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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왔는데 봄이 아니다.
작성자 :
양용모
날짜 :
2013-03-25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 후보 간에 나름대로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투표를 불과 3일 앞둔 12월 16일 문재인 후보와 박근혜 후보의 복지분야 토론이었다. 박근혜 후보가 4대 중증질환에 대해 100%의료보장을 자신하자 문재인 후보는 1조 5,000억원이 넘는 예산을 어떻게 조달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박근혜 후보는 “그렇게 많은 예산이 들어 갈것 같지 않다. 건강관리공단에서 계산을 잘 못한 것 같다”며 2016년까지 100% 보장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진영 보건복지부장관 내정자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4대 중증질환 진료비 100% 보장’ 등 박근혜 대통령의 복지공약은 “선거 캠페인용 문구였다”고 털어놓았다. ‘모든 노인 기초연금 20만원 지급’ 공약에 대해서도 “선거운동 캠페인과 정책 사이에는 약간 차이가 난다. 실제 내용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진영 보건복지부장관 후보는 대통령 선거 당시 새누리당 공약 총괄기구인 국민행복추진위원회 부위원장이었던 사람이다.
기가 찰 노릇이다. 이건 백주에 날강도를 당하고 눈 뜨고 돈 가방을 빼앗기는 것과 같다. 그것도 국민 전체를 놓고 기만한 것이다. 대통령 후보가 국민을 상대로 표를 얻기 위해 거짓 공약을 하고 사기를 친 것과 다르지 않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이런 사기성 공약에 대해 아무런 죄책감이 없다는 것이다. 청문회 당시 태도를 보면 선거란 그런 것인데 뭘 그러느냐는 식이다. 이 나라 실체가 이렇다. 누구를 탓하겠는가. 그를 뽑아준 국민이 어리석은 것이지. 이렇게 한탄만 하고 모른 체하면서 살면 그만일까.
박근혜 대통령이 말하는 신뢰와 약속 준수는 그 기준이 어디에 있을까? 국가란 무엇이고 정부란 무엇인가. 폴리테이아(politeai)란 원제를 가지고 있는 플라톤(BC427~347 아테네 철학자)의 국가론(소크라테스의 대화 내용을 플라톤이 기술)에는 국가 타락을 정의해 놓았다. 앞은 생략하고 논하자면 세 번째 단계는 민주정 국가로서 빈부 격차가 커짐에 따라 가난한 자의 증오가 깊어지면 마침내 혁명이 일어난다고 하였다. 혁명으로 승리를 얻은 민중의 민주정부가 들어선다. 그곳에서 부자는 죽임을 당하거나 추방을 당하여 욕망의 평등을 요구하는 대중이 지배권을 갖는다. 이렇게 되면 통치자의 고유 통치력도 필요치 않고 정치는 임기응변으로 처리되는 무성격 적으로 된다는 것이다. 맹자의 정명론은 인간의 덕과 명분을 일치시킨다.
이런 점에서 루소의 사회계약론은 일반 대중의 의지가 관철되는 정치 체제가 형성되고 인간이 자유와 평등을 누릴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그렇다면 인간의 자유와 평등은 인간의 덕과 명분을 일치시켜야 만 존재 가치를 인정할 수 있다. 여기에서 공자의 정치 요체는 바로 임금은 임금다워야 하고 백성은 백성다워야 한다. 대통령은 국가를 대표하고 국민을 대표하여 나라의 운명을 짊어 질 책임이 있는 자리에 있다. 대통령의 통치권은 국민을 평안하고 정의롭고 좀 더 잘 살게 하라는 권력이다. 그런데 대통령이 되기 위해 국민을 속이는 공약을 남발 하였다면 이는 선거가 잘못 됐음을 반증한다. 세상의 정의를 신분의 높고 낮음에 들이 댈 수는 없지만 대통령의 공약은 다른 선거 공약과 다르다.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다.
선거에서 말 한 마디 잘못하여 고발당해 당선된 직이 날아가는 일은 한두 번 아니다. 그러나 대통령과 장관 후보가 처벌 될 것 같지는 않다. 우리나라에서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하여 사법부 힘으로 정의에 입각한 단죄가 이뤄지는 것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고발한 사람이 오히려 처벌 받을 수도 있는 상황이 오지 않으면 다행이다. 슬프지만 현실이다. 봄은 분명 왔다. 따스한 봄바람과 함께 산과 들에는 기화요초(琪花瑤草)가 만발 할 것이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국민들의 가슴에도 꽃이 만발 하여야 할 터인데 결코 그럴 것 같지 않다. 졸졸 흐르는 실개천의 물노래가 즐겁지가 않다. 내 가슴속 봄은 더욱 서글픈 봄이 될 것 같다. 봄은 왔는데 봄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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