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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은 관력관계의 산물

작성자 :: 이성일

날짜 :: 2013-05-20

이성일 도의회의원

권력을 한 마디로 정의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권력에도 다양한 권력이 있고 권력이 행사되는 방식과 범위도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권력의 개념이 잘 못 인식되고 있는 점은 분명하게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즉, 권력이라고 하면 정치적 권력이나 경제적 권력과 같이 소위 ‘거대권력’만을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러한 접근은 ‘미시권력’의 실체를 간과하게 만든다.

미시권력이란 쉽게 말하면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권력관계와 그 작동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예컨대 교사와 학생 간의 사제관계나 학연으로 얽힌 동문 집단 내에서의 선·후배 관계에도 권력이 작동할 수 있다. 직장 내 상하관계가 권력관계임은 두말 할 나위도 없다.

최근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인턴 여직원 성추문 사건이 국내외 이슈가 되고 있다. 윤씨는 이번 사건과 관련하여 현지 경찰에 신고된 내용 일체를 부인하다가 얼마 전에는 일부 사실을 인정하는 쪽으로 태도를 바꾸고 있는데 대체적인 여론은 도저히 믿지 못하겠다는 분위기다.

전라북도 지역사회에서도 공직자 성추행 사건이 연이어 터진 바가 있어 여론이 좋지 않다.

갑을 관계에 있는 민간위탁 시설의 여성 인력을 문서화된 내용도 없이 데려와 일을 시키다가 사적인 추행을 저질렀고, 간부 공무원이 부하직원을 성적으로 추행함으로써 도내 공직사회의 도덕성에 또 하나의 오점을 남기게 되었다. 사후조치로 징계를 한다고 하지만 미봉책에 그칠 것인지 특단의 대책이 나올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윤씨의 성추행 사건이나 최근 도내 공직자에 의한 성추행 사건은 모두 권력관계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본질은 같다.

요즘 남양유업 사건으로 우리사회의 화두가 되고 있는 갑을관계 문제도 역시 권력관계의 산물임이 분명하다.

권력으로 상대방의 자율의지를 박탈하거나 상대방의 의지와 무관하게 나 자신만의 의지를 투영시키려는 것은 그 자체로 권력을 행사하는 하나의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권위는 온 데 간 데 없고 권력으로만 상대방을 조종하려는 것은 일방적이다 못해 폭력적이기까지 하다.

사람들의 집합체인 사회와 조직이 존재하는 이상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형성되는 권력관계는 불가피하다. 그러나 권력관계에 얽혀 있는 양자 모두가 끊임없이 작동하고 있는 미시 권력을 제대로 인식해야만 윤씨나 도내 공직자 성추행 사건이 그나마 최소화될 수 있을 것이다.가해자인 남성의 ‘개과천선’만을 기대하는 것은 적절한 방책이 될 수 없다.

가정과 직장, 학교 등에서 우리의 일상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미시권력의 실체를 스스로 깨닫고 알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성추행 방지를 위한 형식적인 교육을 교육효과를 높일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으로 대체하고 제도적 개선을 추진하는 일련의 노력들은 그 다음의 일이다.

우리들은 일상생활을 통해 끊임없이 미시적 권력의 영향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반복적이고 일상적이어서 좀처럼 의식하기 힘들지만,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권력의 장(場)은 엄연한 현실이다.

성추행이라는 악습과 같은 일을 단순히 어느 마초의 실수나 그릇된 욕망쯤으로 치부해서는
문제의 본질이 흐려질 수밖에 없다.

누리집 담당자: 의정홍보담당관 함훈욱

연락처: 063-280-47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