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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의 끝을 맞고 있는 싱클레어들에게
작성자 :
정진숙
날짜 :
2013-01-28
대학입시가 끝났다. 이제 결과를 기다리는 일만 남았고, 많은 고3 학생들은 초조해하고 있을 것이다.자녀들 못지 않게 맘들이 졸린 부모님들 노고도 입으로 말할 수 없을 정도일 것이다. 나 또한 자식을 키우면서 애와 함께 겪었던 과정이다. 대학의 이름이 세상의 전부라고 믿는 시기인 것을 안다. 하지만 사실 대학은 그 나이에 겪는 관문일 뿐 전부가 아니라는사실을 말하고 싶다. 자신보다 성적이 좋지 않은 친구가 좋은 학교를 갔거나, 자신의 성에 차지 않는 학교에 진학하게 되었거나 하는 대학교와 관련된 많은 문제들이 나중에 보면 지금 느끼는 것처럼 큰 일이 아님을 부디 알고 너무 힘든 마음고생을 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같은 대학을 나온 친구들이 지금 살아가는 방향이 각가 다름을 보면 대학은 들어 가는것 보다 들어 가서 어떻게 하느냐가 훨씬 주요한것을 알 수 있다.
“새는 알에서 빠져나오려고 몸부림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나는 누구든 한 개의 세계를 부숴야 한다.”
헤르만 헤세의 방황과 좌절이 투영된 소설 데미안의 주인공이자 화자 싱클레어는 소설 데미안이 최초로 발표되었을 때 헤르만 헤세가 본명 대신 사용했던 이름이기도 했다. 이미 널리 알려진 고전이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을 테지만 나 역시 어린 시절 데미안을 읽고 또 읽을 만큼 좋아했다. 어린 시절 무언가 힘든 일이 있거나 흔들리는 시기에는 내 곁에 항상 데미안이 있었다. 조금만 바람이 불어도 흔들리던 시절 나에게 길잡이는 ‘데미안’이었다.
데미안에서 주인공 싱클레어는 안락한 가정과 바깥세상의 고통 속에서 자신의 안에 공존하는 선과악의 사이에서 갈등하다 데미안을 만나 그의 도움으로 알을 깨고 자기 자신의 내면을 성찰하게 된다.
이제 싱클레어가 그랬던 것처럼 자신을 둘러싸고 있던 입시라는 알을 깨부수고 성인이 된 것을 축하하며 새로운 세계로의 발돋움을 할 때이다. 혼자서가 힘들다면 싱클레어처럼 데미안이라는 길잡이를 찾아도 좋겠다. 요즘 많은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멘토링 프로그램으로 후배가수를 육성하는 것을 보았다. 흔들리는 일이 너무나 많은 이 시대에 이제 갓 알을 깨고 나와야 하는 그대들의 길잡이가 되어 줄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 의지할 수 있다면 그것은 행운일 것이라 생각한다.
생각하면 긴 인생에서 중요한 결정을 하고 방향을 정하는 시점에 누구와 무엇과 하느냐는 무척 중요하다. 주변의 환경 설정 또한 본인의 자질과 밀접하다. 맹모삼천지교에서 보이듯이 혹은 가깝게 우리네 부모님들이 많이들 하시는 말씀 중에 '우리 자식은 착한데 친구를 잘못 만나서..'라는 말은 기본적으로 주변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중요성이 내포되어 있음을 말해 준다. 데미안에서 싱클레어의 주변에는 크로머라는 불량배가 싱클레어를 괴롭히고 있었다. 그러던 중 데미안은 싱클레어에게서 단지 말 몇 마디로 크로머를 떼어내버린다. 그리고 데미안은 싱클레어의 길잡이가 되어 흔들리는 그의 인생을 바로잡고 앞으로의 길을 제시한다. 싱클레어가 데미안이 없이, 크로머에게 계속해서 괴롭힘을 당했다면 어땠을까? 데미안의 내용과는 관련이 없지만 나는 가끔 상상해보았다. 그가 결국은 크로머와 같은 사람으로 성장했을지, 혹은 그럼에도 자신의 길을 잘 찾아 갔을지는 나의 머릿속에서만 여러 가지 결론으로 마무리가 되었지만, 역시 데미안은 꼭 필요한 사람이었다.
희망컨대 결과에 괴로워하기보다 새로운 시작을 맞이할 준비를 하며 진정한 자신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힘들게 알을 깨고 나온 세상이 생각처럼 녹록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때 내가 데미안을 선택했던 것처럼 그대들만의 멘토를 찾는 것을 제안해본다. 나처럼 책이 될 수도 있고, 연극이나 드라마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 이제 만날 대학의 선배나 혹은 가장 가깝게 가족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새로운 2013년, 그대들이 성인으로서 처음 내 딛는 발걸음에 행복만이 가득하기를 마음 가득히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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