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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원 엑소더스 방관할 것인가
작성자 :
유기태
날짜 :
2012-08-10
해마다 학기말이 되면 많은 교원들이 명예퇴직을 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의 8월말 현황을 살펴보면 2009년 256명, 2010년 494명, 2011년 592명, 2012년 769명 등으로 꾸준히 증가추세에 있다. 특히 올해에는 지난해 같은 시기에(592명)에 비해 30%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왜 많은 교원들이 정년을 채우지 않고 명예퇴직을 신청할까?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교원의 명예퇴직은 건강상의 이유로 정상적인 교육활동을 할 수 없을 때 제한적으로 이루어졌고, 대부분 정년까지 근무하는 것을 보람과 긍지로 여겼다.
그러나 최근에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한국교총이 지난 5월 전국 초중고등학교 교사 3,27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명예퇴직의 직접적 원인은 ‘교육환경 변화에 따른 어려움(전체응답자의 94.9%)’ 때문이라고 한다. 즉 교단붕괴에 따른 교직의 안정성이 크게 위축된 데 그 원인이 있는 것이다.
교직이 갖는 직업적 안정성 때문에 해마다 교원임용시험에 우수한 인재들이 몰리는 것과 비교하면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긍지와 보람을 느낄 수 없는 교육풍토가 명예퇴직을 부추기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어느 정부에서 교원 정년단축과 관련하여 주장했던 고경력 교원 한 명의 봉급으로 세 명의 젊은 교원을 채용할 수 있다는 산술적 계산에만 빠져 있는 느낌이다. 해마다 소요예산을 늘여가면서 명예퇴직 신청을 받고 있는 느낌이다.
대부분의 직업군에서 정년 연장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현실과 비추어 본다면, 교원의 명예퇴직 열풍은 매우 심각한 문제이다. 실제로 필자가 학교 현장을 방문해 보니, 학교마다 50대 후반의 교장 교감을 제외하면 50대 후반의 교사들이 보이지 않았다. 상당수는 이미 명예퇴직을 하였거나, 혹여 있다 해도 그들은 또래들끼리만 어울리면서 명예퇴직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는 것이다. 명예퇴직은 이미 4-50대 후반 교사들의 중심 화두가 된지 오래라고 하니 우리나라 교육 현실이 얼마나 삭막한 것인가를 가늠해 볼 수 있다.
그런데도 교육당국은 명예퇴직 증가에 따른 대책 하나 내놓지 않은 채 손을 놓고 있다. 지금도 여전히 경제적 셈법만을 고집하면서 은근히 부추기고 있는 느낌까지 든다. 교원의 명예퇴직 증가가 불러올 사회적, 교육적 손실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는 모양이다. 임용고시를 거친 우수한 후배교사들이 선배교사들의 우울한 퇴장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 것인지 생각해 보라. 올 8월의 명예퇴직 신청자의 평균 교직경력은 28년, 평균 나이는 53-54세라는 분석에서 보듯, 어느 새 교사의 정년은 53-4세가 되어 버린 느낌이다.
명예퇴직을 양산하는 교직 풍토, 이는 우리의 교육환경이 매우 열악함을 명징하게 보여주고 있다. 툭하면 학생과 학부모에 고소당하는 현실, 아이들을 통제할 수 없는 교육적 사회적 여건, 교권침해로 저하된 교원 사기, 학생과 학부모에 의한 교원 폭행 등은 최근 명예퇴직을 강요하는 직접적 원인이다. 교원의 명예퇴직 증가는 결과적으로는 교육활동을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에 유의해야 한다. 긍지와 보람을 느끼면서 학생들을 열성적으로 지도하게 하는 역동적인 교원조직 시스템이 아니라면 대다수 교원들은 언제라도 명예퇴직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된다. 최근 젊고 실력 있는 인재들이 교직에 많이 입문하고 있지만, 3-4년도 못 되어서 절망하게 하는 우리교육 현실은 도미노게임처럼 명예퇴직을 확산시킬 우려가 있다.
명예퇴직, 이는 최소한의 기준에서 이루어질 때 의미가 있다. 건강상의 이유, 또는 자아발전의 계기를 마련하는 측면에서 이루어질 때 개인에게는 물론이고 사회적으로도 가치가 있는 명예퇴직이 된다. 그러나 견딜 수 없는 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도피의 수단이 된다면 이는 중요한 교육적 또는 사회적 자산을 강제로 폐기처분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교원의 명예퇴직 증가, 더 이상 방관할 일이 아니다. 그 실태와 원인을 분석하여 정년 때까지 높은 사명감과 긍지를 가지고 근무할 수 있는 교육환경을 만들어 낼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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