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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과 희망은 일란성 쌍둥이다
작성자 :
한인수
날짜 :
2009-02-23
‘태양이 구름에 가려 빛나지 않더라도 나는 태양을 믿습니다. ’ 독일 퀼른의 어느 지하 방공호 벽에 쓰여 있는 시의 한 구절이다. 히틀러의 나치 정권 아래에서 그 누군가는 죽음의 공포를 딛고 태양을 노래했다. 시시각각 죽음과 맞닥뜨리고 자신의 한치 앞 운명조차 가늠하기 힘든 절망의 밑바닥에서 희망을 꿈꾸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 요즘 주변을 돌아보면 온통 한숨과 아픔뿐이다. 경제가 어렵고, 그 힘든 나날의 끝도 모를 일이니 서민들의 삶은 일시적 고통을 넘어 상당한 불안에 휩싸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적게는 마이너스 1%에서 최대 마이너스 4%까지 후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 자리에서 그렇게 말했으니 허튼 소리는 아닐 것이다. 굳이 한은 총재의 말을 빌지 않더라도 침체경제의 현실은 너무 가까이 다가와 있다. 주변의 동네 슈퍼는 대형마트보다 더 무서운 게 소비위축이라며 지긋지긋한 불경기라고 혀를 내두른다. 내가 잘 아는 중소기업인은 (기업이) 살아있다는 게 감사할 따름이라는 말로, 근래의 위기경제를 에둘러 말했다. 전북만 봐도 고통이 심하다. 전국에서 2%의 경제규모에 만족하는 전북은 경기의 바람을 가장 늦게 타고 가장 오래 탄다는 말이 있다. 호.불황을 떠나 수도권의 경기흐름이 전북에 내려오기까지는 대략 6개월의 시차가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번엔 달랐다. 금융위기가 몰아친 작년 9월 이후, 지역에선 제조업과 비제조업 양대 축에서 생산과 판매가 시들하더니 같은 해 11월부터 산업생산은 수직하강하기 시작했다. 이 징후만 놓고 보면 전국의 흐름과 고작 2개월의 시차만 보인 셈이다. 이는 낙후의 전북이 세계화의 흐름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는 말과 똑같다. 국내 경제보다 오히려 국제적 흐름에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는 게 요즘의 지방경제 현실이다. 걱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런 셈법에 따르면 세계경제가 풀려야 지방도 한숨을 돌릴 수 있다는 말인데, 동유럽에서 시작한 금융 위기의 여파가 유럽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는 우울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지역경제의 등뼈랄 수 있는 제조업부터 어려움을 겪고 되고, 가뜩이나 힘든 경제의 짐이 더해갈 것으로 걱정된다. 그래도 희망을 노래해야 한다. 아니 절망의 밑바닥에 있을수록 희망의 끈을 놓지 말아야 살아날 수 있다. 어찌보면 절망과 희망은 일란성 쌍둥이랄 수 있다. 언제나 함께 하고 있는데, 문제는 어떤 삶의 자세로 어떤 시각을 갖고 살아가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절망에 완전히 빠지면 희망의 구명밧줄을 잡을 수 없고, 희망에 너무 도취하면 절망을 볼 수 없다. 내가 아는 한 사람은 지극히 낙관적이다. 그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라이언킹’에서 나오는 ‘하쿠나 마타타(Hakuna matata)’를 자주 외친다. 스와힐리어의 구문을 우리 말로 그대로 옮기면 걱정 거리가 없다라는 뜻이다. 당시 한 번역가는 근심 걱정을 모두 떨쳐버려요라고 번역하기도 했다. 무작정 긍정하라는 말은 결코 아니다. 피할 수 없는 위기를 받아들이고,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지혜를 모아보자는 뜻이다. 잔 다르크를 극화한 ‘성녀 조앤’의 작가이자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영국의 조지 버나드 쇼는 젊은 시절 첫 소설을 완전히 실패하고 말았다. 출판사마다 다른 곳에 가보라며 손사레를 치기 일쑤였다. 결국 런던에 있는 모든 출판업자에게서 이것은 소설이 아니라 쓰레기야라며 거절당했다. 하지만 그는 시련을 딛고 일어났고 실패를 교훈삼아 새로운 작품을 준비했다. 지금은 세계적인 극작가 세익스피어에 견줄 만한 20세기 극작가로 알려져 있다. 미래가 준비하는 사람의 것이라면 희망은 간절히 원하고 꿈꾸는 사람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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