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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교육청 인사(人事)에 영혼(靈魂)이 있는가!
작성자 :
김연근
날짜 :
2013-09-06
전북교육청의 크고 작은 정책에 동의하는 사람들조차도 교육감이 조직력과 인사권을 장악하지 못해 많은 문제들이 있다고 말한다. 어제오늘 들려오는 말이 아니지만 나 개인적으로는 동의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기본적으로 기관을 운영하는 인사결정권자의 인사권은 존중되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러나 9월1일자, 교육청 후반기 인사를 보면서 내 생각도 조금 달라졌다.
이번 인사는 한마디로 뒤죽박죽 인사였다. 누구에게나 공정하게 적용되어야 하는 기본원칙은 특정인을 비켜갔고, 적재적소(適材適所) 원칙은 온데간데없는 그저 빈자리 메우기 식의 좌·우 이동만 있었던 인사였다. 이렇게 땜질식 인사를 하다 보니 스스로 위·아래 숨통을 막아버린 졸속 인사가 되어버렸다.
인사발령이 홈페이지에 발표된 후 곧바로 승진이 취소된 사람이 있고, 임지가 바뀌는 촌극도 벌어졌다. 함부로 웃지 못할 일이다. 교육청은 다른 기관과 다르게 직급이 수평직이지만 직위를 직급과 구분한다면 사실상 직위 강등에 해당하는 인사도 보였다. 그럴만한 사유라도 있는지 모를 일이다. 그리고 공모제 학교로 지정되어 이미 심사까지 마친 학교가 교육부 임용제청에서 탈락하는 일도 벌어졌다. 공모제 정책의 변화도 파악하지 못하고 큰소리만 치다가 망신만 당한 꼴이 되어 버렸다.
이뿐이 아니다. 각 교육기관 간부는 지역 내 학교관리와 교원의 전문성을 이끌 수 있도록 초·중등을 고루 배치해야 하지만 초등출신 교육장에 초등출신 교육과장, 중등출신 교육장에 중등출신의 교육과장이 배치된 기관이 1학기에 이어 이번에도 많았다. 이는 각 지역 내 학교 관리에 큰 허점을 보이는 것으로 여기서 발생하는 교육적 손실은 뒷전이고, 짜깁기 식의 빈자리 배치에만 골몰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마디로 살아 숨 쉬는 인사가 아니다.
도의회의 교육청 인사특위가 논란 끝에 구성될 때 온 전라북도가 시끌벅적했던 일을 기억할 것이다. 당시 한쪽에서는 ‘그동안 측근인사, 코드인사 등의 궁금증을 해소하고 인사원칙을 바로 세우기를 바란다’고 환영했고, 다른 한쪽에서는 ‘교육감을 흠집 내기 위한 정치적 목적이며, 문제가 없으면 책임을 묻겠다’는 이견이 팽팽히 맞서며 특위는 동네북이 되어 버렸다.
공공기관의 인사행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봐야 할 점은 부당하거나 위법한 행위들이 있었는가 하는 문제이다. 이러한 시각에서 지난 8월 26일, 교육청 고위관계자는 ‘절차상 하자는 있었지만, 법적 하자는 없었고 인사권자의 결정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스스로 절차를 어긴 정당한 인사가 아닌 것을 시인한 것이다. 인사특위가 구성되자 ‘과다한 자료제출이나 출석요구는 행정 마비를 초래하고 결국 학교와 학생, 학부모가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며 교육청 피해론을 말했으나 뚜껑을 열고 보니 바로 자신들이 ‘원인제공자’였다는 말을 한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교육감이 가진 철학과 정책을 펼치기 위해, 뜻을 같이하는 사람을 임용할 수 있고 주요 부서에 전진 배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절차와 방법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투명하고 공정해야 하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전문적인 새로운 지식을 임용해야 하는 것이지 기존의 조직 문화를 깨뜨리는 상전(上典)을 임용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지극히 상식적인 이 몇 가지는 ‘인사결정자의 권한’이라는 오만함을 앞세워 침해하거나 무시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교원 인사는 사람만 배치한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배치된 사람으로 하여금 교육 기관과 지역을 공동체로 엮어 내, 그 지역의 희망을 만들고 교육적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역량을 발휘하도록 하는 인사가 제대로 된 인사일 것이다. 그러기에 나하고 가깝건 멀건, 사람이 좋건 싫건, 간에 그 사람의 전문성과 역량을 포함한 신뢰 등의 사회적 자본이 우선되어야 한다.
특권층의 오만함. 그들을 추앙하는 영혼 없는 일부가 용비어천가를 부르며 전라북도 교육청 전체를 도덕 불감증과 무기력 병으로 전염시키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는 ‘인사(人事)가 만사(萬事)이다’라는 말을 믿지 않았지만 이제 생각을 달리해야 할 것 같다. 영혼 없이 죽어 있는 인사를 지켜보며 인사가 틀어지니 만사가 틀어진다는 말을 실감하고 있다.
김연근<전북 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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