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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귀한 죽음, 영원히 지지 않을 꽃으로
작성자 :
김연근
날짜 :
2012-05-14
5월의 눈부신 날, 수 많은 제자들의 눈물을 뒤로 한 체 정녕 이렇게 가시렵니까!
지난 5월 10일, 눈감고 피해 갈 수만 있다면 피해 가고 싶은 소식을 접했습니다.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난 원광여중 2학년 버스가 덤프트럭과 충돌해 인솔교사 한 분이 숨졌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사고 소식을 접한 순간부터 떨어지는 꽃잎을 보며 안타까이 스러져간 선생님 생각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흩날리는 봄꽃에 선생님의 아름답고 숭고한 마음씨가 겹쳐 보였기 때문입니다.
신명선 선생님! 생전에 당신을 본 적도 만난 적도 없지만, 왠지 나는 선생님을 오래 전부터 알아온 듯합니다.
학생들에게는 “한 사람도 빠짐없이 안전띠를 꼭 매라!”고 신신당부를 하시고는 왜 정작 당신은 불편한 앞좌석에 앉아계셨는지 모르겠습니다.
혹시나 모를 사고에 대비해 맨 앞자리에서 전방을 주시하며 학생들을 안전하게 인솔하기 위해서였을 것입니다. 그렇듯 조심스럽고 철저하게 준비한 선생님이셨기에 선생님의 사고 소식이 더욱 애통합니다.
선생님이기 이전에 초등학교 4학년, 2학년 남매를 둔 어머니였기에, 학생들의 안전을 바라는 선생님의 바람은 더욱 간절했을 것입니다. 평소에도 학생들은 선생님을 잘 따랐고, 올해 2학년 담임을 맡아 누구보다 학생 한 명 한 명에 대한 책임감과 애정이 깊었다고 들었습니다.
그런 선생님의 죽음을 눈앞에서 목도한 학생들의 마음은 또 어떨지, 생각만 해도 가슴이 아려옵니다. 인명(人命)은 재천(在天)이라고 하지만 그렇게 조심하고 혼신을 다해 학생들을 이끌었는데, 정작 당신은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가고 말았습니다.
선생님 말을 가장 잘 따랐기에 가장 앞선 버스를 타고 움직였다는 2학년 6반. 그것이 그렇게 영영 먼저 가는 길이 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그러나 선생님의 고귀한 정신은 그냥 스러지지 않았습니다. 평소 ‘능력있는 선생님이기 보다는 좋은 선생님이고 싶다’고 말하시며 학생들을 하나에서 열까지 챙기는 분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런 꼼꼼한 선생님의 열성이 37명 여학생들의 꽃 같은 목숨을 살렸습니다. 신호를 무시하고 불시에 치고 들어온 덤프트럭에 들이받힌 상황에서 학생들이 안전벨트를 매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됐겠습니까? 아마 사고의 규모는 상상하기 싫을 만큼 끔찍하게 커졌을 것입니다.
어쩌면 선생님은 하늘나라에 가서도 제자들이 무사한 것을 보면서 안도의 눈물을 흘리고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고(故) 신명선 선생님! 선생님이 제자들에게 남긴 마지막 말은 “안전벨트를 매라!”는 말이 되고 말았습니다. 제자들은 앞으로도 선생님을 떠올릴 때마다 그 고운 음성을 기억할 것입니다.
존경하는 선생님을 가슴에 묻어야 할 여학생들의 황망하고 슬픈 마음을 무엇으로 헤아리겠습니까? 부디 학생들이 아픈 기억을 지우고 하루빨리 일어나 5월의 햇살과 바람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 일을 충격에 빠진 학생들과 가족들에게만 맡겨놓을 것이 아니라 전라북도 교육청과 관계기관에서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입니다. 불의의 사고를 당한 학생들이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지 않도록 시급히 상담치료 등을 통해 그 마음을 안정시켜야 할 것입니다.
또한 창졸간에 엄마를 잃은 두 자녀와 누구보다 애통해할 남편 분에게도 진정어린 위로의 마음을 전해야 할 것입니다.
이 안타까운 상황을 그냥 보고만 있기에는 너무나 가슴이 아파서 자식을 키우는 학부모의 한 사람으로서 추모의 글을 올립니다.
고(故) 신명선 선생님! 이제 학생들 걱정은 잊고 하늘나라에서 편히 쉬십시오. 선생님의 숭고한 희생과 사랑은 아이들의 마음 속에 영원히 지지 않을 꽃으로 피어날 것입니다. 그 곳에서 부디 평안하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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