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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해행정의 혁신,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작성자 :
김대섭
날짜 :
2013-04-08
새해의 분주함도 잠시, 벌써 4월로 접어들었다. 그런데 이맘때면 빠지지 않고 나오는 이야기가 있다. 바로 더디게 진행되는 수해복구사업 문제다. 주민들은 우기를 몇 개월 안 남겨두고 주변을 살펴보는데 지난해 자연재해의 상흔이 온전히 복구되지 않은 지구들을 확인하게 된다. 주민들은 지자체에 민원과 불만을 제기하고 언론은 이를 기사화해서 치밀하지 못한 공공기관의 재해행정을 지적하고 나선다. 그러고 나면 지자체는 보도자료로 대응하고 복구사업 추진에 잰걸음을 재촉한다. 씁쓸한 일이지만 이런 일련의 상황은 매년 반복되는 시나리오다. 올해 역시 예년 상황과 크게 다를 바 없어 적극적인 관심이 요구된다.
전라북도는 지난해 집중호우와 태풍 덴빈, 볼라벤, 산바 등 세 개의 태풍으로 인해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공식적으로 집계된 피해건수는 하천, 도로 등 총 541건에 달하며 피해액 규모는 1천1백억 원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시설별로는 기타 공공시설을 제외하면 하천 피해가 가장 컸고 수리시설과 소하천, 도로·교량이 그 뒤를 이었다. 지역별로는 군산과 정읍, 부안 등이 가장 피해가 컸다.
이에 따른 복구예산은 총 1,789억 원이 책정되었고 전라북도는 피해 이후 지금까지 복구사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공공시설에 대한 복구사업 완료율은 65.8%에 지나지 않으며 진행 중인 사업의 공정률은 56.2%에 불과한 실정이다. 우기가 코앞으로 다가왔음을 감안하면 강우로 인한 2차 피해가 우려되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급하게 먹는 밥은 체하는 법인데 무리한 공기단축으로 부실공사를 초래하고 결국 안 하느니만 못한 복구사업이 될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재해예방을 위한 각종 정비실적 역시 도민들이 마음 놓기에는 크게 모자라는 수준이다. 전라북도는 총 224개의 침수 및 붕괴 취약지구를 지정해 놓았지만 2012년까지 정비를 완료한 지구는 105개에 불과해 채 50%도 안 되는 정비율을 보이고 있다. 재해예방에서 가장 큰 축을 차지하는 하천 역시 마찬가지다. 전라북도는 도내 총 461개의 지방하천(총 연장 2,906km) 중 327개소에 대해서만 하천기본계획 수립을 완료한 상태이고 나머지 134개소는 연차적으로 추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지방하천 정비사업은 총 231개 지구 939,6km 중 겨우 66개 지구에 대해서만 완료를 한 상태이다.
재해예방과 복구의 현주소를 드러내자면 이외에도 수많은 자료를 열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핵심만 추려서 말하면 기존 재해행정의 가장 큰 맹점은 사전 위험요소가 있는 부분을 분석해서 예방책을 마련하는 것도 지지부진이요, 피해가 나고 사후약방문격으로 복구사업을 하는 것도 터덕대고 있다는 점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충분히 줄일 수 있는 행·재정적 역량을 낭비하는 것은 물론 주민 피해만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런 악순환을 막기 위해서는 재해행정의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한다. 즉, 복구위주의 방재정책을 사전 예방위주로 전환하고 철저한 재난관리체계와 방재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재해복구사업은 복잡하기 이를 데 없는 행정절차 이행으로 발 빠른 대처가 불가능한 구조이며 이미 피해가 발생한 후의 조치이므로 효율성도 떨어진다. 복구위주의 재해행정을 고수한다면 재해복구사업이 오히려 예산낭비를 초래하는 모순된 상황에 제동을 걸 수가 없고, 온전한 피해 예방도 요원할 수밖에 없다.
인간이 자연재해를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자연재해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은 인간의 힘으로도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막대한 예산이 수반된다는 이유로 근본적인 처방책 마련에 미온적으로 대처하거나, 필요성을 인식하면서도 재해행정을 혁신하지 못한다면 소중한 인적·물적 피해는 피해대로 계속될 것이며 돈은 돈대로 들 수밖에 없다.
국가와 지자체는 지금까지 재해로 인한 피해규모와 이를 복구하기 위해 투입한 천문학적 예산이 객관적인 추정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막대하다는 점을 되새겨 봐야 한다. 종래의 재해행정이 근본적인 대책으로서는 일정한 한계가 있음을 직시하고 주민들의 소중한 생명과 재산피해를 막기 위해 공공기관으로서 책무를 다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또 다른 볼라벤 앞에서 우리는 모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으며, 매년 이맘때쯤 재현되는 재해복구사업 문제도 틀에 박힌 형국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재해행정의 혁신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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