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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칼럼
전략적인 대응이 필요한 복분자산업
작성자 :
김병윤
날짜 :
2009-07-28
농촌지역이 인구가 유출되지 않고 잘 사는 곳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향토 특산물을 특화산업으로 육성해 소득수준을 향상시켜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현재 전라북도에서 추진하고 있는 지역특화산업에 대한 지원·육성은 방향을 잘 잡아 가고 있다고 판단된다. 하지만 소규모의 향토산업이 개방경제 체제 하에서 버텨내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전북의 남서부 지역에서 착실하게 성장가도를 달려온 복분자 산업이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그 동안 전북의 고소득 작물로 사랑받던 복분자가 극심한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감소와 보해에 이은 두산주류 같은 대기업의 복분자주 출시로 매출이 떨어지고 복분자가 남아돌아 애물단지로 전락할 지경에 놓이게 된 것이다. 다행히 올 해에는 과잉생산에 의한 잉여량이 발생하지 않아 가격폭락은 면했지만 차후 경영환경이 급변할 개연성이 커 이에 대한 철저한 대책이 세워져야 할 것이다. 전라북도의 복분자 생산량은 전국의 84%를 점하고 있으며, 고창, 정읍, 순창 등 3개 지역에서 전체의 약 94%를 생산하고 있다. 생산된 복분자는 ‘08년의 경우 복분자를 만드는 주정용으로 30%(3,045톤)가 사용되고 있고 생과용은 약 44%(4,500톤)를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복분자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복분자주의 경우, 전국 각지에 총 34개 업체가 있으며 도내에만 전체의 61.7%에 해당하는 21개 업체가 집적되어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막대한 자본력과 인지도를 갖춘 대기업들이 복분자사업에 잇따라 진출함으로써 국내 복분자산업의 중심지인 전북지역 생산농가 및 가공업체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실제로 ’05년 보해가 복분자시장에 진출한 뒤부터 기존 업체의 매출이 대부분 20~30%씩 감소한 것을 감안하면 지역농가와 업체의 걱정은 결코 기우가 아님을 알 수 있다. 같은 호남권인 전남을 비롯해 다른 지역에서 복분자 생산량을 확대하고 있는 점 역시 우려스러운 일이다. 특히, 보해양조의 연고지인 전남지역 일부 지자체들이 복분자를 특화작목으로 결정함으로써, 그간 전적으로 대기업의 수매물량에 의존해 왔던 정읍과 순창의 복분자가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복분자의 대체재(代替財) 격인 뽕주와 산머루주 등의 경쟁상품들이 시장을 넓혀 가고 있어 사면초가의 형국에 빠질 위험에 처해 있다. 전라북도와 해당 지자체에서는 복분자의 안정적인 판로대책 확보를 위해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판촉행사를 비롯하여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지만 임시방편적인 대처가 많아 복분자산업 전반을 포괄할 수 있는 전략적인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 복분자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복분자를 오랫동안 저장할 수 있는 냉동저장시설의 확충이 필요하다. 성수기에 집중되었던 소비패턴을 연중 판매체제로 바꿔 나갈 수 있도록 복분자를 농축하는 시설을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다. 복분자주 위주의 가공식품 한계를 극복하기 위하여 복분자 연구소를 설립하는 등 다양한 가공식품 개발을 위한 노력 또한 필요하다. 전북이 현재 전국 복분자 생산량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시장 장악력이 미흡하여 유통업체와 가공업체의 무리한 요구에 끌려 다니는 경향이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도내 복분자 생산 시·군, 농업인, 농협 등의 조직화를 통한 ‘복분자 광역클러스터’를 조성하여 전략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정확한 농가별 생산면적과 시장 유통 현황을 조사해 DB화 함으로써 복분자산업의 향후 시장구조를 분석·예측하는 시스템을 구축하여 농민들이 자율적으로 생산과 유통을 조절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 역시 서둘러야 한다. 전북을 대표하는 향토 특화산업 가운데 하나인 복분자산업이 후발 지자체의 도전과 다른 과실주와의 경쟁, 그리고 대기업체의 시장 진입 등에 맞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복분자산업을 문화산업의 단계까지 끌어 올려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한낱 조그만 지역의 포도주에 불과하지만 매년 11월 셋째 주에 ‘보졸레 누보(Beaujolais Nouveau) 축제’를 통해 전 세계인들의 식탁에 선보이며 포도주뿐만 아니라 문화도 맛보게 하는 프랑스 보졸레 지역의 마케팅 방법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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