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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연금 개혁논의에 대한 짧은 생각
작성자 :
백경태
날짜 :
2014-11-03
공무원연금 개혁이 하반기 최대 국정현안이자 정치쟁점으로 부상했다. 정치공학적인 관점으로 봤을 때 공무원연금 문제는 개혁 드라이브를 주도하고 있는 정부는 물론, 여야 정치권 모두에게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사안이다. 조금이라도 발을 헛디딜 경우에는 돌이킬 수 없는 정치적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 동안 공무원연금 개혁은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와 같은 문제였다. 방울을 달다가 고양이한테 들키면 잡아먹힐 수도 있는 위험천만한 일에 ‘용기 있게’ 나선다는 것은 그만큼 정치적으로 절박한 속내가 있다는 반증일 것이고 어지간해서는 뒤로 물러설 일도 없을 거라는 점을 짐작케 한다. 하지만 공무원노조가 정권퇴진운동까지 불사하겠다며 벼르고 있는 상황에서 당분간 적절한 합의점을 찾기는 힘들 것 같다. 게다가 정부와 여당이 핑퐁게임을 하면서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단 것은 우리가 아니라며 서로 등을 떠밀고 있는 만큼 공무원연금 개혁논의가 논의로 끝날 수 있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해당사자는 아니지만 이번 공무원연금 개혁은 칼을 빼든 배경에서 상당한 혐의점이 읽히기 때문에 달가운 일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그런데 마땅한 우군이 없는 공무원집단과 달리 어떻게든 공무원연금법을 손질하려는 측에서는 최대한 ‘밀당(밀고 당기기)’하는 모양새만 갖추고 나면 충분히 밀어붙일 수 있는 고지를 점하고 있다. 여론과 국민 정서라는 뒷배가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여당이 자칫 잘못하면 뱃속이 탈장되어 수술실로 직행할 수 있다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면서 의지를 꺾지 않는 가장 큰 이유도 여론의 힘을 믿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는 공무원은 철밥통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팽배하게 퍼져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퇴직 후에도 철밥통의 기득권을 유지한다’, ‘철밥통 집단에게 연금 주느라 나라 곳간이 거덜나게 생겼다’, ‘공무원연금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라는 주장이 한두 번만 반복되면 시쳇말로 게임은 끝나고 만다. 일종의 프레임이 형성되는 것이고, 한 번 프레임이 형성되고 나면 프레임에 균열을 낼 수 있는 어떤 심도 있는 논의와 주장들도 대중적인 설득력을 확보하기 힘들다. 확대·재생산될 수 있는 통로가 프레임에 갇혀 버리기 때문이다.
필자 역시 공무원집단에 대한 시각은 좋지 않은 편이다. 철밥통이라는 표현에도 공감하지 않는 건 아니다. 하지만 공무원들이 공직자로서의 본분에 더욱 충실해주길 바라는 문제와 국가가 노후소득에 대한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하려는 이번 공무원 연금 이슈는 연관성이 적다. 그런데도 정부와 여당은 공무원집단에 대한 우리 사회의 부정적 시각을 전략적으로 활용해서 이 두 가지 문제를 엮어냈고 사회적 형평성이라는 프레임을 만들어냈다.
한 가지 가정을 해보자. 복지수준이 80%수준으로 노후소득 보장이 안정되어 있는 A라는 집단과 40%수준에 불과한 B라는 집단이 한 사회를 구성하고 있다. 이 사회는 한 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사회임에 틀림없다. 그렇다면 사회적 형평성은 어떻게 갖춰져야 할까. A집단의 수혜폭을 줄여서 B집단의 수혜폭을 넓히는 방식과 A집단의 수혜폭은 그대로 두고 B집단의 수혜폭을 A집단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두 가지 방식이 있을 수 있다. 최근의 복지담론으로 봐도 선택은 후자가 되어야 한다.
공무원연금도 마찬가지다. 평균 수령액이 219만원인 공무원연금과 평균수령액이 84만원인 국민연금과의 형평성을 고려해야 한다면 공무원연금을 깎아 내릴 것이 아니라 국민연금이 연금으로서의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지혜를 모으는 게 우선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도 정부와 여당은 상대적 박탈감이라는 국민정서를 건드려서 왜곡된 사회적 형평성을 주장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충분히 예견 가능한 정치적 저항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여당이 무리한 개혁을 밀어붙이려고 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절박한 속내가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밖에는 없다. 그리고 이를 위해 국민 정서와 여론을 등에 업고 왜곡된 사회적 형평성이라는 프레임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인데 이런 정치적 기획이 어떤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킬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상대적으로 묻히고 있는 것 같다. 공무원연금 개혁이 우리나라 공적연금 체계에 큰 변화를 초래할 수 있는 문제인 만큼 국민정서와 여론에만 기대지 말고 긴 호흡으로 접근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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