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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학교를 찾습니다

작성자 :
김연근
날짜 :
2012-03-21
139만여 명의 학생들은 자신이 직접 경험하거나 목격한 학교폭력 실상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교과부로 보냈다. ‘장애가 있는 친구를 다른 애들이 때리고, 짝이 되기를 싫어하고, 놀려댔다’, ‘같은 반 친구가 왕따를 당하는데 남자 아이들이 그 친구 책상을 발로 차고, 운동장에서 놀고 있으면 모래를 던진다. 그 아이가 지나가는 길은 더럽다면서 아이들이 지나가지도 않는다’. 실제 아이들이 학교 안에서 경험하고 있는 폭력이다. 어른들이 무심코 지나쳤던 정신적 소외까지도 아이들은 학교폭력 범주 안에 넣고 생생한 경험을 전달한 것이다.
우리 전북지역 아이들은 100명당 13명이 학교폭력 피해를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 수치는 전국평균보다 높은 것이다. “학교 내 일진이 있거나, 있다고 생각한다”고 응답한 학교가 643개교나 되었다. 실제 전라북도는 전국적으로 학교폭력, 아동성폭력이 가장 빈번한 지역이다.
결코 안전하지 않은 학교에 학교폭력의 위험성과 근절대책을 외치는 목소리만 있지 ‘구체적 대안’은 아직까지 나오지 않고 있다. 아이들의 안전한 학교는 사라졌다.
학교폭력은 설문지 하나로 진실이 드러날 사안이 아니다. 일전에도 학교폭력 신고함이 있었지만 그 신고함들은 휴지통이 되어버렸다. 학교폭력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대책의 일환으로 비슷한 내용의 조사를 실시했지만 현실적인 변화나 조치가 없었다. 학교별 조사결과를 어떻게 일반화시키고, 특수사례를 감안해 학교현장에 어떻게 반영할지에 대한 고민을 이어 결과가 반영된 대응책을 내놓는지, 아니면 학교별 조사결과 보고서 몇 권 배부해주는 것으로 그치는지에 대한 활용의 문제는 이제 교육청과 학교에 넘겨졌다.
전라북도 교육청은 교과부의 학교폭력 근절대책이 학교 현장과는 괴리가 있음을 지적하며 교과부 대책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에는 발 빨랐지만 근절대책 발표는 다른 지역에 비해 한참 뒤늦게 제시가 되었다. 그나마 제시된 인성교육과 몇몇 대책들은 이미 교과부나 타 지역에서 마련한 학교폭력 근절대책과 유사하거나 이미 오래전부터 추진해온 대책들이 반복된 것이었으며, 해답으로 제시된 ‘인성교육’ 카드 또한 ‘어떻게’가 빠진 ‘인성’만 덩그러니 혼자 남았다. 인성교육은 학교교육에 가장 기본이 되는 장기적인 대안이다. 이것은 대책이라고 할 수 없다.
그리고 교육청은 인성교육을 강조하였지만 실제 대책에서는 오히려 인성교육과 반하는 방침을 정함으로써 스스로 오류를 범하는 결정을 했다. 집중이수제 때문에 희생된 예체능교육의 확대에 대해 중심을 잡지 못하고 스포츠클럽 활성화 등의 방침에 대한 결정을 학교 자율운영으로 미뤘다.
이미 학교에는 체육, 미술, 음악, 도덕, 윤리 등 교과편성은 매우 줄었고 예체능교사의 수도 갈수록 줄고 있다. 충분한 예체능 활동으로 풍부한 감수성을 기르고 인성을 바르게 갖춰 나가는 일은 유아교육에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초·중·고등 교육에서도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림으로, 음악으로, 율동으로 아이들의 정서는 아름답고 안정적인 방향으로 한걸음씩 옮겨질 수 있다. 우리가 음악 한곡, 뮤지컬 한편에 일상의 카타르시스를 경험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모든 일들을 한꺼번에 다 할 수 없다면 우선 학교폭력 증후군을 없애주는 일부터 했으면 좋겠다. 어떤 학부모는 학교에서 돌아오는 아이의 몸 상태부터 확인한다. 어떤 학부모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이가 학교생활을 숨기는 것이 있는지부터 살펴본다. 어떤 아이는 집 현관을 들어오면서 “학교 다녀왔습니다”라는 인사 대신에 ‘학교에서 아무 일 없었어요’ 라고 말한다. 이렇듯 학부모와 아이들 모두가 학교폭력 증후군을 앓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시급한 대책으로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온 종일 불안 해 하는 학부모의 불안감을 없애주고 아이들에겐 즐거운 등·하굣길이 될 수 있도록 학교생활의 안정감을 찾아주는 일이 우선되어야 한다. 이러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에 학교가 앞장서서 활발하게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교육청은 지원해주어야 하지만 거리에는 ‘가두캠페인’만 있을 뿐이다.
사람들은 학교폭력의 예방과 근절의 주체는 학교와 교육청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분명 학교폭력을 조기에 발견하고 치유시킬 수 있는 곳은 학교이다.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 그러기위해 사라진 학교부터 찾았으면 한다.
누리집 담당자
의정홍보담당관 함훈욱
연락처
063-280-47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