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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지기(知人知己)가 필요한 민주당의 대선 반성

작성자 :
정진숙
날짜 :
2012-12-27
대통령선거 불과 한 주 만에 ‘반성’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솔직히 내키지 않는다.

머리는 이미 ‘패배’를 인식하고 있지만 엄동설한을 무색하게 한 뜨거운 심장은 현실을 인정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인터넷에 넘쳐나는 ‘대선부정개표’라는 글만 보이면 클릭하고 읽어 내려가는 것도 머리가 아니라 가슴이 시키는 일이다. 유세장 열기는 뜨거웠고 투표율이 높았기에 문재인후보의 당선을 기대했지만 결과는 서울과 호남을 빼놓고 빨갛게 물들었다. 그래서 마음속에 상처를 입고 찬바람을 맞은 전북인이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텔레비전 화면 속에서 환호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빠졌다. 박근혜 후보를 지지한 51.6% 국민의 선택을 존중하고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앞으로도 황망한 패배가 또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이 들었다. 대선 전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권교체를 요구하는 의견이 수차례 과반을 넘었는데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패했다는 것은 분명 냉철히 되짚어 봐야할 요소가 적지 않음을 반증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고 하지만 뒤늦게라도 민주당은 손자병법의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를 곱씹어야 할 때가 아닐까. 이미 민주당은 지난 총선 패배 이후 정권교체의 열망을 제대로 읽지 못한 데 대한 반성과 소통방법의 개선에 대해서 진지하게 논의했어야 할 시기를 놓치면서 더욱 큰 아픔을 당하게 된 셈이다. 그렇다고 지금 상황에서도 ‘네 탓 내 탓’으로 시간을 보냈다가는 정통민주세력으로 ‘민주당’의 존망이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가져야 한다.

대선과정에서 숱한 점검 포인트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사람을 먼저’ 챙기지 못했던 세 가지 사건이 떠오른다.

첫째, 한광옥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한화갑 전 새천년민주당 대표, 김경재 전 민주당 최고위원 등 호남 인사들이 박근혜후보 지지를 선언하면서 전북인에게 적잖은 충격을 준 일이다. 민주당은 즉시 ‘배신자’라는 낙인과 함께 비난을 퍼부었고, 표에 큰 변수가 없다는 처방을 내 놓았다. 한광옥부위원장은 도리어 전북을 돌며 “지금 민주당은 김대중 대통령 때의 민주당이 아니다”라고 소리를 높이면서 민심의 동요를 꾀했다. 전북에서 박근혜후보 지지율이 처음으로 두 자리를 기록한 결과를 보며 각기 다른 해석들을 하고 있지만 왜 그들이 평생 걸어온 길과 다른 선택을 하고, 왜 진즉 문재인후보를 지지하도록 접촉하고 설득하지 못했는가에 대해서 숙고해야한다. 아니 이미 분당과 합당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그들이 당한 분노에 가까운 소외감을 치유하기에는 늦었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둘째, 안철수 전 후보가 홀로 사퇴를 선언하고 투표일 출국을 감행한 일도 곱씹어볼 일이다. 이런 사안마다 민주당은 소통이 되지 않았던 것처럼 허둥대는 인상을 국민에게 줬고, 안 전후보의 굳은 표정은 적잖은 사람들에게 ‘문후보가 안후보를 서운하게 대하는가?’ 하는 의구심을 품게 했다. 더구나 안 전후보와 결합한다는 이유로 공동선대위 전원이 사퇴하고 정세균 원톱체제로 전환하면서 선거운동 10여 일을 허비했다는 비판도 일부에서 일었다. 누구나 2~3일만 더 있었다면 역전됐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는 점을 생각하면 아쉬움은 크다.

마지막으로 5060세대와 소통은 제대로 된 것인가 자문해야 한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군부 독재를 몸으로 겪은 세대였기에 당연히 ‘독재자의 딸’이 집권하는 것을 거부하고 민주세력에 힘을 모아줄 것이라는 기대치가 상당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대학생의 등록금 고민은 대학생 자식을 둔 5060세대의 부모에게 더 크면 클 고통이지만 민주당은 대학생과만 생각을 나눈 것은 아니었을까. 비단 이뿐 아니라 살가운 대면을 제대로 했는지 돌아보게 된다.

민주당은 이번 대선 결과를 거울삼아 진정 사람을 먼저 이해하고 민주당 스스로를 깨달아야만 다시는 역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것이다.

누리집 담당자
의정홍보담당관 함훈욱
연락처
063-280-47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