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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수도권 규제완화 카드인가

작성자 :
배승철
날짜 :
2013-05-23
지난 정부에 이어 박근혜 정부까지 수도권 규제완화를 추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지역균형발전을 외치면서 지역이 살아야 국가가 산다고 강조하던 박근혜 대통령의 구호가 결국 헛된 선전에 불과한 건 아니었는지 의구심만 증폭시키고 있다. 정권출범과 동시에 부실인사 검증 문제로 곤혹을 치렀던 박근혜 정부가 대선 기간 동안 약속하고 강조했던 사항들까지 폐기처분하고 있으니 정권이 신뢰성을 얻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애초 수도권정비계획법의 입법취지는 서울·경기를 비롯한 수도권의 과밀인구와 산업 집중도를 적절히 분산시키고, 수도권의 질서 있는 정비와 균형발전을 도모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난 이명박 정부 때부터 수도권정비계획법의 입법취지는 균열을 보이기 시작했다. 2008년에는 수도권 내 기업의 입지기준 완화 방안을 담은 '5+2 광역경제권 정책'과 대기업의 수도권 산업단지 내 공장의 신설 및 증설과 서울 첨단산업단지의 개발을 허용한 바 있고, 2009년에는 수도권 자연보전지역 안에서 대기업 공장의 신·증설을 허용하기도 했다.

이뿐만 아니라 2011년에는 아예 수도권 정비계획법을 폐지하기 위한 용역을 추진했고, 수질보전 특별대책지역에 공장의 신·증설을 허용하기까지 했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해온 일련의 수도권 규제완화 시도들을 보면 지방균형발전이 어디까지나 정치적 구호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짐작하고도 남는다. 좀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지방균형발전이나 수도권규제정책은 지방 민심을 달래고 표심을 얻기 위한 정치적 담론과 수사였고, 실제 정책실행은 이에 철저히 반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졌던 것이다.

문제는 지난 정부의 과오를 극복하고 새로운 대안과 카드를 제시해야 하는 박근혜 정부가 오히려 이를 답습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실 수도권 규제완화의 배경에는 기업들이 문화, 교육, 교통 등 정주 여건과 주변 입지가 좋은 수도권을 선호하기 때문에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수도권규제 완화가 불가피하다고 보는 시각이 깔려 있다. 당장 가시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방안에 목을 매고 있는 게 아니라면 수도권규제완화라는 카드에 다시 손을 대지는 않을 테지만 현 정부는 뭔가 급해도 단단히 급한 게 있는 모양이다.

강력한 반발과 저항을 불러일으킬 것을 뻔히 알면서도 수도권 자연보전권역 내 4년제 대학의 이전을 허용하는 수정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고, 수도권 내 기업활동 규제를 완화하기 위해 14개 경제부처 및 경제 5단체를 포괄하는 T/F를 가동하고 있다는 점들이 정부의 급급한 입장을 반증해준다.

수도권 이남의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전라, 경상, 충청 할 것 없이 기업유치에 사활을 걸어 왔다. 마치 우리 집 앞마당에 공장을 신설하면 간이고 쓸개고 모든 걸 내주기라도 할 듯한 태세였다.

그 결과 적지 않은 성과를 내면서 지역경제에 그나마 숨통이 트였는데 수도권 규제완화가 본격화된다면 공들인 탑이 단기간 내에 무너질 공산이 크다. 수도권과 지방이 맞대결을 했을 때 산업자본이 수도권의 품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점은 굳이 경제지리학이라는 어려운 학문적 지식을 동원하지 않아도 상식적으로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수도권 규제라는 빗장이 풀린다면 단기적으로는 꿀맛을 볼지 몰라도 결국은 한국사회의 경쟁력을 크게 후퇴시킴으로써 수도권과 지방의 공멸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제라도 정부와 정치권이 책임 있는 자세로 수도권 규제완화정책을 재고해야만 한다. 수도권규제완화 정책은 다종다양한 정치적·사회적 균열로 얼룩진 한국사회를 더 깊은 수렁으로 빠뜨리는 시도임을 명심해야 한다. ‘원칙과 신뢰’를 가장 큰 정치적 자산으로 삼는다는 박근혜 대통령이 각 지방에서 올라오는 목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는 대목이다.

배승철<전라북도의회 부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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