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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법 통과와 민주주의의 위기
작성자 :
김희수
날짜 :
2009-07-28
지난 23일 한나라당이 직권상정을 통해 강행처리한 ‘미디어 관련법’은 방송법, 신문법, 인터넷멀티미디어 방송사업법(IPTV법) 등 세 가지다. 통과된 최종안은 조·중·동으로 불리는 거대 족벌신문과 재벌의 방송장악을 용이하게 하고 여론 독과점을 강화하는 독소조항이 그대로 포함되어 언론단체와 전문가들은 방송장악을 위한 언론 악법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 민주당을 포함한 야3당은 국민 대다수의 뜻을 무시하고 불법·탈법으로 통과된 미디어법이 그 동안 국민이 피 흘려 쟁취한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일이라 생각하고 무효화를 위해 끝까지 투쟁해 나갈 것이다. 통과된 방송법은 신문과 대기업의 지분참여 한도를 지상파 10%, 종합편성채널 30%, 보도전문채널 30%로 정한 것이 주요 내용이다. 2012년까지 지상파 방송 겸영은 유예하되, 방송사에 대한 1인 지분한도를 현행 30%에서 40%로 상향시켰다. 종합편성 방송 및 보도채널의 경우, 신문과 대기업이 연합할 경우 60%가 넘는 지배주주가 가능해 사실상 여론을 독과점할 수 있는 길을 터준 것이나 다름없다. 개정된 신문법은 일간신문과 뉴스통신사의 상호 겸영 금지를 폐지하고 지상파, 종합편성, 보도전문 방송의 겸영을 허용한 것이 주요 골자다. 또한 일간신문, 뉴스통신, 방송사의 일간신문사 주식 및 지분 취득 제한을 없애 일간신문 지배주주가 복수의 신문 소유를 가능토록 하여 여론의 다양성을 심각히 훼손할 개연성이 높아지게 되었다. 신설되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이사장 임면권을 문체부 장관이 갖도록 함으로써 정부 지배력이 더욱 쉽게 이루어지도록 하였다. IPTV법은 대기업이나 신문·통신사가 IPTV에서의 종합편성 및 보도전문 방송에 대한 지분 소유를 30%까지 허용함으로써, 대기업의 종합편성 및 보도전문 방송으로의 진출을 보장하는 발판을 마련해 줬다. 이에 따라 자본의 방송장악이나 여론 독과점 문제가 현실로 다가오게 되었다. 이렇게 한나라당이 법안 날치기를 통해 재벌과 보수신문에 여론을 독과점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재집권에 유리한 여론지형을 만들려는 목적이 있겠지만, 재벌과 수구언론사에게 신문·방송 시장을 통째로 내주게 되어 한국의 민주주의에 심각한 위기를 몰고 오는 결과를 초래하고야 말았다. 언론은 정보의 수집과 배포를 통해 환경감시라는 역할을 함으로써 입법·사법·행정과 함께 제4부라 불릴 정도로 중요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런데 소위 ‘미디어 악법’이 통과되어 이념적 편향성을 가진 재벌언론사가 여론을 독점함으로써 권력의 부패와 탈선을 폭로할 수 있는 기능이 작동되지 않을 위험성이 커지게 되었다. 이번 미디어법 통과가 민주주의에 심각한 도전이 되는 것은 언론사주들이 자본 일반을 대변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었다는 점이다. 1991년 9월 6일, 동아일보 편집국장 이·취임식에서 김중배가 일찍이 경고했던 것처럼, 이제 마음만 먹으면 국내 굴지의 재벌이 거대 언론사를 배경으로 하여 권력까지도 자신들의 구미에 맞게 창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미디어를 제2의 신이라 주장한 미국의 전설적인 광고전문가 토니 슈바르츠는 언론이 사회의 사고방식이나 정치구조, 나라 전체의 심리적 상태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 전쟁의 승패나 대통령의 진퇴까지도 결정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처럼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미디어 관련법들이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된 채 통과되었다. 내용 역시 정치적 합의와 국민적 공감대를 확보하지 못한 것은 물론이다. 집권여당에서는 보수재벌언론과 거대 자본을 등에 업고 자신들에 비판적인 여론에 재갈을 물려 집권을 영구화 하려고 시도하고 있으나, 여론의 특성상 과거 독재정권 하에서 그랬던 것처럼 엄청난 사회적 ·정치적 비용을 지불할 것으로 전망된다. MB정부와 한나라당이 조금이라도 나라의 장래를 생각한다면, 김중배의 다음과 같은 외침에 귀 기울여 당장이라도 미디어 악법을 무효화 하는 것이 옳은 길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말길이 닫히면 끝내는 생각도 닫히고 만다. 행동도 막히고 만다. 그 마당에 겨레와 나라의 앞길이 열릴 턱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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