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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칼럼
김대중 대통령을 추모하며
작성자 :
김병윤
날짜 :
2009-08-24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했다. 전국에 설치된 분향소에는 고인을 추모하는 국민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고 있다. 여야 정치권은 물론 세계 주요 언론과 인사들이 그를 애도하고 있다. 한평생 민주주의와 국민통합 그리고 남북통일을 위해 죽음까지 무릅쓰신 것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다. 개인적으로는 90년대 초 약 2년여 동안 매일 아침 동교동을 드나들며 김 전 대통령을 가까운 곳에서 볼 수 있었던 터라 고인을 향한 마음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고인과 우리 전북과는 특별한 인연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김 전 대통령의 서거가 못내 아쉽고 슬프다. 김 전 대통령은 5번의 죽을 고비와 6년에 걸친 수감생활, 그리고 10년간 연금을 당하는 등 정치역정 자체가 가시밭길이었다. 그러나 그는 이러한 환경에 굴하지 않고 네 번의 도전 끝에 제 15대 대통령으로 당선 되었고 IMF외환위기 극복과 남북화해 협력을 위한 큰 물줄기를 만들었다. 민주주의를 향한 그의 굳은 신념과 행동, 인권을 위한 투쟁과 동북아시아 지역의 평화 정착 등과 같은 그의 숭고한 노력을 세계가 인정하여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대통령 서거 후 언론에서는 연일 김 전 대통령의 정치사적 업적을 쏟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김 전 대통령이 자신을 둘러싸고 있던 최악의 정치환경을 매번 극복할 수 있었던 에너지가 과연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분석은 찾아볼 수 없다. 우리가 국장(國葬) 기간 동안 해야 할 일은 고인에 대한 정치공학적인 분석이 아니라 자연인(自然人) 김대중에 대한 이해를 통하여 자신과 국가에 대한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세계의 주요 언론, 특히 오랜 민주주의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서구의 언론은 앞 다투어 김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과 함께 그에게 높은 평가를 내놓고 있다. 자존심 강한 서구의 언론이 이처럼 한 명의 한국 대통령에게 찬사를 보내는 것은 김 전 대통령이 뛰어난 역사적 통찰력과 원칙을 가지고 아시아의 보잘 것 없는 나라를 민주주의의 반석에 올려놓은 업적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서구 여러 나라들이 수백 년에 걸쳐 수많은 피를 흘려 가며 이룩한 민주주의를 한국은 단 몇 십 년 만에 실현한 것은 사실이 아닌가. 김 전 대통령은 단 1분을 연설하기 위해 5시간 이상을 준비했고 소장하고 있는 약 3만권에 이르는 책을 하나하나 정독했을 정도로 끊임없이 노력하고 연구하는 사람이었다. 김 전 대통령의 역사적 통찰력은 거저 얻어진 게 아니라 이와 같은 자기 절제와 노력의 결과물이었다. 초지일관한 그의 정치철학과 원칙은 김 전 대통령의 또 다른 동력이었다. 민주주의와 민생경제 그리고 평화를 추구하기 위한 그의 원칙은 크게 흔들진 적이 없었다. 이러한 원칙에 따라 그는 언제나 그의 앞에 처해진 열악한 현실을 묵인하거나 회피하지 않았다. 우리가 고인을 생각할 때마다 떠오르는 ‘행동하는 양심’은 그가 얼마나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인 인권을 최고의 원칙으로 생각하고 실제적으로 행동했는지를 증명하는 말이다. 우리 현대사에 있어 대표적인 지식인으로 평가받고 있는 리영희는 자신 앞에 던져진 현실 상황을 모른 채 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사람을 지식인이라 규정했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김 전 대통령이야말로 지식인 중의 지식인임에 틀림없다. 인권과 서민을 정책의 우선순위로 생각하여 대통령 재임 기간 중에 수많은 제도와 정책을 마련한 김 전 대통령은 근본적인 휴머니스트다. 그가 펴낸 ‘대중경제론’이라든지 여성부 및 인권위원회 발족, 그리고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확립 등은 그가 얼마나 일반 대중과 서민을 생각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민심이 곧 천심”이라 했거늘 그의 정치적 동력은 바로 민심을 살피는 것에서부터 비롯된 것이다. 우리나라의 민주주의와 평화를 밝히던 큰 별 하나가 떨어졌다. 하여, 많은 국민들은 장차 민주주의가 위험에 빠질 것이라고 걱정하며 고인을 그리워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 고인이 편안하게 쉴 수 있도록 우리 마음 속에서 그를 놓아주어야 한다. 대신, 그가 일생을 두고 추구한 원칙을 잘 깨닫고 각자가 체화시켜 행동하고 참여함으로써 고인의 짐을 덜어 주어야 한다. 이렇게 할 때만이 고인이 원했던 “자유가 들꽃처럼 만발하고, 정의가 강물처럼 넘쳐흐르고, 평화가 무지개처럼 피어나는 나라”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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