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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값 인상의 본질
작성자 :
국주영은
날짜 :
2014-10-19
나라꼴이 말이 아니다. 과거야 어찌됐던 믿고 기다리면 분열되었던 국민의 뜻을 한데 모아 대한민국을 한 단계 진전시킬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현 정부는 조금 남았던 기대와 희망마저 산산조각 냈다.
원세훈 (전)국정원장의 대선기간 동안 발생한 인터넷 공작이 정치개입은 맞지만 대선개입은 아니란다. 국정원의 선거개입에 꿋꿋하게 수사하던 전임 검찰 총장을 찍어내고, 소수의 양심적인 검사들마저 교체했다. 김동진 부장판사가 말했듯이 2013년의 가을은‘대한민국 법치주의’가 죽어가기 시작한 암울한 시기였다.
필자가 본 2014년 가을은 진실과 소통이 죽어가는 암울한 시기이다.
정부가 2015년 1월부터 담뱃값을 2,000원 인상할 계획이다. 2005년 500원을 인상한 이후 10년 만이다. 국민의 건강증진을 위해 즉시적이고 효과적인 정책결정이라지만, 국민들의 반발은 만만치 않다. 그 논란의 핵심은 진실하지 못한 정부의 태도에서부터 비롯했다.
담뱃세 올려 흡연율 낮추자는 명제에 반대할 사람은 별로 없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담뱃값 인상은 금연 보다는 세수확보의 성격이 짙다. 4대강 사업 등으로 바닥난 국고에 모자란 복지정책 세수를 담뱃값으로 채운다는 비난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발표한‘담배과세의 효과와 재정’이란 보고서가 공개되면서 담뱃값 인상이 단순한 금연정책이 아닌 정치문제임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실정이다. 자료에 의하면 담뱃값이 4500원을 정점으로 해서 세수가 거꾸로 줄어들게 되어 있다. 즉 가장 세금을 많이 거둘 수 있는 가격 수준이 4500원이라는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2500원 국산 담배 한 값 중 62%인 1550원이 세금과 부담금이다. 담뱃값 인상분이 2000원이라는 것도 그래야만 세수가 최대한 확보되기 때문이라는 것이 조세재정연구원의 연구결과다.
이건 다시 말하면, 정부가 이번 담뱃값 인상안을 발표한 것은 국민 건강 증진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결국은 부족한 세수를 서민들의 호주머니를 털어서 하겠다고 하는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말이다.
진정으로 정부가 국민의 건강을 생각한다면 담뱃값 인상으로 발행한 세수를 건강증진기금이나 열악한 지방재정을 보충하는 담배 소비세를 늘리는데 써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국세인 개별소비세를 슬그머니 끼워 넣고 담뱃값과 물가 연동을 시킨다는 계획이다. 급진적인 인상을 하게 되면 오히려 세수에 도움이 되지 않아 점진적인 인상으로 흡연 인구를 일정하게 유지하면서 세수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겠다는 정부의 숨은 꼼수가 있다고 본다.
전문가들은 담뱃값 인상뿐만 아니라 실제적인 담배 억제정책, 금연정책이 함께 이루어져야 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복지부를 비롯한 정부가 이 문제에 대해서는 굉장히 소극적으로 대응해왔다.
그 동안 정부는 소위‘비가격정책’이라고 하는 흡연율 인하 정책에 있어서는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담배각에 강력한 경고사진을 부착하거나 담배광고 규제를 하는 비가격정책은 OECD 국가 중에서 최하위 수준이며, 금연공간을 확대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입법활동을 통해 제제할 수 있었음에도 지금껏 성의를 보이지 않았다. 더욱이 경고사진을 부착하는 법안이 발의되어 있지만 기재부에서 통과가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그뿐인가? 비가격정책을 우선적으로 시행하는 등 시민사회의 수많은 요구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삼아왔다. 이래도 진정 금연을 위해서란 말인가?
갑작스러운 담뱃값 인상 발표는 국민건강 증진을 위한 목적에 있기보다 담뱃세를 올려 구멍난 세수를 벌충하겠다는 의중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2013년 기준으로 담뱃값에 포함된 담배부담금(건강증진기금)은 1조 9000억원이다. 그 중 1조원이 건강보험재정의 적자를 메꾸는데 사용됐다. 더욱이 담배 금연하고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는 보건산업 육성에 쓰인 예산만 2300억 정도이다. 실제로 금연정책에 사용된 돈은 0.4%인 단 89억이다.
정부가 이렇게 담배 피우는 사람들로부터 건강증진비용을 걷어서 실제 금연정책에 쓰지 않고 복지부 쌈짓돈으로 이것저것 쓴 것에 대한 깊은 반성과 성찰 없이 또 다시 앞으로의 세금도 잘 쓰겠다고 하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꼴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백번을 양보해 인상이 불가피하더라도 전제조건이 있다. 서민의 호주머니 털기에 앞서 MB정부가 일방적으로 시행한 부유층·대기업의 감세 정책 시스템부터 손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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