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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에 가고싶다
작성자 :
양용모
날짜 :
2014-11-03
가을 날씨는 비온 뒤에 갑자기 추워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봄날에는 서서히 더워져 여름으로 간다. 계절은 이렇지만 남북관계는 갑자기 좋아지기도 하는가 보다. 좀 더 두고 보아야 하겠지만 지난 4일 언론 매체는 급박하게 속보를 전하고 있었다.
북한의 황병서 군정치국장을 비롯한 북한 고위급 인사들이 인천 아세안게임 폐막식에 방문했기 때문이다. 겉으로 드러난 명분은 북한선수단의 선전에 대한 격려방문이지만 그것 가지고 북한 권력서열 2인자와 김정은 국방위원장의 측근 비서들이 몰려 온 것은 아닌 것 같다. 여러 가지 해석이 나왔지만 우선 제2차 남북당국자회담을 합의 한 것은 남북문제에 희망을 보는듯하여 매우 기쁜 일이다.
지난 1998년 금강산관광이 시작된 이후, 나는 두 번 금강산에 다녀왔다. 봄바람 살랑 살랑 부는 날과 단풍이 멋들어지게 나그네 마음을 홀리는 날에 갔다 온 것이다. 중국의 장가계도 다녀오고 천문산도 다녀오고 황산에도 갔었지만 어디 금강산에 비길 것인가. 명산의 조건이라는 것이 있다. 명산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 백석이 있어야 한다. 물이 맑아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명산에는 까마귀가 날아야 한다. 까마귀는 귀물로서 산삼 씨앗을 나른다. 명산에는 천년 묵은 산삼이 있어야 명산인 것이다. 그리고 명산에는 천년송이 천길 바위에 버티어 아름다운 동양화를 그려내야 한다. 이런 풍경을 낙락장송(落落長松)에 까마귀 날면 신선이 발걸음을 들인다고 할 것이다.
금강산이 더욱 그리운 것은 마음대로 가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나에게 금강산 어디가 제일 아름답냐고 묻는다면 한마디로 그냥 모두 아름답다고 하겠다. 그러나 그중에서 꼭 하나 어디냐고 묻는다면 선녀와 나무꾼의 전설이 전해져 내려오는 상팔담이다. 상팔담에 올랐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에메랄드 보석 여덟 개를 백금 물줄기로 역어 놓았다. 청아한 빛은 하늘로 뻗어 옥황상제를 황홀하게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바람은 세차게 불어 변덕심한 사람들의 발걸음을 막는다. 보석을 씻어 남는 물을 구룡폭포로 내려 보내 상팔담의 아름다움이 지존임을 알린다.
그 폭포 물줄기 경이롭게 선율이 되어 일만 이천 봉우리를 흔든다. 눈을 들어 하늘을 보면 청명한 하늘이 만길 우주를 꿰뚫을 것이다. 누가 이 천상(天上)의 경치를 보고 시를 읊지 않으며 누가 이 천하제일(天下第一)의 아름다움에 취해 한잔 술을 하지 않을까. 남북이 짊어진 모든 근심 회오리에 실려 물보라와 함께 날려버리기에 부족함이 없다. 백두대간의 정기를 타고난 자 있거든 금강산을 보지 않으면 아쉬움에 아마도 천국에 이르지 못할 것이다. 봄이 되면 금강산이 되고 여름이면 봉래산이 되고 가을이 되면 풍악산, 겨울이면 개골산이 되노니 어찌 계절마다 가보고 싶지 않겠는가.
남북이 총부리를 겨누고 싸운 지도 반백년이 지났다. 동족상잔의 원한을 어찌 잊으랴 만은 그 원한 가슴에 묻고 가야 하지 않겠는가. 중국과 미국 그리고 일본과 러시아의 패권주의에 샌드위치 신세가 되는 우리나라의 운명이지만 급변하는 와중에 우리가 살아날 수 있는 것은 한반도가 통일로 가는 것 외는 달리 방법이 없다.
이들 타국들이 우리의 앞날을 지켜주고 우리 후손들을 지켜주지는 못할 것이다. 얼마나 좋은 기회인가.
인천아시안게임을 핑계 대며 황병서 일행이 왔다면 우리는 금강산 관광을 열어 화답해야 하고 금강산관광을 핑계 삼아 통일의 발판을 하나하나 놓아야 한다. 그래서 묘향산도 가고 백두산도 이왕이면 북으로 해서 가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 모두 자유롭게 금강산에 가서 저녁모임을 하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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