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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 커넥션의 교훈

작성자 :
권익현
날짜 :
2010-01-22
몇 달 전, 패스트푸드의 대명사나 다름없는 햄버거가 열대림의 희생으로 만들어졌다는 이른바 ‘햄버거 커넥션’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보고 큰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햄버거에 들어가는 재료로 쓸 고기를 위해 지구상의 열대우림을 비롯한 중남미 숲의 상당 부분이 목장과 사료용 목초지로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쇠고기 100g이 들어가는 햄버거 한 개를 만들기 위해서 약 5㎡의 지구 열대우림 숲이 사라졌고, 목초지로 조성하는 과정에서 숲을 태워 없앤 탓에 지구온도는 1년에 0.6도씩 상승하고 있다니 실로 놀랍다 못해 두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더욱 무서운 것은 우리의 식생활 깊숙이 파고든 햄버거에 숨어있는 불편한 진실에 대하여 우리와는 먼 남의 나라 이야기로 애써 치부해버리려는 무관심이 아닐까? 첫 번째 교훈 : 기후온난화 얼마 전 우리나라를 방문했던 앨 고어 美 전 부통령은 이러한 우리의 무관심을 경각시키기 위해 녹색구매와 환경의 중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 환경운동가이기도 한 그는 세계 각지를 돌며 지구 온난화의 심각성을 알리는 환경전도사 변신해 ‘위기의 처한 지구’의 숨기고 싶은 ‘불편한 진실’에 대하여 글과 말로써 대중들을 깨우치려 하였고, 그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그가 이야기하는 지구온난화의 진행 속도와 영향력은 심각하다. 인류의 변화된 소비 행태가 부추긴 이산화탄소의 증가는 북극의 빙하를 10년 주기로 9%씩 녹이고 있으며 지금의 속도가 유지된다면 오래지 않아 플로리다, 상하이, 인도, 뉴욕 등 대도시의 40% 이상이 물에 잠기고 네덜란드는 지도에서 사라지게 된다. 빙하가 사라짐으로써 빙하를 식수원으로 사용하고 있는 인구의 40%가 심각한 식수난을 겪을 것이며, 녹은 빙하로 인해 해수면의 온도가 상승, 2005년 미국을 쑥대밭으로 만든 '카트리나'와 같은 초강력 허리케인이 2배로 증가한다. 이와 같은 끔찍한 미래는 겨우 20여 년 밖에 남지 않아 곧 인류의 생명과 지구의 안위를 위협할 것이며, 우리는 결국 평생의 생존 터전과 목숨까지도 잃게 될 거라는 그의 경고를 깊이 되새겨 봐야 한다. 커다란 인면석상인 ‘모아이’로 유명한 태평양 이스터 섬(Easter Island)에서 풍요를 누리던 원주민들이 환경파괴로 인해 멸족을 당했던 역사적 사례를 보더라도 이 같은 경고가 결코 헛된 것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이러한 환경적 위기 앞에 모두가 무관심하진 않다는 것이다. 환경파괴가 심각해지자 각국의 정부와 민간 주체들은 지구의 청지기 역할을 자청하기 시작했는데, 먼저 ‘인간 환경에 관한 스톡홀름 회의’ 이후 1992년 리우 데 자네이루에서 개최된 ‘유엔 환경개발회의’와 2002년 요하네스버그에서 개최된 ‘지속가능발전에 관한 세계정상회의’, 그리고 최근 코펜하겐 기후협약까지 잇따른 국제회의는 환경에 관한 지구촌의 관심과 노력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비록 이윤만 목적으로 생존을 위해 환경파괴는 개의치 않는 다국적 햄버거 기업의 횡포를 직접적으로 막을 순 없어도 다수의 소비자들의 의식개혁을 위한 불씨는 살리려는 지구촌의 몸부림인 것이다. 지금 전 세계적으로 환경과 경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녹색성장 정책이 유행이다. 이 또한 단순히 정치적, 정략적인 관점에서 벗어나 실천적 대안이 될 수 있도록 장기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신재생에너지 분야를 전략산업으로 선정하여 추진하고 있는 우리 지역이 명심해야 할 부분이다. 소리만 요란한 정책보다는 실천이 우선되어야 한다. 두 번째 교훈 : 친환경 먹을거리 사실 햄버거는 우리 어린이들과 햄버거 세대를 겪은 젊은 어른들이 가장 선호하는 간식 중 하나이며, 이 다국적기업은 세계 어느 국가에 가도 볼 수 있을 정도이다. 전 세계 120개국 18,000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어느 한 기업의 햄버거는 세계적으로 품질, 크기, 재료가 표준화되어 있기 때문에 이 회사 햄버거 가격으로 세계 물가와 구매력을 평가할 수 있다는 경제이론까지 생겨날 정도로 놀라운 시장지배력을 자랑한다. 그렇다면, 지구를 멍들게 하면서까지 패스트푸드를 먹어야 할까? 미국의 평범한 뉴욕 시민이 한 달 동안 햄버거만 먹으면서 자신의 몸에 나타난 변화를 다큐멘터리 영화로 만들어 선댄스 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 부분 감독상까지 수상하여 화제를 불러일으킨 적이 있었다. 하루 세 끼를 햄버거와 감자튀김, 밀크쉐이크 등의 패스트푸드만 먹은 결과, 실험을 시작한지 며칠 만에 감독은 몸무게가 늘기 시작해 10kg이상 증가하였고 무기력과 우울증까지 느끼는 등 이 패스트푸드 식단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위험스런 모습으로 다가왔다. 물론, 실제로 하루 세끼 패스트푸드만을 먹는 사람은 없을 테지만,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러한 패스트푸드가 담배나 마약처럼 중독된다는 연구 결과이다. 미국 워싱턴대 의대 마이클 슈왈츠 박사는 “패스트푸드가 체내 호르몬 변화를 일으켜 이 같은 식품을 절제하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고 결론지었는데, 즉 패스트푸드 비만의 원인은 자제력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제품 자체의 중독성이 원인이라는 것이다. 우리의 실천 과제 사정이 이쯤 되고 보니 굳이 한 끼 식사도 제대로 못해 굶어죽는 아프리카 아이들의 얘기를 꺼내지 않더라도, 먹을거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크게 높아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건강한 먹을거리 운동’은 작게는 우리의 건강을 지키는 운동이지만 넓게 보면 우리 사회를, 나아가 우리가 사는 지구를 건강하게 만드는 생명과 평화를 일구는 운동이라 할 수 있다. 최근 몇 년 새 정부와 지자체의 친환경농업 정책에 힘입어 친환경농산물 생산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데, 지난해 시장규모가 3조 2천억 원으로 전체 농산물의 10% 정도를 차지하며 틈새시장에서 주류시장으로 진입하고 있다고 하니 참으로 다행이다. 하지만, 이러한 친환경 농업정책에 불구하고 힘들여 농사지어봤자 판로가 막막하다는 주변 친환경 농업인들의 하소연은 여전히 많은 게 현실이다. 주로 학교급식으로 활용되는 친환경 쌀 위주 유통구조에서 벗어나 시장에서 확대 유통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시급해 보인다. 병원, 기업체 등 대규모 수요처 확보와 전문판매점, 친환경 가공식품 개발 등 여러 가지 유통활성화를 위한 대책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공인된 기관에서 인증해주는 시스템을 조기에 안정적으로 정착시키는 일이 필요하며 그런 면에서 정부와 지자체의 역할이 크다. 아직까지 친환경농산물에 대한 인식이 우리 한우와 같은 브랜드를 따라가지 못하는 이유는 이러한 소비자와 생산자간 신뢰의 문제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당장 우리가 할 일은 무엇인가? 앨 고어가 말한 “적게 쓰고 많이 아껴라”, 이게 그 해답이 아닐까? 만약 시장에서 물건을 산다면 지역에서 생산된 친환경 제품코너로 가는 것은 어떨까? 개인과 인류를 위한 건강한 소비에 관심을 가질 때다.
누리집 담당자
의정홍보담당관 함훈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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