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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에 즈음한 斷想 “껍데기는 가라”
작성자 :
김희수
날짜 :
2009-06-05
스승의 날에 즈음한 斷想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4월도 알맹이만 남고/껍데기는 가라.//껍데기는 가라./동학년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껍데기는 가라.//(중략) 껍데기는 가라./한라에서 백두까지/향그러운 흙가슴만 남고/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 스승의 날을 맞이하여 난데없이 신동엽 시인의 작품을 인용하여 황당해 하는 독자들이 있겠으나 지금이야 말로 우리의 교육을 위해 “껍데기는 가라!”고 소리쳐 외쳐야 할 때인 듯싶어 소개해 본다. 껍데기는 알곡과 대치되는 단어로 여기에서는 비리, 외세, 전쟁 등 순수한 민족정신과 통일의 장애물을 가리킨다고 볼 수 있다. 올 스승의 날 역시 교육의 가장 중요한 주체인 선생님들의 마음은 착잡하기만 하다. 무릇 스승의 날이라면 한바탕 잔치라도 벌여 그들의 노고에 감사하는 것이 정상이건만 잔치는커녕 촌지를 방지한다고 학교문까지 걸어 잠그는 상황까지 이르렀으니 말이다. 축제 분위기 속에서 우리 교육의 미래에 대한 모색과 교사로서의 사명감을 다지는 기회가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공교육 실패의 책임을 그들에게 돌리고 촌지나 탐하는 부도덕한 집단으로 몰고 있으니 말이다. 군사부일체를 말하고 “스승의 그림자는 밟지도 않는다.”는 속담을 가진 나라에서는 도저히 생각해 볼 수도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어쩌랴! 시대의 변화 속에 학교와 교육 그리고 교사에 대한 역할과 기능이 바뀌어 버렸으니. 전통적 사회에서의 교육은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는 것에 머물지 않았다. 교육과 학문을 통해 지혜를 얻고 인격을 수양하려 노력했기 때문이다. 퇴계 이황 같은 조선시대 유학자들은 이러한 마음가짐으로 공부했고 후학들을 양성했다. 홍길동전을 쓴 허균 같은 선도(仙道) 계열의 학자들 역시 우주 삼라만상의 이치를 깨닫는 것을 최고의 목표로 삼았다. 진묵대사 같은 사람은 인간의 내재적인 희로애락을 탐구하고 해탈하는 것에 일생을 바치지 않았는가? 현대에 이르러 학문과 교육의 지위와 기능은 많이 달라져 버렸다. 이제 더 이상 인격수양만을 위한 교육은 존재하지 않게 된 것이다. 교육이 이상을 실현하는 데 있지 않고 숙련 기술자를 만드는데 봉사하게 되었고 지식은 목표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게 되었다. 교육이 ‘실행성(performativity)'이에 의해 평가되고 오로지 “쓸모가 있는가?”, “얼마만큼 가치가 있는가?”, 그리고 “팔 수 있는가?”와 같은 질문만을 귀담아 듣게 된 것이다. 아직도 유교적 교육관이 학교 현장에 남아 있는 상황에서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이지만 선생님들은 새로운 시대적 상황에 적응해야 한다. 소위 명문학교에 진학하는 것에 모든 것을 걸고 있는 학생과 학부모에게 인성교육을 강조하여 말하는 것은 더 이상 설득력이 없다. 대다수의 선생님들은 각종 연수와 개인학습을 통해 훌륭한 교육자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변화된 교육환경을 외면하며 권위적인 교육방법과 무책임으로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원성을 듣는 교사가 극히 일부분이지만 존재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나라 공교육 실패의 최대 원인은 무엇보다도 중앙정부의 교육정책 입안자들이다. 교육에 대한 무소신과 무원칙으로 선생님들을 교육현장에서 분열 시키고 학생들을 새벽까지 입시공부에만 매달리게 하는 각종 정책을 양산한 것이 과연 누구란 말인가? 공교육에 대한 재원부족과 학생 생활지도에 관련한 각종 문제는 세계 어느 나라에나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공교육의 문제를 선생님들에게 일방적으로 뒤집어씌우는 나라는 지구상에 우리 말고는 없다. “교육은 빛이고, 빛이 없으면 어둠이다”는 러시아 속담이 있다. 실행성 교육과 유교적 교육관이 혼재되어 있는 부조리한 시대에 교육당국은 좀 더 철저한 철학과 정책으로 선생님들이 사회의 가장 큰 희망인 학생들의 인격과 창의성을 함양하고 정보화 시대를 선도할 수 있는 인재로 양성할 수 있도록 다시 한 번 자세를 가다듬어야 한다. 국민들로부터 “껍데기는 가라!”는 말을 듣지 않도록 분발을 촉구한다. 전라북도의회 김 희 수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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