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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기하급수적으로 노인요양병원이 늘고 있다. 늘어나는 이유는 여러 가지 있겠지만 그 중 하나는 국민들의 평균 수명이 늘어나 노년층 인구가 급속하게 증가하는데 그에 대한 사회안전망이 빈약하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면 흔히 4고(苦)에 시달린다고 한다. 경제적 능력이 없어지니 가난해지고(貧苦), 외로움으로 쓸쓸해지고(孤獨苦), 할 일도 적어진다(無爲苦). 게다가 병들어 괴로워(病苦)지기까지 한다. 이러한 고통을 완화시킬 수 있는 방안은 다른 게 아니다. 나이가 들어도 꾸준하게 활동할 수 있고, 타인과의 인간관계도 지속하며, 경제적인 능력까지 갖출 수 있는, 그것은 바로 일자리에 있다. 예로부터 장수는 인류의 최고 희망사항이 아닌가. 장수하라는 말을 가장 큰 축원으로 여기며 오래 사는 사람을 일컬어 복이 많다고 한다. 그러나 병들고 돈 없는 사람에게 장수는 과연 축복일까? 사정이 이렇게 되면 장수는 오히려 주위 사람들에게 무거운 짐이 될 것이다. 때문에 그냥 장수가 아니라 사람다운 삶을 누릴 수 있는 그런 장수라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장수가 축하받을 만한 일이 되는 것이다.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층 비중이 2011년 11.4%이고, 2020년에는 15.7%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런 추세라면 2050년에는 총인구의 약 40%가 노인이 될 것이다. 국내 한 연구소가 발표한 노후자금 마련 방안 관련 자료에 따르면 은퇴 후 사회활동을 하나도 하지 않고 건강검진만 받는 등 기본적인 삶을 유지하는데도 월 183만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살펴보면 월 300만원 이상의 경제적 수급 능력이 있어야 비로소 축복받는 장수의 길에 접어드는 안정적인 생활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런 조건을 충족하고 은퇴하는 사람들은 거의 드물다.
정부도 이런 노년층 인구를 위한 준비가 부족하다.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결국은 재원이 따르는 문제라 묘안을 만들어내기가 쉽지 않다.
보건복지부는 복지대상자에 대한 정부 지원의 정확성을 제고하기 위해 지난해 5월부터 9월까지 기초생활수급자의 부양의무자에 대해 소득·재산자료를 정비하였다고 한다. 그 결과 전체 확인대상 약 38만 명 중 약 3만 3,000명이 수급자격을 상실하고, 약 14만 명이 급여가 감소했다. 이 과정에서 탈락한 노인은 자식에게 경제적인 짐이 되는 것을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일용직 노동을 하던 50대 가장도 자살을 했다. 모두 비슷한 이유에서다. 부정수급자를 가려내어 지원대상을 정확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전에 국가는 노인문제에 대한 체계적이고 계획적인 구상에 더욱 투자해야 한다.
복지 차원에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노인 일자리 창출에 힘을 쏟고 있지만, 그리 녹녹한 일이 아니다. 그러함에도 노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은 부족한 복지를 채워주는 것, 그 이상의 것이 있다. 무능력함에 빠져 상실한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고 육체적·정신적으로 건강을 유지할 수 있게 한다. 무엇보다 독립적인 경제적 활동은 그 자체로 사회의 총체적인 부양 부담을 줄어들게 한다. 노인 일자리 창출이 우리사회가 노인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최고의 복지라 평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2010년 1인 가구는 415만3,000 가구로 전체 가구의 23.9%를 차지한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1인 가구가 2035년에는 34.4%인 762만8,000 가구며 70대가 19.8%인 151만3,000 가구로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과거 전통사회에서는 상호부조제가 하나의 사회안전망으로의 기능을 하였다. 그러나 산업화, 도시화 되면서 그러한 사회안전망은 해체되었고 이젠 국가가 이를 대체해야 하는데 아직 역부족이다. 진시황은 만년에 불로초를 구하기 위하여 백방으로 노력했다고 한다. 장수는 그만큼 염원이었다. 그러나 여생이 막막한 노인에게는 불로초도, 장수도 더 이상 축복일 수만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