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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한국사회의 치료약은 무엇인가
작성자 :
정진숙
날짜 :
2013-07-04
주말 예능 무한도전에서 얼마 전 한국사 특집을 했다. 청소년들의 역사의식 부재를 해결하기 위해서 주말 예능이 나서야 할 정도니 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지 모르겠다. 한국사 특집은 내가 보기에도 재미있었다. 가볍게 웃으며 보았지만 절대 가볍지 않은 내용들로 채워진 시간이었다. 특히 특집 마지막을 장식했던 안중근 의사의 유언 중에서 ‘국민 된 의무’를 다하라는 그 말씀이 두고두고 가슴에 남아있다. 이 또한 대중매체를 통한 역사 교육의 한 단편이라고 할 수 있다.
역사의식이란 무엇인가? 사전에는 어떠한 사회 현상을 역사적 관점이나 시간의 흐름에 따라 파악하고, 그 변화 과정에 주체적으로 관계를 가지려는 의식이라고 나와 있다.
사람들이 살아온 발자취가 쌓이고 쌓여 역사가 되고 그것을 토대로 이루어진 것이 지금이다. 예로 1980년의 5.18 민주항쟁이 없었더라면, 우리는 1987년의 6월 항쟁에서 대통령 직선제라는 결실을 얻어내지 못했을 수도 있다. 만약 그랬더라면 지금 우리 사회는 어떤 모습으로 있을지 상상도 하고 싶지 않다. 어쩌면 아직도 우리는 민주주의라는 산소를 챙기지 못하고 가쁜 숨을 헐떡이며 살았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서대문형무소의 역사적의미를 모르는 젊은이들, 야스쿠니신사 참배가 어찌하여 외교적 문제가 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청년들에게 역사란 어려운 옛날일 정도로 치부되는 것 같다. 학교에서 배우지 않는 국사를 일베를 통해 배웠다고 말하며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폭동이라 이야기하는 중학생을 보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이 또한 어른들의 책임임은 분명하다.
역사의식의 부재. 그것은 언론의 말처럼 청년들과 청소년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사를 수능 선택과목으로 지정하여 대학진학이 목표인 수험생들로 하여금 고득점이 어려운 국사를 외면하게 한 것은 교육 당국의 잘못이다. 시청률을 위해서 자극적이고 검증이 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을 내보내는 언론의 잘못도 있다. 국가의 이익을 위해서 음지에서 일해야 하는 단체가 그 본분을 잊고 엉뚱한 일에 매진하고 있는 것도 잘못이다.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퍼져 있는 역사의식 부재는 결국 국정원 사태나 일베충이 활보하는 상황을 만들어냈다. 이 기형적인 사건들은 역사의식의 부재가 사회적 균형감을 상실하게 한 결과이다.
과거는 미래의 방향성을 부여한다. 역사의식은 자신이 속해 있는 사회의 문제들을 해결하고 새로운 역사를 창조하는 밑거름이 된다. 고리타분하고 어렵다는 이유로 등한시되는 역사가 창조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앞날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다. 지금 등한시되고 있는 청소년 역사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동시에 사회 전반에 퍼진 약화한 역사의식을 고취시키는 일이 시급하다.
예전에 ‘삼국지’를 열 번 읽으면 학생들은 명문대를 가고 그룹에 리더는 리더로서 성공한다는 말이 있었다. 열 번을 강조한 것은 역사적 사실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과정이 반복되면 역사적 안목과 판단능력이 갖춰지고 이를 바탕으로 현실 문제를 해결하는 발판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나는 ‘국사’를 알면 명문대를 쉽게 갈 수 있다 라는 말로 바꾸고 싶다. 우리나라의 역사 속에는 어디에서도 배울 수 없는 다양한 전략과 지혜들이 있다. 국사를 이해하고 역사적 안목과 판단능력을 갖춘다면 누구보다 지혜로운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 현대 사회의 ‘국민 된 의무’는 우리 조상들이 물려준 이 땅의 역사를 알고 그것을 바탕으로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고 함께 미래를 꿈꾸는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를 들끓게 하는 많은 문제들의 해답은 역사의식을 바로 세우는 것에 있다고 생각하며 사회의 흐트러진 균형이 바로 잡히기를 소망한다.
정진숙<전북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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