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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의 봄날을 기다리며
작성자 :
배승철
날짜 :
2013-02-12
계사년 새해를 맞아 분주하게 신년인사를 하고 나니 벌써 3월을 앞두고 있다. 두어 달 동안 유난히 맹위를 떨쳤던 동장군도 흐릿한 잔설과 냉기만을 남기고 있을 뿐, 따스한 봄기운에 서서히 자리를 내어주고 있는 듯하다.
이제 날씨도 풀리고 우리 마음도 좀 풀리게 될까. 봄이 봄같이 느껴질 수 있을까. 아니면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 될 것인가. 안타깝게도 도정 전반을 살펴보면 봄기운을 만끽할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닌 듯하다. 특히나 올해 계사년이 프로야구 10구단 유치실패 소식으로 시작하게 되면서 지역발전의 염원이 여전히 공염불에 지나지 않느냐는 볼멘소리가 많이 들린다. LH 파장에 이어 터진 또 한 번의 악재라며 다들 아우성이다. 혹자는 전북의 봄날은 가버린 것이라고 탄식하기도 한다.
이번 프로야구 10구단 유치실패를 두고 정치적 실패, 무모한 도전, 도민 호도, 패착 등등 설왕설래가 많다. 그런데 정작 더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유치실패 자체보다 실패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피동적이고 절망적인 태도이다. 물론, 이번 경험은 프로야구 10구단 유치를 통해 지역발전의 전기를 마련하고자 했던 열망에 찬물을 끼얹는 참담한 비보였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실패를 받아들이는 우리의 태도는 10구단 유치 실패 그 자체보다 더 심각하게 성찰해볼 필요가 있다. 유치실패를 그동안 경험해 왔던 소외와 낙후의 연장선상에 올려놓고 생각하며 어차피 그럴 줄 알았다고 하는 건 이만저만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유치실패 이후 지역사회 내에서 증폭되는 좌절감과 열패감은 우리에게 아무것도 선사해주지 않는다는 점을 냉철하게 직시해야 한다. 후회는 행동 뒤에 오는 법이다. 지나고 나서야 무슨 말이든 하는 건 쉬운 일이다. 푸념과 볼멘소리로 일관하는 태도는 비생산적이다 못해 해악에 가깝다. 지금 시점은 실패의 과정을 냉철하게 되돌아보되 끊임없는 도전으로 새로운 지역발전 동력을 찾아나가는 노력을 기울이여 나가야 할 때다. 10구단 유치실패의 여파가 가시지 않은 지금, 뜻을 합치면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상투적인 진리를 되새겨야 한다.
물론, 이번 유치실패 과정에서 나타난 관 주도의 추진방식만은 통렬한 반성이 필요하다. 지금까지의 경험에 비추어 봤을 때 관이 전면에 나서는 방식은 특정 사안의 당위성을 포장해서 도민에게 강요하는 셈이나 다름없고 성공도 보장하기 힘들다. 도민의 뜻을 수렴하고 민간이 주도하는 방식을 애써 마다하고, 구시대적 관행으로 몸부림친다면 무슨 일이든 백전필패의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도민을 위한, 그리고 도민에 의한 추진방식만이 성취를 위한 첩경이며 해답이라는 점을 이번 유치실패의 교훈으로 되새겨 볼 일이다.
실패는 실패대로 역사에 남을 테지만 실패 이후 주저앉아 있는 전북의 모습은 부끄럽고 돌이킬 수 없는 상흔으로 기록될 것이다. 주저앉을 것인가, 다시 일어설 것인가. 그것은 온전히 우리 모두의 몫으로 남아있다.
200만 전북도민의 뜻을 다시 모아서 실패 앞에 온전하게 맞서는 동시에 지금 그리고 내일을 설계하는 희망적인 자세로 계사년 봄을 시작했으면 한다. 언젠가 전북의 봄날은 오고야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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