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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 수준 전기료 인상. 과연 누구 위한 합리성인가
작성자 :
정진숙
날짜 :
2013-09-04
올여름은 유난히 덥고 힘들었다. 높은 기온에 높은 습도까지 더해지고 거기에 전력난으로 말미암은 실내온도 제한으로 건물마다 상황이 많이 힘들었다.
관공서들의 제한은 더 심해서 국회는 에어컨을 아예 켤 수도 없었고, 어떤 곳은 개인용 선풍기를 사용하는 것도 금지당했다.
전력거래소 직원들이 조명을 끄고 컴퓨터 화면의 빛으로 업무를 보았다는 기사까지 났으니 참 이래저래 힘든 여름이었다.
전국 중 최고 기온 일등 이등을 다투는 전주 시민들은 얼마나 여름을 힘들게 나셨는지 같이 겪어서 충분히 짐작한다.
전 국가에 골고루 전력을 공급하는 것은 상당한 기술력이 필요한 일이다. 이를 도와주는 것이 정확한 수치를 바탕으로 ‘경제급전’을 할 수 있도록 하는 EMS(전력계통제어시스템)이다.
지난 2003년 미국 동부에서 일어났던 대정전은 EMS가 고장이 난 상태에서 송전선이 끊어져 발생한 과부하를 조절하지 못해 일어난 일이었다.
또한, 2011년 9월 15일에 우리나라에서 일어났던 순환 정전도 EMS 사용이 제대로 되지 않아 일어난 일이라는 견해가 있다. 그리고 9월15일의 정전사태 이후로 우리는 언젠가 블랙아웃(대정전)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느끼게 되었다.
올여름 곳곳에 전력수급현황을 알려주는 알림판이 설치되고 예비전력량이 실시간으로 표시되었다. 400kWh 이하로 떨어지면 정전이 될지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감을 조성하는데 전력수급현황판이 일조하였다고 본다. 그런데 우리나라 주거부분 1인당 전력소비량은 OECD 국가 평균 50%밖에 되지 않는다. 반면 GDP대비 전력소비량은 OECD 평균 2배이다.
전력수급관리의 허점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아무리 국민들에게 아끼라고 소리쳐봐야 마른행주를 짜는 것과 별반 다를 것이 없는 상황이다.
산업용 전기는 현재 생산원가보다 낮게 책정되어 있다. 그 때문에 산업체는 다른 연료를 사용하여 움직이던 공장의 시설을 모두 전기에 의존하는 것으로 바꾸고 있다.
그것에 반해 주택용 전기의 단가는 용도별 전기 단가 중 최고치이다. 거기에 더해 산업체에는 특정 기간에 전력사용량을 줄이면 전력감소분만큼 현금으로 지급하는 ‘수요 관리제’가 운영되고 있다.
전기를 적게 사용한 부분을 금전으로 보상한다는 것이다. 한전의 적자에는 이러한 부분이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한전의 적자 때문에 전기료는 또 한 차례 오를 것이 예고되었다. 다행히 산업용 전기를 포함하여 인상하겠다고 했지만, 산업용 전기의 구체적인 인상방안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없다. ‘합리적인 수준’의 전기료 인상이라고 두루뭉술 하게 넘어간 부분을 누구에게 합리적인 인상 방안인지 확실해야 한다는 문제가 남아있다.
한여름 뉴스에서는 폭염으로 더워도 냉방기구 가동을 자제하자고 이야기했다.
이런 뉴스는 더위로 인한 에어컨 가동이 전력난의 핵심적인 문제라는 느낌을 준다.
더위의 최고조에 이를 시기에 전국적인 냉방기구 가동으로 인한 전력소비를 예측하고 블랙아웃을 예방하고자 수백억을 들인 시스템이 EMS(전력계통제어시스템)이다.
그런데 EMS를 보유하고도 2011년 9월 15일과 같은 일이 발생했다는 것은 전력위기의 원인이 국민들이 전기를 낭비해서가 아니라 시스템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에 있다는 반증이다.
절전은 중요하다. 에너지 전량을 수입해야 하는 경제적인 입장에서도 그렇고 환경적인 문제를 놓고 보아도 에너지 절약은 꼭 필요하다.
하지만, 에너지 절약의 시작이 정전에 대한 공포감 이어서는 안 된다. 또한, 산업체에 대한 과도한 배려로 인한 한전의 적자가 전기요금의 인상으로 이어져 결국 가계에 부담을 지우는 방식이 되는 것도 옳지 않다.
국민들이 묵묵히 따라준다 하여 그것이 바른길이라 착각하는 우를 다시는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만성적인 한전의 적자를 개선하고 진정 합리적인 전기요금에 대한 대책을 내어놓아야 한다.
국민이 어떠한 압박도 없이 실천하는 절전이야말로 진정한 에너지 절약이 될 것이다.
정진숙<전북 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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