으로 나노시대가 되어가고 있다고 하지만, 우리 사회를 오랫동안 지탱해왔던 기본골격은 흔들리지 않아야 하고 마땅히 존중받을 것이다. 2024년은 다시 민초들의 협력으로 대한민국의 위기를 극복하는 한 해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래서 올해 연말에는 이익을 보면 옳음을 먼저 생각하는 ‘견리사의(見利思儀)’를 말하면서 한 해를 마무리하기를 기대한다.
나인권 전북도의회 농산업경제위원장 / 전북일보 2024.01.04.(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