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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땅’이 될 것인가
작성자 :
배승철
날짜 :
2013-01-14
차기정부 인수위원회가 출범하고 본격적인 정권 인수작업에 돌입했다. 분야별로 구성된 인수위원들이 차기 정부의 초기 연착륙을 위해 다양한 아젠다를 다루게 될 테지만, 전북도민의 눈과 귀는 전북지역에 내건 차기 정부의 공약이 인수위에서 얼마나 주요하게 다루어질 것인가에 쏠려있다. 다시 한 번 전북발전에 대한 기대가 솔솔 피어오르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 당선인은 선거과정에서 전북을 ‘미래의 땅’으로 표현한 바 있다. 새만금에 대해서도 "대한민국 유사 이래 최대의 역사이고 국가 차원에서 지원하고 힘을 합해 꼭 성공시켜야 할 사업"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외에 여러 발언이나 공약들을 살펴보면 한 마디로 전북홀대에 종지부를 찍겠다는 다짐으로 들린다. 말의 성찬으로 폄하하지 않고 당선인과 새 정부의 진정성으로 받아들이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하지만, 새 정부 출범 이후 전북의 ‘달라질 위상’에 대해서는 기대보다는 우려가 앞서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그동안 뿌리 깊게 이어져 온 전북의 홀대와 소외 그리고 낙후라는 부정적인 낙인이 어떻게 형성되었는가. 믿었으나 버림받았고, 버림받았으니 불신했지만 ‘전북발전’을 카드로 내세우는 정치권을 다시 믿게 되는, 망령과 같은 악순환이 지속하는 과정에서 고착화된 것들이다. 그러다 보니 중앙정치권을 죄다 불신하고 탓하면서 전북만의 독특한 정치혐오증이 생기게 된 것이다.
전북은 발전과 성장이라는 두 단어에서 언제나 한걸음 떨어져 있었다. 식민지 치하에서는 수탈의 전진기지로, 근대국가로서 틀을 갖춘 이후 경제성장을 국시로 삼던 시절과 이후 지속한 독재정권 하에서는 일방적인 따돌림으로 시름해 왔다. 심지어 민주적인 정권교체가 이루어진 후에도 영호남 대결구도의 정치적 지형이 지역발전의 양극화로 이어지는 수난을 겪어야만 했고, 김대중 정부 시절에도 전북은 님바라기만 하고 손에 쥐인 게 없었다. 단적으로 재정자립도만 보더라도 전북은 도 본청과 14개 시군의 지난 5년간 전체 재정자립도 평균치가 15.90%에 불과하다. 충남(24.57%)이나 강원(18.77%), 경북(19.07%)에 모두 뒤지고 전체 244개 지자체 중 100위 안에 든 지자체는 전주시가 유일하며 대부분은 200위권 밖으로 밀려나 있다.
이제는 망령과도 같은 낙후 프레임을 제거해야만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지역균형발전이라는 과거 정권의 프레임을 폐기시키지 않고 이를 새로이 승계하려는 새 정부의 의지와 결단이 필요하다. 어차피 선거 기간 중에 쏟아낸 지역별 공약들도 총합으로 보면 결국은 지역균형발전을 염두에 둔 것이나 다름없다. 문제는 이를 지역균형발전이라는 국정운영 기조의 틀로 엮어내지 않고 기계적인 조합으로 접근할 경우, 각 지역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도 기대하기 어렵고 정치적으로도 세련미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물론,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내야 하듯이 유사한 철학과 비전이라고 해도 새 정부가 지향하는 국정 철학에 부합하는, 이를테면 신 지역균형발전 전략이 필요할 것이다. 국가 차원의 거시적인 접근으로서 지역균형발전을 추진하지 않고 선거 기간 동안 제시한 각 지역별 공약들을 모조리 이행하겠다고 한다면 거짓도 이만한 거짓이 없을 것이며, 새 정부가 약속한 미래의 땅은 공허한 구호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두 번째는, 국가에 일방적으로 의존하는 방식을 과감하게 탈피하는 것이다. 수십 년간 경험하면서 폐기해야 마땅한 것으로 증명된 구태를 애써 고집할 이유가 없다. 내발적인 성장동력을 찾고 전북만의 특화된 강점을 살릴 수 있는 발전전략으로 대체해야 한다. 현재 전라북도가 핵심 도정 중 하나로 추진하고 있는 슬로시티나 농도로서의 특성을 살린 지역순환경제, 그리고 타지역에 비해 월등히 우수한 인적 인프라를 확보하고 있는 문화예술 분야 육성은 충분히 성공적인 카드가 될 수 있다. 님바라기만 하던 소극적인 관행을 반성하고 긴 호흡으로 지역발전을 이끌어내겠다는 지역사회의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말이다.
전북은 ‘미래의 땅’이 될 수 있을 것인가. 새 정부는 전북발전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 것인가. 마냥 비관적인 시각으로 일관해서는 안 되겠지만 그렇다고 대통령 당선인이 제시한 ‘미래의 땅’이라는 비전에 과도한 기대를 걸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열쇠는 우리에게 쥐여져 있었던 것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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