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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유불급
작성자 :
허남주
날짜 :
2015-01-07
논어에 나오는 이야기로 “정도를 지나치면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 즉 너무 지나치면 좋지 않음을 말 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병원응급실을 예로 들면 일단 피를 많이 흘리거나 비명소리 큰 환자가 우선이다. 무상복지논쟁을 하는 우리 정치권이 그런 느낌이다. 목소리 크고, 여론을 좌우하는 집단에 집중한다. 표가 많기 때문이다.
지난 총선과 대선을 거치면서 국민들에게 무상복지의 달콤한 속임수를 남발하면서 그야말로 ‘마약’과 같은 황홀경에 취해버린 우리 사회는 이제 복지문제는 후퇴할레야 할 수 없는 난감한 현실이 되었다.
민주당은 대학 반값 등록금과 형평성 차원에서 고졸 청년에게 1200만원을 준다고 했고 사병으로 제대하면 630만원을 준다고 했다. 새누리당도 전액 무상보육에다 학생들의 아침급식까지 챙기고 사병 월급은 40만원까지 올린다고 했다.
표가 많은 30대 주부와 60만 사병을 향한 솔깃한 유혹이었다. 이러다 보니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던 서울 강남 주부조차 “어린이집에 안 보내면 손해”라는 인식 속에 서울시만 해도 2,000억원의 빚을 내서 모자란 보육료를 충당했고, 전국의 지자체장들이 모여, “더 이상 복지예산 충당하기 힘들다며 복지비용을 국가가 부담하든지 지방세제를 대폭 인상 손질하라 아니면 못하겠다.”고 복지 디폴트를 선언한 것이 얼마 전 일이다.
이것이 바로 공자가 말한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고 한 과유불급 아닌가?
복지의 기본은 인간을 위하는 것이다. 큰소리치면 우선하는 응급실과 다르다. 절박하고 필요한 순서대로 해야 한다. 그래서 복지전문가들은 복지 사각지대 빈곤노인, 고교 무상교육을 꼽는다. 우리나라의 노인 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압도적 1위다. 절대빈곤에 내몰린 독거노인이 기초생활수급자가 되고 싶어도 일년에 한두 번 오는 호적상 자녀가 있으면 안 된다. 대학 반값 등록금은 고등학교 무상교육보다 절박함에서 뒤진다.
하지만 모든 복지논쟁도 선거가 끝나고 장이 마감되자 그 많던 무상복지 이야기도 모두 조용해졌다. 그런데 또 선거철이 다가 오는지 누리과정 예산편성 제외와 무상급식 논쟁이다. 진보 교육감들이 앞장서며 대통령 공약 사업인 누리과정보육예산을 편성하지 않으면서 촉발되고, 여기에 여당과 야당이 모두 거들다 보니 한바탕 시끄러울 것 같다.
여당은 예산부족을 이유로 전면 무상급식보다는 선택적 급식을, 야당은 박대통령 대선공약임을 이유로 전면 무상급식을 요구하고 있다. 또다시 선거때처럼 한 치의 양보도 하지 않을 모양새다.
무상급식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무상보육은 어린아이를 대상으로 하고 있어, 복지 정책이 우리사회의 삶의 질을 추구한다고 하는 입장에서 보면, 양쪽 모두 실시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복지 정책이 될 것이다.
하지만 정치인들이 뒷생각하지 않고 판을 깔아놓은 무상복지문제는 예산이 부족하여 지자체장들이 모여 “복지사업 디폴트”를 선언하는 마당에도, 이젠 현실이 되었고 어찌해야 하는가?
그래서“지나치면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고한 공자의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가슴에 닿는다. 우리 사회가 무상복지 문제를 감당할 여력도 없이 너무 나가지 않았는가? 이것은 누구의 잘못인가?
복지천국 북유럽처럼 세금을 수입의 50%이상 대폭 내든지, 아니면 무상복지 뿐 아니라 복지 예산 전체를 다시 재구성해 보고 낭비성 요인이 없는지, 우선 순위 재조정이 필요한 것은 아닌지 살펴 지원하는 ‘맞춤형복지’가 필요한지 등 이젠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정치적 이유나 우선순위를 묻지 않더라도 무상급식이든 무상보육이든 국민들에게 무조건 공짜라는 인식을 각인시키는 것은, ‘한국판 잃어버린 10년’을 피하기엔 너무 안일한 대응이 아닐 수 없다.
복지 예산을 과다하게 지출하다 국가 재정이 파탄난 선진국을 보지 않았는가, 우리사회가 지금부터라도 포퓰리즘을 떠나 복지정책에 대한 면밀한 재검토는 물론 복지세 도입 등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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