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잘하는 의회, 함께 만드는 전북전북특별자치도의회
‘뭉쳐야 찬다’는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TV 스포츠 예능프로그램이다. 출범 당시만 해도 백전백패를 면치 못하던 ‘어쩌다 FC’였다. 하지만 일취월장, ‘어쩌다 벤져스’가 되어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의 막강한 조기 축구팀과 대등한 경기를 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축구의 묘미와 예능의 즐거움 그리고 안정환 감독의 변화무쌍한 리더십으로 한 주의 피로가 풀린다.
전북도 김관영 호가 출범한 지 1년 6개월이 흘렀다. 젊은 지사답게 과감한 추진력과 배짱, 그리고 능숙한 정치력으로 숙원인 전북특별자치도를 성취하였다. 이로써 내년이면 126년 만에 특별자치도로 거듭나 전북 르네상스 시대를 구가하게 될 것이다. 또한 특유의 친화력과 뚝심으로 이미 판세가 인천으로 기울어졌던 '한인 비즈니스대회'를 유치했다. 기적이다. 이는 3000여 재외경제인 행사로 전북경제 활성화의 토대가 될 것이다. 새만금 잼버리 파행으로 낙심한 전북도민에게 큰 위안이자 선물이 아닐 수 없다.
잼버리 파행의 교훈은 중앙정부의 무책임은 차치하고 유치보다 중요한 것은 철저한 준비와 실행력, 그리고 조직의 팀워크이다. 전북도는 조직의 효율성을 증대하고 일하는 분위기를 만들겠다며 ‘팀별벤치마킹’과 ‘자율팀제’를 추진했다.
팀별 벤치마킹은 사무관급 팀장들이 타 시·도를 방문해 얻은 노하우를 도정혁신 방안으로 제시하는 제도이다. 시즌1에 268개, 시즌2에 323개의 아이디어가 제출되었다. 문제는 개별 팀별로 의무적으로 아이디어를 제출해야 하는데, 대다수 팀에서 하급 직원들이 관련 업무를 수행한다는 것이다. 더구나 우수 아이디어 선정 인센티브는 대개 팀장이 독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벌고 있는 셈이다.
자율팀제도 일하는 도정을 구현하겠다며 도입했다. 성과 중심의 책임행정 구현, 조직의 유연성과 생산성 확보, 인력 운영의 효율성을 추구하겠다는 목적에서다.
하지만 부서 면담과 설문조사 결과는 우려했던 대로다. 다수가 부정적(66.8%)이다. 특히 5급이상 응답자의 99%가 자율팀제 축소를 원했다. 구체적으로 성과중심 책임행정(부정 54.5%)과 유연성·생산성(부정 68.6%), 인력 훈련 효율성(부정 68.7%)이 심각히 저해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무런 인센티브도 없는 자율팀은 한직이 되었다. 업무만 늘어난 자율팀장은 억지춘향이다. 충분한 준비와 소통 없는 일방통행의 결과다. 조직쇄신이 아닌 조직원들의 소외감과 사기 저하만 초래하였다. 제2의 잼버리 파행이 아른거린다. 끔찍하다.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는 한국인 최초 영국 프리미어리그 박지성 선수를 등용한 전설의 감독, 퍼거슨 감독의 축구 철학이다. 그는 유기적인 협력과 이타적인 플레이를 강조했다. 침체기였던 맨유가 전 세계적인 클럽 반열에 올랐다.
‘함께 혁신, 함께 성공, 새로운 전북’을 만들고자 하는 김관영 지사의 이상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조직의 내적 단합과 화목 없는 구호는 리더의 리사이틀에 불과하다.
"리얼리스트가 아닌 시인은 시인이 아니다." 노벨상을 수상한 칠레 시인 네루다의 직설법이다. 오늘밤 ‘뭉쳐야 찬다’에서는 안정환 감독이 어느 전술을 擧(거)하고 어느 전략을 取(취)할지 눈여겨볼 일이다.
염영선 전북도의회 대변인 / 전북일보 2023.12.19. (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