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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이 안된다면 차악을
작성자 :
정진숙
날짜 :
2012-04-25
2011년 한국의 출산율은 1.24명이다. 이토록 급격하게 줄어든 출산율에 대한 대책으로 어떤의사회는 인공임신중절수술을 근절시키자는 대안을 내어 놓았다. 물론 생명 존중의 의미를 더부여해서 인공임신중절을 금지하는 제도를 만든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기본적으로 불법인 인공임신중절수술이 공공연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임신 중절을 차단하면 출산율이 높아질 것이라는 원시적인 생각으로 인해 출산율이 높아진 것이 아니라 우리 청소년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한국에서는 공식적으로 인공임신중절을 할 수 있는 길이 막혔다.
비싼값 치루며 인공임신중절수술까지 쉬운 길은 막혔으나 예전보다 훨씬 비싼 값을 지급하면 알음알음으로 수술을 받을 수 있다. 수술을 해준다는 병원을 못 찾은 사람들은 인공임신중절수술이 합법인 나라로 가서 수술을 받고 온다. 그러나 우리 청소년들에게는 어떤 방법도 가능한 상황은 아니다.
낙태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심지어 불법 약에까지 손을 대기에 이르렀다. 친구들에게 돈을 무리하게 빌리거나 학원비 등을 빌미로 부모님께 거짓말을 해서 돈을 마련하기도 하고, 외국에 있는 브로커들을 통해 낙태약물을 사서 복용하다 부작용으로 사고가 나고, 사기를 당해 돈을 날리고 약도 구하지 못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애초에 인공임신중절수술을 막은 이유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 생명을 중시하는 풍조를 위해서였다면, 청소년들의 출산 이후에 아이는 어떻게 키울 것이며 남은 학업은 어찌할 것인지에 대한 대책을 제도적으로 마련하는 노력을 먼저 했어야 했다. 실질적인 성교육이 필요하다면 피임에 관한 구체적인 교육도 좀더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어른들이 당황하고 우왕좌왕하는 동안 아이들의 사고는 빠른 속도로 변해가고 그 변화에 대한 책임은 스스로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얼마 전 사후피임약의 일반약 전환을 두고 찬반 공방이 오갔다. 혹자는 사후피임약을 일반약으로 전화할 경우 무분별한 성관계를 촉발시키게 될 것이라고 하였고 또 어떤 사람은 사후피임약의 복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하였다. 사후피임약을 쉽게 구할 수 있다고 해서 건강한 사고를 하는 아이들이 문란한 성생활에 노출되지는 않을 것이고 사후 피임약이 없다고 해서 성관계에 관대한 아이들이 갑자기 참고 절제력이 생기지는 않을 것이다. 이미 임신이 되어버린 상황에서 인공임신중절을 하거나 불법약물에 손대는 것보다 사후피임약을 복용하여 임신을 막는 것이 차악이 될 수 있다.
생명 중시하는 모습 어른이 보여줘야 무엇이 옳으냐를 변별할 필요는 분명 있지만 우리 아이들을 먼저 생각하고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대이다. 청소년의 성 문제는 우리나라에서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그 엄청난 난제 속에서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우리의 청소년들을 보호해야 한다. 명분에 둘러싸인 탁상공론이 아니라 최선이 차선이 안 된다면 차악이라도 선택해야 할 때가 되었다. 청소년들은 많이 일그러져 있는 이 사회를 비추는 자화상일지도 모른다. 그 아이들을 탓하고 궁지로 몰기 전에 자신들을 뒤돌아 볼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지기를 소망한다. 어른들이 먼저 성에 대한 인식을 바르게 하고 생명을 중시하는 모습을 보여야 청소년들에게 하는 교육이 힘을 얻을 수 있고 우리가 바라는 최선의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10대 그 아름다운 시기에 맞는 생각과 행동을 하기를 또한 아이들에게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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