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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칼럼
기관위임사무 지방자치제도 역행
작성자 :
최진호
날짜 :
2013-05-23
지방자치제도가 시행된지 올해로 22년째다. 그러나 실질적인 지방자치제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중앙정부 예속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지방자치제가 성년을 훌쩍 넘겼지만 여전히 중앙집권적이며 행정의 경직성과 비효율성은 강하다. 이는 지방자치법의 이중성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표면적으론 지방정부에 포괄적인 자치 사무를 부여하고 있으나 다른 법령에서 기관 위임적 관계를 규정하는 단서 조항을 통해 지방정부의 자치권을 제약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앙집권적인 지방행정체제가 지속되고 있는 상태에서 사무 이양을 중심으로 하는 지방분권은 지방정부의 재정 부담을 가중시켜 오히려 지방자치를 역행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는 기본적으로 지방자치법에 예시된 자치사무를 집행하지만 개별 법률 규정에 따라 국가기관이 지방자치단체가 아닌 단체장에게 사무를 위임하여 이를 집행하게 할 수 있다. 이처럼 자치단체가 아닌 단체장에게 위임되는 사무를 기관 위임 사무라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기관 위임 사무가 지방자치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기관 위임 사무에 대해서는 지방의회가 조례 제정권을 행사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지방의회의 조사 및 감독권 역시 행사할 수 없기 때문에 지방자치에 역행하는 대표적 사례로 지적되어 왔다. 이같은 사무 집행 과정에서 대체로 국고보조금 형태의 재원이 배분되지만 전액 배분되지 않고 지방자치단체도 상당한 비율의 부담을 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복지예산부담이 대표적인 사례다. 실제로 2013년도 전라북도 복지예산은 1조 4천700억원으로 전체 예산의 33.5%를 차지하고 있다. 영유아 무상보육사업 등 복지사업은 대부분 국고 보조사업이지만 도비 등을 매칭해야 한다. 중앙정부에서 일방적으로 복지정책을 확대할 경우 지방자치단체로서는 그에 상응하는 부담을 해야 하고 다른 지출을 축소해야만 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지방분권을 신장시키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이나 예산 구조가 중앙정부 예속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문제가 되는 기관 위임 사무제도를 폐지하고 새로운 사무 배분 체계에 따라 중앙과 지방 간 재원을 재배분해야 한다. 기관 위임 사무는 중앙정부가 지자체를 지도·감독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
이는 지방자치단체 자율성과 책임성을 기본 이념으로 하는 지방자치제도에 역행하는 것임에 틀림 없다. 일본의 경우 1990년대 지방분권 논의를 통하여 지방분권일괄법을 제정, 기관 위임사무를 폐지했다. 이를 통해 561건의 기관 위임 사무 중 60%는 자치사무로, 40%는 법정 수탁 사무로 개편됐다. 기관 위임 사무의 폐지는 지방분권정책의 핵심적 과제다.
역대 정부는 이에 대한 당위성을 강조하면서도 현재까지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 기관 위임 사무를 폐지해 자치단체 사무를 자치사무와 법정 수임 사무로 이분화하여 중앙정부의 과도한 개입을 방지해야 한다. 법정 수임 사무로 전환된 각종 사무에 대해 지방의회가 조례 제정을 통해 관리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선 기관 위임 사무와 직접 관련된 지방자치법을 개정하고 기타 관련된 법령 정비가 필요하다.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는 5월 임시회에서 기관 위임 사무 폐지를 위한 지방자치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채택하고 정부와 국회에 건의한 바 있다. 기관 위임 사무제도를 폐지하여 실질적 지방자치를 실현하고 이를 통해 지방의회가 행사할 수 없었던 자치 입법권과 감사 및 조사권을 확대·강화해야 할 때다. /전라북도의회 최진호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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