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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 그리고 귀농과 귀촌
작성자 :
김대섭
날짜 :
2009-05-19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생략)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한편의 시, 향수. 한 폭의 그림 같은 이 시는 명절 귀성길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노래이기도 하다. 산업화에 따른 이농현상으로 생계를 위해 고향을 떠나야만 했던 세대들에게 말 그대로 향수에 젖게 만든다. 첨단산업화가 진행될수록 인간은 자연으로 돌아가려는 본능이 커진다는 어느 시인의 말이 떠오른다. 자연이 좋아 자연과 더불어 살고 있는 시인은 사람들이 도시의 찌든 삶으로부터 벗어나 자연에서 휴식을 찾으려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 몰라도 최근 귀농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참으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농촌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필자에게 있어 더 이상의 인구유출이 없을 거라는 기대감 때문이기도 하지만, 미래 우리 농업·농촌을 책임지고 지켜낼 일꾼들이기에 더욱 반갑다. 하지만, 현 고령화 추세와 비교해볼 때 귀농인구가 아직도 턱없이 부족한 건 주지의 사실이며, 이웃 일본을 보더라도 현저한 차이가 남을 알 수 있다. 일본 농림수산성 통계에 따르면 1990년에 연간 1만5,700명이었던 귀농인 등 신규 취업농은 1995년에는 4만8,000명으로 늘었고 2000년부터는 해마다 평균 8만명씩 농업·농촌으로 향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2,218가구가 귀농한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가 난다. 이러한 결과는 공산품 수출에 의존해 성장을 이어왔던 일본이 향후 경제 위기 극복을 이끌 분야로 농업·농촌을 꼽고 본격적인 육성에 나서고 있기 때문으로, 일본의 각 지방자치단체나 농협 등에서는 이에 맞춰 신규 취농인을 보다 체계적이고 실효성 있게 지원하기 위해 애쓰고 노력한 결실로 보인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로컬푸드(local food), 농촌어메니티(amenity), 슬로우시티(slow city) 등 건강하고 편안한 삶을 추구하려는 움직임에 맞춰 정부와 지자체 차원에서 귀농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모습이다. 귀농 준비부터 정착까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종합센터의 설치와 영농 교육 및 컨설팅 지원 등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여 농식품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으려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사례처럼 귀농인구가 눈에 띄게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지 않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귀농으로 인한 기회비용이 여전히 매우 높은 수준은 아닐까? 즉, 귀농으로 인해 자연으로부터 얻는 이득보다 포기해야 할 편리함이나 경제·문화적 혜택이 더 크다는 말이다. 이 말은 우리네 농촌의 현실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쉽게 알 수 있다. 한 연구자료에 따르면, 2008년 기준으로 농산어촌형 기초생활권에서 수퍼마켓이나 편의점이 전혀 없는 읍·면비율이 30%, 초등학교가 없는 곳은 24%에 이르렀으며, 보건진료소나 보건지소를 포함한 병의원이 없는 곳은 30.4%이며, 약국의 경우는 50%를 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10년 뒤 모습은 각각 47.5%, 40.8%, 37.9%, 60%로 증가하여 더욱 암담한 예측결과를 보여주고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는 가족 구성원들이 귀농을 결심하기란 이민보다 더 어려운 결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대로 우리 농업·농촌은 붕괴되어야만 하나? 아니다. 일반적으로 귀농했다 다시 이농하는 이유를 보면 영농에 실패하거나 경제적 사정 때문이며, 이차적으로 자녀교육과 열악한 생활환경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최소한 기본적인 생활이 가능한 수준의 기반시설을 갖추어가면서 귀농을 유도해야 한다. 또한 농어촌의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 필요하다. 지역사회가 필요로 하는 사회적 서비스를 공급하면서 이들에게 일정부문 경제적 보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일자리 창출방식도 농촌에 도입할 필요가 있다. 농촌의 일자리 창출이 중요하다고 보는 시각에서 귀농이 아니라 귀촌이라는 말을 많이 하는 것으로 보인다. 영농외 소득확보를 위한 창업에도 관심을 가지고 새로운 사업기회 창출을 통한 인구유입이 이뤄져 지속가능한 농업·농촌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것이다. 새로운 농업·농촌의 부흥기를 꿈꿔보면서 마지막 시 구절이 머리에 맴돈다.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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