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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우리나라의 높은 교육열을 여러 번 칭찬한 바 있다.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사교육과 조기유학 열풍은 그 대표적 증거라 할 수 있다. 부모로서 자녀를 잘 가르쳐 보겠다는 마음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들은 높은 교육열에도 불구하고 참으로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것 같기에 안타깝다. 그것은 가정의 교육적 기능이 심각하게 위축돼 버린 것이다.
입체파 미술로 20세기 최고의 거장이 됐던 파블로 피카소는 어린 시절 미술교사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그림은 잘 그렸지만, 읽기와 쓰기는 낙제를 받을 정도였다고 한다. 이에 자신감을 잃어버린 피카소에게 어머니는 늘 이렇게 용기를 북돋워 줬다. “우리 아들은 군대에 가면 장군이 될 것이고, 성직자가 된다면 교황이 될 것”이라고. 어머니의 이런 칭찬은 어린 피카소의 가슴을 뛰게 했고, 결국 모든 일에 자신감을 갖게 됐다.
많은 가정에서도 이런 칭찬과 격려를 통해 아이들을 고무시키리라 생각하지만, 여전히 상당수의 가정에서는 그런 여유가 없는 것 같기에 안타깝다. 참된 가치와 인간에 대한 깊은 신뢰를 가르치기보다는 석차와 등급 올리는 것만 주문 외우듯 요구하고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학교 수업이 끝나면 아이들을 정신없이 학원에 데려다 주는 것으로 부모 역할을 다하고 있다고 자위하고 있는 사람은 없는지 모르겠다.
2002 월드컵 축구에 온 국민이 열광하고 있을 때다. 미국 스탠포드대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서울 일류대학 교수인 아버지를 아들이 살해한 사건이 일어났다. 아버지의 비명소리에 잠을 깬 할머니마저 살해해 버린 끔찍한 사건인데, 무엇이 이런 참극을 가져왔을까?
부모의 기대와는 달리 학습에 열의를 보이지 않자 아버지는 아들을 신뢰하지 않았고, 늘 질책했다. 미국과 한국을 오가면서 어린 시절을 보낸 아들의 입장에서는 한국의 치열한 교육경쟁이 버거웠겠지만, 아버지는 늘 자신의 기준과 잣대로 아들을 바라보면서 초조했던 것이다. 급기야는 군대 갔다 와야 속 차린다며 억지로 입대시키면서까지 끝없는 질책을 했다고 한다. 이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척이던 아들이 아버지를 살해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 사건을 보면서 많은 부모들이 자신의 자녀 양육 방식을 돌아보기도 했다.
가정은 자녀를 북돋워주고, 자신감과 긍지를 주는 공간이어야 한다는 점을 일깨워 주기에 충분한 사건이다. 부모의 자녀에 대한 지지와 믿음은 부모가 자녀에게 바칠 수 있는 위대한 사랑이다.
문득, 미국 클린턴 정부의 노동부 장관 로버트 라이시가 떠오른다. 로버트 라이시는 당시 220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해 답보 상태에 빠진 미국 경제를 활성화시킴으로써 미국의 국가 브랜드를 높이는데 기여했지만, 바쁜 일상 때문에 자녀에게 관심을 주지 못했다고 한다. 그런 어느 날 여느 때처럼 파김치가 돼 귀가했는데, 자신의 서재에 다음과 같은 딸의 메모가 놓여 있었다. “아빠, 그렇게 바빠요? 아빠와 함께 식사한 일이 벌써 아득한 추억이 돼버렸네요. 잠에서 깨어나면 아빠는 벌써 출근해 버렸고, 늘 늦게 오시니 아빠 얼굴 볼 날이 없네요. 아빠, 오늘 저녁 이 메모를 보시면 꼭 저를 깨워주세요. 아빠와 얘기하고 싶어요.”
이를 본 라이시 장관은 크게 깨달은 바 있었다. 클린턴 대통령이 노동부 장관을 계속 맡아줄 것을 요청했지만, 다음과 같은 말로 사양하였다고 한다. 라이시 장관이 언급한 것처럼 가족의 소중함을 되살려내길 바라면서 함께 되뇌어 보자.
“권력은 유한하지만, 가정은 무한한 것이다. 나에게 가족보다 소중한 권력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