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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의료원 사태를 바라보는 시각
작성자 :
배승철
날짜 :
2013-04-18
진주의료원 폐쇄방침을 고수하고 있는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연일 언론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지금까지 밝혀진 폐쇄결정 사유는 만성적자로 정상적인 의료원 운영이 불가하다는 게 가장 컸고, 이후 사회적 논란으로 불거지는 과정에서 홍지사가 의료원의 강성노조에 알레르기가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유야 어쨌건 경남도의 진주의료원 폐쇄방침은 전국적인 저항에 직면하며 사면초가에 놓여 있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 등 6개 의료공급단체들까지 나서서 폐쇄결정 유보를 촉구하는 공동성명서를 발표했고, 정치권도 비난 여론에 합세하고 있다. 해당 지역사회 전반의 반발이 커지고 있음은 물론이다. 여기에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까지 나서서 의료원 정상화를 언급했다고 한다.
홍준표 지사의 논리는 외양만 보면 일견 일리가 있어 보인다. 진주의료원이 수입과 지출의 균형이 전혀 맞지 않고 수입 대비 인건비 지출이 과도한 불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지적은 도지사로서 충분히 지닐 수 있는 문제의식이다. 하지만, 공공의료원의 존재 의미는 수익을 창출하는 데 있지 않고 의료 사각지대에 있는 사회구성원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있기 때문에 수지타산을 빌미로 의료원을 폐쇄하겠다는 것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
공공의료원은 여건상 적자발생이 불가피한 구조다. 건강보험 수가가 원가보다 낮고 사립병원이 기피하는 ‘돈 안 되는’ 환자들까지 책임지기 때문이다. 반면, 민간 사립병원은 비급여 진료 수가를 임의로 높게 책정하거나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선택적 진료와 과잉진료 등을 통해 적자를 메우고 수익을 창출한다. 누적적자가 지속하면 비보험 진료를 늘리면 된다. 그러니 돈 없는 사람들에게 사립병원은 시쳇말로 ‘넘사벽’이 될 수밖에 없고, 사립병원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사람들은 공공의료원으로 발길을 돌리게 된다.
따라서 공공의료원의 손실을 ‘적자’로 보는 시각은 적절치 않다. 적자라는 경영학적 용어를 빌렸을 뿐이지 복지비용으로 보는 것이 옳다. 백번 양보해서 적자라고 해도 의미 있는 적자로 봐야 한다. 그런데 자꾸 공공의료원의 경영실적에만 초점을 맞추고 공공의료원에 기계적으로 경영학적 프레임만 씌우다 보니까 공공의료원이 무슨 위기에라도 처한 듯이 보이는 것이다. 민간 기업과 시장의 논리를 공적 영역에 단순 대입시키는 그릇된 사고의 폐해가 아닐 수 없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도내 군산의료원과 남원의료원 역시 적자경영을 면치 못하고 있다. 최근 6년간 두 의료원에 대한 도비 지출규모도 300억 원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홍준표식 셈법을 적용하면 이들 두 의료원 역시 민간 매각이나 폐쇄 수순을 밟으며 나락으로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물론, 이런 시나리오가 실현될 거라고 보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진주의료원 사태가 불거지면서 도내 공공의료원의 누적적자 문제도 지역사회의 이슈가 되고 있지만 흑자와 적자의 논리로만 접근하려는 논의는 바람직하지 않다. 도민의 세금과 의료원 누적적자, 이 두 단어를 조합하면 결과는 뻔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번 진주의료원 사태는 공공의료원을 수지타산의 셈법으로 이해하려는 시각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실감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차라리 논의가 필요하다면 우수인력 확보나 의료시설 보강, 의료장비 확충, 병실 여건 개선 등 공공의료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공공의료원 수준을 최대한 민간병원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는 의지와 사회적 공감대가 더 절실한 것이다. 추가적인 재정부담이 수반되겠지만 공공성을 담보한 지출이라면 논의의 필요성은 충분하다.
그렇다고 지방의료원이 공익성이라는 뒷배를 믿고 방만경영을 일삼아도 된다는 말은 아니다. 경영학적 관점으로만 접근할 수 없는 공공의료원의 특수성을 감안하되 원장을 중심으로 의료원 종사자들의 경영개선 노력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230억 원에 달하는 누적적자로 시달리다가 노사 양측과 지자체의 자구책 마련으로 경영개선에 성공한 김천의료원이 좋은 예다.
이번 진주의료원 사태는 공공의료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환기시키면서 애초 홍준표 지사가 의도하지 않은 사회적 파장을 가져오고 있다. 한 사람의 악수(惡手)가 의미 있는 사회적 파장으로 이어진 셈이다. 그러니 차라리 반가운 일이다. 여기에서 그치지 말고 공공의료원의 공익성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좀 더 진전시켰으면 하는 바람이다.
배승철<전북도의회 부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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