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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전북특별자치도 콘텐츠융합진흥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있었다. 청문과정에서 우려와 기대를 섞어 의견을 전하긴 했지만 지면을 통해 다시 한번 당부의 말씀을 드린다.
먼저 진흥원이 지나온 궤적을 복기해 봤으면 한다. 지금까지 진흥원이 걸어온 길은 순탄치 않았던 것으로 안다. 내부 갈등이 심했고 한동안 퇴사가 이어지면서 퇴직자 양산기관이라는 오명을 얻기까지 했다. 정직원들의 퇴사가 빈번했다는 것은 그 자체로 기관운영의 부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라 하겠다. 지금은 안정을 찾은 모습이지만 내부갈등과 비효율적 조직 운영이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두 번째는 고도의 청렴의식이다. 진흥원의 정책파트너는 일차적으로 콘텐츠 기업으로서 콘텐츠기업을 상대로 과제공모와 계약체결, 각종 지원사업을 수행한다. 진흥원에는 입주기업이 상주하고 있기도 하다. 이런 기관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언제든 결탁관계가 형성될 가능성이 잠재돼 있다. 고집스러울 정도로 ‘불가근불가원’을 유지해 나가야 하는 이유다.
진흥원은 주는 쪽이고 콘텐츠기업은 받는 쪽이라는 시각이 조금이라도 있을 경우 갑을관계로 변질될 수 있다는 점도 경계해야 한다. 콘텐츠기업 지원은 진흥원의 당연한 책무다. 역으로 콘텐츠기업은 지원받을 마땅한 자격이 있다. 콘텐츠기업 육성과 지원이 법과 조례에 근거한 것이기 때문이다. 당연한 것을 일방적인 시혜와 수혜의 관계로 오해하게 되면 결탁에 더해 갑질까지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세 번째는 주도면밀한 사업추진이다. 철두철미한 사업 설계와 관리는 당연한 기관운영 원칙이지만 진흥원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예외였다. 최근에는 소송전만 해도 두 건이나 있었다. 그중 한 건은 군산시가 원고였고 다른 한 건은 진흥원이 원고였다. 자치단체로부터 보조금 반환 소송이 제기되고 다른 한 건은 진흥원의 사업관리 부실이 뒤늦게 드러나서 업체를 고발하게 된 사건이었다.
소송 결과를 떠나서 공공기관이 사업관리 부실로 인해 두 번이나 법적 다툼에 휘말리게 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과거 실패를 거울 삼아서 어떻게 하면 제한된 조직 역량으로 사업관리의 누수가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인지가 신임 원장의 몫으로 남게 됐다.
끝으로, 진흥원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진흥원은 콘텐츠산업을 육성하고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기관이다. 민간 시장에서 플레이어로 뛰는 콘텐츠기업이 기술경쟁력을 갖추고 판로를 개척해서 매출을 올릴 수 있도록 돕는 게 진흥원의 미션이다.
하지만 진흥원이 기본 사명에 충실해서 마땅한 성과를 보여줬는지 의문이다. 이번 청문회 과정에서도 각종 데이터를 검토했지만 여전히 도내 콘텐츠산업은 영세 기업이 주를 이루고 있고, 콘텐츠의 다양한 하위 영역을 포괄하고 있지도 않다. 바꾸어 말하면 콘텐츠 기업 경쟁력은 여전히 낮고 지역 콘텐츠산업의 생태계 조성도 미완의 상태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진흥원은 2년 후면 출범 10주년을 맞게 된다. 별 탈이 없다면 신임 원장께서는 10주년 행사를 치르게 될 것이다. 지나온 10년을 되짚어 보고 다가올 또 다른 10년을 바라보는 자리를 갖게 될 텐데, 그때까지 진흥원이 존재하는 이유를 충분히 납득시키지 못한다면 콘텐츠진흥 거점기관이라는 타이틀은 허명(虛名)으로 그치고 말 것이다. 건투를 빈다.
윤영숙 전북특별자치도의회 의원 / 전북일보 2024.02.08.(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