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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사자와 뇌물
작성자 :
양용모
날짜 :
2014-10-19
동방삭(東方朔.BC154)은 중국 전한(前漢)시대의 문인으로 지금의 산서성 출신이다. 꾀가 많아 일찍이 한 무제(武帝)의 총애를 받았다고 전한다.
동방삭이 농사를 짓고 있는데 몹시 가물어 논에 물대기가 힘들었다. 동방삭의 이웃에는 눈 못 보는 소경이 같이 농사를 짓고 있었는데 동방삭이 얕은꾀를 부려 논두렁에 구멍을 뚫어 물을 빼가곤 하였다. 어느 날 논에 나갔는데 소경이 욕을 하는 것이었다. 몇 년 살지도 못할 놈이 얼마나 쳐 먹으려고 남의 논에 물을 빼 가느냐는 것이었다.
동방삭은 그날 밤 소경을 찾아 크게 잘못을 빌고 낮에 말한 내용의 뜻을 물었다. 처음에는 돌아앉던 소경도 하도 진심으로 사과를 하는지라 그의 운명을 말해 주었다. 아무 날 아무 시에 저승사자들이 너를 잡으러 올 것이다. 그러니 그 길목에 잔치 상을 차려놓고 기다려 보거라. 혹시 살길이 열릴지도 모른다고.
동방삭은 크게 감사하고 가산을 털어 큰 잔치 상을 마련하고 저승사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하자 수염이 늘어진 늙은 저승사자와 장년 모습의 저승사자 그리고 초립동이 저승사자가 산에서 내려오는 것이었다. 배고픈 어린 초립동 사자의 떼에 못 이겨 잔치 상이란 뇌물을 먹고 난 저승사자들은 동방삭을 잡아 갈수도 없어 고심을 하고 있었다. 난감하여 늘어져 있는데 초립동이 저승사자가 벌떡 일어나더니 염라대왕에게로 달려갔다. 염라대왕은 동방삭이를 잡아오면 그 이름을 지우려고 기다리다가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초림동이 사자는 염라대왕 몰래 동방삭의 나이 三十甲子를 三千甲子로 슬쩍 고쳐버렸다. 조금 황당한 이야기이지만 이 일로 동방삭은 1,800년 살아야 했던 사람이 18만년이나 살게 되었다.
저승사자도 뇌물을 받으면 답례(!)를 한다. 뇌물이란 원래 그런 것이다. 삼천갑자 동방삭의 이야기에서 우리는 뇌물의 특성을 잘 볼 수 있다. 소금 먹은 자가 물 쓰는 법이다. 요즈음 박근혜 대통령은 불통을 넘어 국민들의 정서나 여론은 아예 무시하는 독선의 정치를 하고 있다. 세월호 사건이 바로 부패하고 돈만 따지다 벌어진 참극이며, 제대로 된 특별법을 거부하는 것도 부패하고 정의롭지 못한 그들의 기득권을 그대로 유지하려는 수작인 것이다.
박근혜 정권에서는 어지간한 흠은 흠도 아니다. 인사청문회에 올라온 후보자들의 면면은 국민의 도덕적 기준과는 한참 동떨어진 인물뿐이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이런 함량미달 인물들을 추천하는 박근혜 정부의 도덕불감증이었다. 그런가 하면 박근혜 정권은 지난 이명박 정부에서 온갖 편법과 부정이 난무했던 4대강 사업을 파헤치지 않고 있다. “누구 좋아라고 그런 일을 우리가 왜 햐냐”는 식이다. 박근혜 정권은 기회 있을 때마다 4대악 근절을 강조하고 있지만, 막상 정권에 부담이 되는 큰 악은 외면하고 있다.
나라 망하게 하는 부정부패를 척결할 생각은 박근혜 정부에는 없는 것 같다. 끊이질 않는 정치인들의 뇌물 사건과 신뢰를 잃어버린 정권의 충신이 되어버린 검경을 보며 국민들은 깨끗한 정치, 부정부패 없는 사회를 포기한 것 같다.
우리는 어느덧 부패의 고리로 얽히고설켜 부패공화국이 되어 버린 것이다. 국무총리 후보자 추천도 부패한 자들만 지명하는 통에 실패하여, 물러나야 할 총리가 어정쩡하게 총리직을 수행하는 코미디가 계속되고 있다.
부패한 집단에서는 부패한 것이 정의가 된다. “이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아!” “나만 그런 것도 아니잖아!” “못하는 게 바보지!” 이런 생각들이 머리에 꽉 찬 그들에게 국민은 기댈 것이 없는 상황이다.
전라북도의회 청사 1층에는 의원들의 말을 써놓은「말,말,말」이라는 홍보 판이 있다. 나는 이곳에 “부패한 자는 역사를 거꾸로 돌린다”라고 써 놓았다. 지금 박근혜 정부는 역사를 거꾸로 돌리고 있다. 부패의 만연은 결국 파멸로 갈 것이다.
우리 국민이 어리석은 국민이 아니다. 결코 이런 상황을 오래두고만 보지는 않을 것이다. 정권은 부패하였어도 국민은 부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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