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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투적 단어가 돼버린 호국과 보훈

작성자 :
노석만
날짜 :
2013-06-24
노석만 전라북도의원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호국보훈의 달을 정한 취지는 한국전쟁 기념일이 끼어있는 6월만큼은 나라의 존립과 유지를 위해 공헌하거나 희생한 국가유공자들을 예우하여 국민의 애국정신을 함양하자는 데에 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호국과 보훈이라는 단어는 이제 ‘한 물 간’ 표현이나 군사독재정권 시절의 선전용 문구쯤으로 전락해버린 게 아닌가 할 정도로 상투적인 표현이 되어버렸다.

이렇게 된 데에는 지난 독재정권 시절에 국가수호의 가치나 순국선열들의 희생을 통치이념을 구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했던 탓이 크다. 즉, 자신들의 지배체제를 공고히 하는 데 혈안이 되어있던 독재정권이 호국보훈의 가치를 보수 지배이데올로기로만 활용하다 보니 여기에 대한 사회적 반감이 형성된 것이다.

하지만 호국보훈의 가치는 그렇게 쉽사리 생각하고 넘길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만에 하나라도 호국보훈의 가치가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다면 자신과 가족의 안위를 뒤로 한 채 기꺼이 목숨을 바친 순국선열들의 희생은 도저히 설명이 되지 않는다. 그 분들의 헌신과 희생이 없었다면 지금 우리 사회의 경제적, 정치적 발전을 상상할 수 없음은 물론이다.

인류의 역사는 곧 전쟁의 역사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인간은 집단과 집단 간의 무력충돌을 빈번하게 경험한다는 것이다. 멀리 볼 것 없이 한반도에서 벌어진 전사(戰史)만 봐도 전쟁이 역사적으로 얼마나 단골손님인지를 알 수 있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군사적 평화도 불과 60년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마치 오래 전부터 평화의 품속에서 지낸 것 같은 착시현상이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전후세대야 그나마 전쟁의 참화를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했고 국가라는 울타리의 소중함도 알겠지만, 이를 간과하거나 아예 무지한 사람들도 적지 않은 것 같다. 심지어는 왜 우리가 독재정권의 부산물인 호국보훈의 가치를 그대로 답습하고 재생산해야 하는가 따져 물으며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도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근대국가 제도가 탄생한 이후 국가라는 이념과 울타리는 국가의 개별 구성원들에게 필수불가결한 것이 되어버렸다. 국가가 완전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구성원들에게 모든 서비스를 충분히 제공하지 못하며 심지어는 탄압을 자행한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국가를 부정할 수 있는 논리가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물론 극단적으로 국가를 부정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것은 특수한 경우에 불과하므로 일반화시켜서 얘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전쟁은 먼 나라의 얘기만이 아닐 수 있다. 정전 협정 이후 60년 간의 평화를 마치 600년 간 이어져온 것으로 착각한 채 호국보훈의 가치를 무의미한 것으로 치부하는 것만큼 위험천만한 사고는 없다.

최소한의 안보의식을 갖추고 국가라는 테두리를 의식하려는 태도가 없다면 60년 동안의 평화는 언제든 물거품이 될 수 있다. 꼭 직접 경험해야만 소중함을 아는 우를 범하는 일은 어떤 일이 있어도 허용될 수 없다.

호국보훈에 담긴 부정적 뉘앙스를 걷어내고 그것의 진정한 가치와 의미를 되새기려는 사회적 작업이 뒤따랐으면 하는 바람이다.

일방적이고 강압적인 주입식 역사교육을 옹호하려는 것이 아니다. 분단의 비극과 전쟁의 참화를 제대로 알고, 역사의 현장에서 초개와 같이 목숨을 바친 순국선열들의 희생을 깊이 새기자는 것이다. 한국전쟁 발발 63주년, 경제도 좋고 정치도 좋지만 잠시 숨을 고르고 호국보훈의 가치를 되새기는 과정도 필요하지 않을까.

누리집 담당자
의정홍보담당관 함훈욱
연락처
063-280-47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