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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땅 전북의 전제조건
작성자 :
김희수
날짜 :
2009-09-28
며칠 전 나는 주변에서 먹고 살기 힘들다며 수도권으로 짐을 싸는 광경을 접해야 했다. 대학 후배인 그는 직장생활에서 남보다 승진이 빠를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았었다. 하지만 지난해 금융위기 이후 직장은 불안의 연속이었고 그는 사실상 명퇴를 강요당하다시피 직장을 떠나야 했다. 1년 가까이 개인 사업을 하기 위해 이곳저곳을 돌아본 그가 내린 결론은 고향을 떠나자는 것이었다. 마땅히 먹고 살 게 없다는 그의 푸념이 지금도 나의 귓전에서 울리는듯하다. 이처럼 생업이 쉽지 않아 전북을 떠나는 인구가 한해 1만5천 명에 달한다고 한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전북은 지금 전대미문의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맛보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위기는 고향을 떠나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다는 것이고, 기회는 새만금의 비상 등 서해안 시대가 도래하고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전북애향운동본부(총재 임병찬)가 전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권혁남 교수팀에 의뢰하여 조사한 ‘전북도민의식 여론조사 결과’엔 위기의 징후가 그대로 녹아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여론조사는 지난 1977년 산업화 과정에서 소외 돼 실의에 빠진 “250만 도민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심어 주고 삶의 의욕을 북돋아 주기 위해” 뜻있는 지역인사들이 모여 출범한지 32주년을 맞은 전북애향운동본부가 효과적인 애향운동 캠페인 슬로건을 선정하기 위해 실시한 것이다. 도민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타 지역 이주 의향과 이유’를 묻는 항목에서 도민들의 약 절반가량인 47.0%가 “기회가 주어지거나 또는 언젠가는 반드시 전라북도를 떠나 타 지역으로 떠날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타 지역 이주 의향과 이유’를 묻는 항목에 대한 답변의 특징을 보면, 연령이 낮고 고학력일수록 이주 의향이 높고, 전북을 떠나려는 이유로는 일자리 문제(31.1%), 교육문제(29.0%) 등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전북은 먹고 살기가 고달픈 지역이고 자식들의 교육에도 어려움이 있다는 지역민들의 푸념인 셈이다. 문제는 현실보다 더 암울한 미래에 있다. 아무리 오늘이 피곤할지라도 내일에 대한 꿈과 희망이 있다면 인내와 용기로 참아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지역민들의 의식에는 전북의 미래마저 낙관보다 비관 쪽에 더 많이 기울어져 있는 것이다. 실제로 10년 후의 전북발전을 어떻게 보느냐고 물어본 결과, 응답자의 22.0%가 “지금과 별 차이가 없을 것이다”고 했고, 39.8%는 “지금보다는 발전하겠지만 타 시·도보다 뒤떨어질 것이다”라고 응답하여 전체의 61.8%가 전북의 미래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표명했다. 이 질문항목에서 나타난 특징으로는 거의 모든 계층에서 전북의 미래를 부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나타난 설문조사 결과를 가지고 보면, 도민들은 현재 전북에서 살고 있는 것에 불만이 많을 뿐 아니라 전북의 미래에 대해서도 상당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어 종합적인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많은 도민들이 기회가 닿으면 떠나고자 하는 낙후 전북의 현재는 켜켜이 쌓인 수많은 역사적 사회적 요인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지금의 위정자들이나 도민들에게만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보다 발전된 전북을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책임은 바로 현재를 사는 우리들이기 때문에 우리 지역의 발전을 가로막는 병폐를 고쳐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지역사회 공동체를 잊어버리고 내 몫만 챙기려는 사리사욕이라는 병폐를 버려야 한다. 도자기를 구우려면 가마를 구워야 하는데, 가마를 깨면서 어떻게 내 도자기만을 만들 수 있겠는가? 현재 우리 주위에는 조직의 존폐를 염두에 두지 않는 사회운동, 기관의 무사안일만을 생각하는 관료, 권리만 주장할 뿐 의무를 등한시하는 주민들이 너무나도 많다. 둘째, 우리 사회 곳곳에 퍼져 있는 방종이라는 질병도 고쳐야 한다. 법과 원칙을 무시하고 ‘떼법’을 앞세우는 무법과 탈법이 난무하고 있다. 도리(道理)를 접어 두고 권리만을 내세운 결과 황폐해져 가는 지역 공동체의 건강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내 고장 상품을 애용하고 동네 슈퍼나 재래시장을 사랑하는 도민들의 자긍심 회복도 시급하다 말할 수 있다. 소주나 생수 한 병이라도 우리상품을 애용하는 것이 진정한 애향의 첫걸음이며, 지역발전의 디딤돌이기 때문이다. 고향상품 애용은 도내 기업들의 생산라인을 활발히 움직이게 만들고, 이는 곧 지역민들의 일자리 창출로 되돌아오는 것이다. 지역 제품이라 해서 품질이 떨어진다며 폄하하거나 외면한다면, 이는 곧 자신의 발등을 찍는 행위나 다름없다. 전북애향운동본부가 발표한 전북도민의식 여론조사 결과는 우리에게 심각한 경고를 제시하는 동시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 주고 있다. 도민들이 전북의 미래에 대해 갖고 있는 부정적인 생각은 시급히 대책을 세워야 할 부분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사회를 좀먹는 나쁜 병폐를 고쳐 나가는 일에 위정자를 포함한 모든 도민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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