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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 뭐 길래!

작성자 :
양용모
날짜 :
2013-04-29
최근 뉴질랜드와 호주를 다녀왔다. 친구들과 함께하는 여행은 참으로 즐겁다. 우리는 고등학교 같은 반이었다. 유달리 정겹게 붙어 다니던 그 시절 우정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푼푼이 모은 돈으로 환갑 기념 여행을 부부 동반하여 갔다 온 것이다. 모두들 참으로 열심히 삶을 살았다.
나름대로 훌륭하게 그 역할을 다한 친구들이다.

그런데 함께 여행하는 동안 공통의 고민은 자식들 문제였다. 고민이라기보다는 지나친 관심이라고나 할까.
가이드 말에 의하면 뉴질랜드나 호주에서는 어린 자식을 제대로 돌보지 않을 경우 이웃이 신고를 하면 정부에서 아이를 돌봐주고 그 비용을 결산해 부모에게 청구하는 제도가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보육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벌금과 함께 국가가 대신 부모에게 벌을 주는 것이다.

그러나 자녀가 성장해 뉴질랜드는 19세, 호주는 18세가 되면 부모는 보육에서 해방되어 독립을 시키는데 그 정도가 가혹할 정도라고 한다. 집에서 나가 독립 하지 않으면 식사제공도 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가이드 말이니 얼마나 신뢰 할지는 나름대로 판단 하면 된다. 내게는 아들 하나에 딸이 둘 있다.
큰 아이는 서른넷 둘째는 서른이다.막내는 사내아이인데 스물여섯이다.

아들은 공부 중이니 그렇다고 치고 위로 두 딸은 도무지 시집을 가지 않는다.
애비로서 애가 타는 것은 당연지사(當然之事)다.
어디가 부족한 것도 아니고 모두 좋은 직장에서 제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시집갈 생각을 하지 않는 바람에
아내와 내 속은 편하지 않다. 그래서 지난해에는 결단을 내려 첫째를 독립하라고 내보냈다.

이제 둘째가 독립하려 한다. 마침 잘됐다 싶어 내보내기로 하였다. 그런데 정이란 무엇인지 마음이 편치 않다. 우리 민족이라고 해야 할까.
다문화 사회가 되어 가지만 아직은 이 땅에 조상대대로 뿌리박고 산 우리는 한민족이다. 우리는 왜 이리 정이 많은 것일까.
도대체 정이란 무엇인가.
우리가 가진 정은 민족 수난에 쌓인 한많은 민족의 서러움을 나눠야 사는 일이다.

너도 생각하고 나도 생각하는 측은지심이라고나 할까. 혈족 간, 친지 간, 이웃 간, 동족 간에 마음을 주고 살지 않으면 도저히 살아갈 것 같지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밥 먹을 때도 한 술 주면 정이 없으니 반듯이 두 술을 주며 정을 나눈다. 하다못해 노점에서 할머니에게 푸성귀를 살 때도 정을 듬뿍 담아 주고 더 준다.
군대에 간 자식을 그리는 어머니의 흰 머리는 눈부시도록 정에 겹다. 초상집에 가서 울어도 네 설움 내 설움을 섞어서 참으로 서럽게도 운다. 서러운 정이 많아서 그렇다. 그러니까 우리는 정을 입에 달고 산다.
정이란 노래가 얼마나 많은가.

정주고 떠난 사람, 정든 임 가는 길 하염 없이 눈물 흘린다. 정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내가 싫어서 떠나가는 임에게 원망은커녕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며 가시는 듯 돌아오라는 소월에 싯귀가 어찌 예사 정으로 지은 시일까. 그렇다. 오죽 했으면 미운 정도 정이라고 정이 들면 고운정이 되는 것일까.

봄빛이 찬란하다. 도원이 그려진 동양화에는 벗과 정을 나누고 싶고, 산천이 그려진 연록 바탕의 화폭에는 내 형제들의 그리운 얼굴을 그리고 싶다. 친절과 정은 같지 않다. 인간에게 정이 많으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알 수 없다. 또한 너무 많은 정은 아이들에게 해악인지 지혜인지도 알지 못한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정이 많은 사람들이다.

정 없이는 살수 없다. 다정이 병이 된다고 한들 어쩌겠는가. 자식 낳고 키워 잘 살게 해주는 것이 부모에게 받은 품성인지라 나도 아이들을 자꾸 떠나보내니 서운한 정이 복받쳐 온다.
정 많은 민족으로 태어난 것도 복이려니 내 속에 이렇게 많은 정, 내 가족 그리고 이웃과 나누며 오손 도손 살으리라.

<전북도의회 양용모 도의원>
누리집 담당자
의정홍보담당관 함훈욱
연락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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