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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난 3월에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다양한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가해학생에 대한 출석 정지, 강제 전학, 처벌 내용의 생활기록부 기록, 복수담임제도와 일진경보제 도입, 폭력 예방차원의 중학교 체육활동 확대 방안 등이 그것이다. 이것만으로도 모자라 지난 11일에는 ‘학교폭력 해결 기여 교원 승진가산점 부여방안(시안)’까지 나왔다. 정부의 이와 같은 대책 마련에도 불구하고 학교폭력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작년 연말부터 이어진 학교폭력 관련 자살이 지금도 끊이지 않고 있다. 학교폭력 후유증 또한 적지 않다. 올해 발표한 방안 적용과 관련해서도 이해 당사자 간이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강제 전학에 따른 학생과 교원 간, 학교 간의 갈등, 처벌 사항 학교생활기록부 등재에 따른 학생·학부모와 교사 간의 갈등이 크게 일어나고 있다.
이런 판국에 ‘학교폭력 해결 기여교원에 대한 승진 가산점 부여 방안’은 다소 엉뚱하다는 생각이 든다. 학생 지도에 대한 교사의 권위가 현저하게 위축되어 학생을 지도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는 학교의 현실을 감안한다면 실효성 있는 제도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교원이라면 당연히 이 문제에 대하여 고민해야 하고 앞장서야 함에도 승진가산점을 부여하는 것이 교원의 권위 회복에 부합하는지도 의문이다. 사회문제로 확대된 학교폭력까지도 교원의 승진의 수단으로 삼는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물론 어떻게 해서라도 학교폭력을 줄여보고자 하는 고육책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최근 교육과학기술부가 내 놓은 방안들은 근본 원인에 대한 심층적인 고민이 보이지 않는다. 단지 현상에 대한 전형적인 대증요법만 찾고 있는 것 같다. 마치 ‘언 발에 오줌 누는 것’처럼 미봉책 찾기에 골몰하고 있는 것 같다. 학생들이 정서적으로 혼란을 겪지 않고, 안정된 상태에서 학교생활에 전념할 수 있는 근본적 제도 마련에는 손을 놓고 있다. 즉 예방적 차원의 정밀한 로드맵이 전혀 마련되지 않은 가운데, 이미 벌어진 폭력사안의 처리 방안에만 집착하고 있는 것이다.
학생들이 왜 학교폭력과 일탈행위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즉 학교 교육은 물론이고, 가정과 사회에 잠재되어 있는 근본적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순위 경쟁에만 빠져 있는 경쟁 교육과 그로부터 야기된 개인주의 행태, 빽빽한 교육과정 운영으로 정서함양 기회가 없는 교육 현실, OECD 국가들에 비해 난이도 높은 교육 내용 등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없다. 아이의 꿈을 찾아주기보다는 부모의 꿈이 강요되는 현실, 함께 살아가는 원리를 일깨우기 보다는 이기는 법을 은근히 강요하는 가정의 이기적인 구조도 큰 문제다. 우리 사회는 어떠한가. 법과 도덕이 제대로 작동되는지 의문이 들 만큼 심각하다. 국회의 인사청문회에서 보듯 지도층 인사들의 탈법과 부정은 학교에서 배운 정의와 도덕을 무색하게 하지 않은가. 폭력과 부정이 은근히 미화되기도 하는 매스미디어의 위력, 돈벌이 앞에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의 주머니 채우기에만 급급한 사회적 시스템도 큰 문제이다.
최근 인권교육이 강조되고 있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이 인권교육이 상호주의에 입각하여 ‘함께 성장하는 방안’을 찾지 못하고 이기적인 방향으로 왜곡되고 있다. 의무와 권리가 동시에 교육되어야 함에도 권리만 찾게 하는 왜곡된 구조가 학교 교육을 휘청거리게 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는 교사가 교육의 주체로 우뚝 서지 못한다. 교사가 교육주체로 서지 못한 상태에서는 백약이 무효다. 교사의 교육활동 하나하나가 간섭의 대상이 되어 버린 상황에서 무슨 교육이 제대로 되겠는가.
이런 복잡한 요인들이 얽혀 있는데도, 교과부에서는 근본적인 문제를 찾기보다는 일어난 사건의 처리방법에만 머리를 싸매고 있는 것 같기에 안타깝기만 하다. 그렇게도 많은 교육 관료나 교육학자들은 북유럽의 협력교육을 배우겠다고 현지 연수를 떠나고 있지만, 지금까지 우리나라 교육현장에 제도적으로 접목시킬 방안을 내 놓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경쟁교육의 효율성만 강조하면서 교육 현장을 경쟁의 장으로 부추기는 일에만 몰두하고 있다. 북유럽의 협력 교육의 내면에 담고 있는 인간 중심의 패러다임은 여전히 관심 밖이다. 교원의 긍지가 위축되어 있는 상황에서 승진가산점을 부여한다는 저급한 발생이 과연 학교폭력을 근절하는 대안이 될 것인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