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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인기종목과 낙후전북
작성자 :
권익현
날짜 :
2010-02-22
요즘 어딜 가나 동계올림픽 소식이 주요 화두다. 올림픽 경기 소식을 대화의 소재로 삼으면 한결 분위기를 부드럽고 친근감 있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우리 선수들의 경기를 응원하다보면 평상시엔 잊고 살았던 애국심이 되살아나 타국 하늘에 휘날리는 태극기와 울려 퍼지는 애국가를 시청하다보면 영화 그 이상의 감동을 주기 때문일까. 하여튼 출전 선수들을 다 알 순 없어도 메달을 딴 선수의 이름 정도는 기억하고 있어야 대화에 낄 수 있어 지나가다가 주요 경기장면이라도 눈여겨보게 된다. 그런데 동계올림픽에 대한 지식이 짧아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대회 시작부터 2, 3위를 기록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올림픽 성적이 낯설기만 하다. 아마 동계올림픽 하면 쇼트트랙 선수들과 최근 주가를 올리고 있는 피겨스케이팅 선수 말고는 메달권이 진입할 가능성이 있는 선수가 거의 없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무지몽매한 나의 생각과는 달리 초반부터 각종 메달을 덥석 안겨주고 있는 효자종목이 있었는데, 다름 아닌 스피드스케이팅이다. 한 나라에서 스피드스케이팅 남녀 500m를 모두 석권한 것은 동계올림픽 사상 우리나라가 처음이라고 한다. 스피드스케이팅 500m는 육상의 꽃인 100m달리기에 견줄 수 있는 종목으로 순발력과 스피드, 힘, 기술이 모두 갖춰져야 한다. 따라서 서양 선수들에 비해 신체적 조건이 안 좋은 우리 선수들에겐 그 동안 메달과는 거리가 먼 종목이었으니 오늘의 승리가 더욱 값지게 느껴진다. 더욱이 우리나라 스피드스케이팅 등록선수는 불과 500여명으로 종주국인 네덜란드의 100분의 1도 안된다고 한다. 그런 불모지에서 일궈낸 기적 뒤엔 헌신적인 코칭스태프와 과학적인 훈련방법 및 연구, 그리고 선수들의 피나는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비인기종목의 설움을 딛고 거둔 이들의 값진 우승 장면을 보면서 순간 낙후된 오늘날 전북의 모습이 오버랩 되었다. 국내에서 관객도 없고 선수층도 두텁지 않는 스피드스케이팅 종목이 흡사 기업과 관광객이 외면하고 지역의 젊은이들조차 일자리를 찾아 떠나는 비인기지역으로 변한 도내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도내지역은 청년층 인구유출, 저출산 등으로 인구가 큰 폭으로 감소하는 가운데 고령화도 여타 지역에 비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1970년 당시 249만 명이었던 도내 인구는 2008년 현재 175만 명으로 감소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빠른 감소세를 보이고 있으며,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도 15.7%로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통계청 추계 결과, 2030년의 도내 인구는 절반에 불과한 138만 명에 이를 전망이다. 인구유출이 향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큰 폭으로 낮아진 출산율도 단기간에는 회복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 인구의 자연적 증가세도 미약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기는 언제나 위협과 동시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세계적인 관광지로 발돋움하려는 새만금 사업과 새로운 성장동력 산업으로서 신재생에너지 산업, 그리고 식품산업의 메카로 자리 잡을 국가식품클러스터 등이 그것이다. 올림픽이라는 큰 대회를 통해 비인기종목이 부각되듯이 우리도 새롭게 다가오는 기회를 잘 이용해야만 한다. 최근 인구유출이 기업유치 등으로 둔화되고 있으나 산업 기반을 조성하지 못하고 구태의연한 방식에 빠져 발전하지 못한다면 인구감소세는 다시 확대되고 낙후전북의 면모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무명의 선수들이 금메달을 따며 일약 스타로 등극하는 모습의 이면엔 남보다 더 흘린 값진 땀방울과 불굴의 투지가 있었듯이 잘사는 전북으로 발전하기 위해선 우리 모두의 새로운 사고와 헌신적인 노력이 더욱 더 필요한 때라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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