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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예산은 좋은 정치의 시작이다

작성자 :
김연근
날짜 :
2008-12-23
전북도의 예산안을 심의하고 확정하는 일은 의회가 가진 가장 중요한 의무다. 지난 한달 전북도의회와 전북도청은 가장 역동적으로 움직였다. 뿐만 아니라 전북도의 예산에 따라 사업이 결정되는 수많은 기관과 단체들이 각자의 목표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 나는 지난 한달 동안 전북도의회의 예결위원장으로서 그 과정을 고스란히 지켜보면서, 전북이 지금 얼마나 역동하고 발전하고 있는가를 새삼 느끼고 확인했다.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들의 책무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 과정을 거쳐 지난 12월 14일 진통 끝에 2009년도 전라북도 살림살이에 필요한 예산 3조 5,747억원이 예산결산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15일 본회의에서 최종 확정되었다. 전통적으로 예산의 결정과정은 정치적 합리성과 경제적 합리성이라는 서로 다른 두 가지 목표가 협의와 갈등의 과정을 겪으면서 최종적으로 결정된다. 이스턴(D.Easton)은 “정치는 사회적 가치의 권위적 배분이다.” 라고 했다. 즉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간의 대화·설득·타협을 통해 예산, 의사결정권 등 사회적 가치가 조정되고 배분된다는 것이다. 민주주의가 발달한 미국에서는 이러한 정치의 개념이 가장 잘 반영된 것이 예산과정이라고 하여 주목해 왔다. 그 대표적인 학자가 윌다브스키(A.Wildavsky)이다. 그는 예산의 결정과정을 여러 참여자들 간의 타협과 협상에 의해 상호 조정되는 과정이라고 보고 있다. 이에 반해 경제학자인 키(V.O.Key)는 예산과정을 기술적 합리성, 비용-편익분석 등의 계량화를 통해 구체화되는 합리적 정책결정과정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어떤 방식이 옳다고 볼 수 있겠는가? 경제학자들의 말처럼 정치과정에 의한 예산배분은 비효율적인 것으로 나쁘다고 치부할 수 있는가? 반드시 그렇다고 볼 수는 없다. 경제적 비용-편익에 의한 예산 결정은 효율성만을 잣대로 하기 때문에 소외된 계층·저발전 지역에 대한 고려 등의 균형의 가치를 도외시하기 쉽다. 그런 점에서 이번 본인을 비롯한 예결위원들이 암묵적으로 합의하고 지킨 원칙은 세 가지 점이었다. 첫째는 비록 경제적 타당성이 낮더라도 전북의 백년대계를 위해 반드시 해야 할 일은 아낌없이 지원하고 성숙시켜준다는 것이었다. 경제적 타당성(B/C)이 낮게 나오는 사업이라 할지라도 전체적인 관점에서 보면 반드시 필요한 사업인 경우도 있으며, 도민들이 간절히 원하는 사업인 경우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합리적 분석이 나쁘다거나 무의미하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합리적 분석을 기본으로 하되 반드시 정치적 숙의(熟議)과정을 통해 보완되고 결정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두 번째 원칙은 사회적 약자를 위한 예산을 가능한 늘리고 키운다는 것이었다. 민주주의 사회는 다수에 의한 결정을 중시하지만, 그 이면에 있는 사회적 소수와 약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의무를 전제로 한다. 특히 전북도와 같이 경제살리기에 총력을 기울이는 경우 자칫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미약할 수 있다. 더더구나 지금과 같은 전 세계적인 경제위기의 상황에서는 더 질실한 문제라고 보았다. 의회는 이런 상황에서 힘의 균형을 잡아줘야 하고, 거기서 가장 효율적인 수단은 예산의 배정이라고 보았다. 힘 있는 부서, 힘 있는 다수가 주도하는 예산 배분의 과정을 면밀히 살피면서 힘없는 소수를 배려하는 예산 배분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이번 예결위의 정신이었다. 예컨대 이번 ’09년도 예산심의 과정에서 사료값 폭등으로 인해 고통을 겪는 농민들과 장애인·여성·노인 등과 같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정책과 예산의 배려, 상대적으로 개발이 더딘 동부산악권 등에 대한 예산배정이 강화되어야 한다는데 예결위원 모두의 노력이 집중되었다. 그러나 내년 도 경제 악화 전망에 따른 일자리창출 부분의 예산에 있어서는 예결위원들 전체가 상당한 목마름을 느낀 바 있다. 마지막으로는 전북도가 미처 보지 못하는 문제들을 예산을 통해 지적하는 일이다. 예컨대 도민들 모두가 문제를 인식하고 있지만 전북도에서 해결책을 내지 못하는 소리축제, 도립국악원, 전북발전연구원 등의 혁신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예산을 통해 보내고 대안을 촉구하는 일이었다. 이제 2009년 예산은 끝났다. 그러나 예산심의가 끝났다고 해서 의회의 역할이 끝난 것은 아니다. 예산과정을 통해 우리는 무수히 많은 메시지와 관심을 보냈다. 이제는 전북도와 관련 기관들이 이 메시지에 응답해야 하고, 우리 역시 스스로를 엄정하게 평가하면서 변화의 양상과 발전의 과정을 지켜보아야 한다. 그래서 ‘예산은 정치이다’ 라는 말 대신에 ‘좋은 예산은 좋은 정치의 시작이다’라고 말하고 싶다.
누리집 담당자
의정홍보담당관 함훈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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